[카드뉴스] 양승태 사법농단의 실체와 조사보고서 오류 전격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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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승태 사법농단의 실체와 조사보고서 오류 해부
  2. ‘노조파괴 공작’ 뛰어넘은 양승태의 소모임 파괴 공작①
  3. ‘노조파괴 공작’ 뛰어넘은 양승태의 소모임 파괴 공작②
  4. ‘요주의’ 판사들과 주변부까지 광범위하게 사찰
  5.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결론 정해져있던 판결들①
  6.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결론 정해져있던 판결들②
  7. 조사보고서 오류① 양승태 빠진 조사보고서
  8. 조사보고서 오류② 관련자들 진술의 ‘신빙성’은 제대로 검증했나?
  9. 조사보고서 오류③ 조사 범위의 한계
  10. 조사보고서 오류④ ‘범죄’가 의심됨에도 “혐의 성립 안 된다”고?
강경훈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8-05-29 19:55:58
  • CARD 1/

    양승태 사법농단의 실체와 조사보고서 오류 해부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긴급회의에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긴급회의에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제공: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사법부’에서 진행됐던 광범위한 사법농단의 실체가 세 차례에 걸친 법원의 자체 조사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 조사 과정에서 여전히 열어보지 못한 암호 파일,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주요 문건들, 이미 유실돼 확인되지 못한 문건들 속에 들어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 문서로 남겨놓지 않았을 각종 조치들까지 감안한다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자행된 사법농단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부가 이른바 ‘사법적폐 청산’을 명목으로 진행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조사에서는 ‘노조파괴 공작’에 버금가는 법원 내 개혁 성향 법관들의 소모임 억제 전략부터 시작해 요주의 법관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불법사찰 및 인사 불이익 시도‧계획, 주요 상징적 사건 판결을 두고 청와대와 내통‧교감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들이 드러났다.

    그동안 사법부가 ‘독립성’이라는 미명 하에 법‧제도적 무제약의 날개를 등에 업고 정치권력과 교감해 반헌법적 사법농단을 일삼은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사법부 자체조사단의 문제 인식과 진단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상당히 부실한 수준이었다.

    최근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드러난 ‘양승태 사법부’ 사법농단의 실체와 보고서에 담긴 각종 오류들을 카드뉴스로 정리해봤다.

  • CARD 2/

    ‘노조파괴 공작’ 뛰어넘은 양승태의 소모임 파괴 공작①

    특별조사단이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공개한 내용은 법원 내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파생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이하 ‘인사모’)을 소멸시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클린화’하려는 사법 수뇌부의 공작에 관한 것이었다.

    조사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느 사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을 능가할 정도로 전략적이고 계획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조직 소멸을 통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정화하려는 목적으로 수립한 단계적 계획 역시 매우 구체적이었다.

    엄연히 법원 수뇌부의 ‘소모임 파괴 공작’이라는 것이 이 사안의 본질에 가깝지만, 조사단은 ‘인사모 모임 동향 파악 및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 개입’이라는 매우 순화된 표현을 썼다.

    조사단에서 추가로 발견한 관련 문서는 2015~2016년 ‘인사모’ 동향 파악 및 개입과 관련한 문건들이다.

    ‘인사모’ 소멸 계획은 당시 신설 모임인 ‘인사모’ 내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려던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표출됨에 따라 사법부 수뇌부에서 이를 억제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인사모’ 소속 법관들이 대부분 개혁적 성향을 띠었다는 점에서 사법부 수뇌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법관 개개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분명했다.

  • CARD 3/

    ‘노조파괴 공작’ 뛰어넘은 양승태의 소모임 파괴 공작②

    법원행정처는 2015년 8월부터 기획조정실을 주축으로 인사모 파괴 공작을 논의하기 시작해 이듬해 3월부터는 기조실 심의관 뿐 아니라 인사총괄심의관실까지 동원해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인사모의 모조직이라고 볼 수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위축시키기 위한 방안도 동시에 검토했다. 검토 끝에 실제로 실행된 공작도 있었다.

    이 중 실제 실행에 옮겨진 조치는 ‘전문분야 연구회의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된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조치’였다. 사전에 법원행정처는 이 조치에 의해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미치는 위축 효과를 미리 분석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법원행정처는 중복가입자 정리 방안으로 인권법연구회 규모는 기존 431명에서 204명으로 축소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영향력을 분산시키고자 ‘사법국제화연구회’, ‘법원‧미디어‧엔터테인먼트 law 연구회’와 같은 법원행정처 주도의 신생 연구회를 설립해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사기업이 민주노조를 견제하고자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과도 같은 방식이다.

    인사모 핵심 회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이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문건에 적시된 ‘인사모 등 핵심 회원에게 선발성 인사, 해외연수 등에서 불이익 부과’라는 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문건은 인사 담당부서인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직접 작성해 보고한 것이다.

    인사모 핵심 회원들에 대해서는 ‘주로 우리법연구회 회원 또는 운동권 경력이 있는 법관들’이라고 규정한 데서, 사상검증 및 분리작업을 통해 법관들 간 자발적 회피 현상을 도모하려는 시도도 엿볼 수 있었다.

    ‘인권법연구회 정상화 방안’에 적시된 ‘연구회 내 주요 의사결정 라인 확보’ 부분은 한 마디로 연구회 내에 ‘프락치’를 심어두겠다는 말이다. 연구회 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참 법관들을 포섭하거나 사법부 수뇌부와 뜻을 같이 하는 다른 고참 법관들을 가입시켜 연구회를 ‘클린화’하겠다는 의도다.

    법원행정처에서 제시한 인사모 소멸 가이드라인.
    법원행정처에서 제시한 인사모 소멸 가이드라인.ⓒ사법행정권남용의혹 특별조사단

    2006년에는 ‘인사모 소멸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도출하기도 했다. 이 로드맵에는 4~5월 두 달에 걸쳐 ‘커뮤니티 글 전면공개로 전환->회장의 문제제기->새로운 대안적 연구회 신설 및 다른 연구회 활동 활성화->명망 있는 선배 법관들 대거 탈퇴->인권법연구회 다수 회원을 조직해 인사모 소멸 유도’ 등의 순차적인 계획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연구회장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공작을 도모하려는 치밀함도 보였다.

  • CARD 4/

    ‘요주의’ 판사들과 주변부까지 광범위하게 사찰

    사법부 수뇌부 주도의 사법정책이나 노선에 비판적인 법관들은 집중 관리 대상이 됐다. 불법사찰 등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 외부 의견 표명을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2차 조사에서 확인된 ‘각급 법원 주기적 점검 방안’ 문건에는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에 대한 주기적 점검을 위해 비공식적인 방법까지 망라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계획한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 제시된 구체적인 방안은 ▲가용한 비공식적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필요한 정보 수집 ▲신뢰할 수 있는 거점법관을 통한 정보 수집 ▲문제될 가능성이 높은 법관의 SNS 점검 등이다.

    “법관사찰, 재판개입 등 큰 반발이 예상되므로 철저한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주의사항’도 담겨 있다.

    3차 조사에서 확인된 ‘상고법원에 대한 법원 내부 이해도 심층화 방안’ 문건에는 ▲돌출행동 위험성 높은 법관들에 대한 선제적 설득 작업 착수 필요 ▲내부 설득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 표방하려는 경우 위기 대응체제 가동 ▲보수언론을 통해 반대입장 폄하·고립화 전략 추진(종래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돌출성 언행 전력 등 부각) 등 계획이 포함됐다.

    법원행정처는 이러한 포괄적인 계획에 근거해 언론사 ‘시사인’에 지속적으로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글을 기고한 차모 판사를 광범위하게 사찰했다.

    특히 차 판사에 대한 징계 목적으로 언론사 기고의 겸직허가 필요성, 품위유지 의무, 공정성 유지 의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흠집잡기용으로 재산관계 특이사항까지 뒷조사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별조사단도 “특정 판사에 대한 뒷조사라고 볼 수 있는 행위로서, 법관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 CARD 5/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결론 정해져있던 판결들①

    대통령 독대 때 쓰려고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말씀자료.
    대통령 독대 때 쓰려고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말씀자료.ⓒ사법행정권남용의혹 특별조사단

    특별조사단이 새롭게 확인한 문건 중 하나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설득방안’ 문건의 ‘현안 관련 말씀자료’에는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주요 상징적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 문건은 2015년 7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면담에 앞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것이다.

    문건은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며 ▲과거사 정립 ▲자유민주주의 수호 ▲국가경제발전 최우선 고려 ▲4대 부문 개혁 중 노동 부문 ▲ 4대 부문 개혁 중 교육 부분 이렇게 다섯 개 항목으로 나눠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게 판결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중 과거사 정립과 관련해서는 군사독재정권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사건에서 ▲소멸시효 3년으로 제한하는 판례 ▲과거사 피해자라도 생활지원금 등 보상금을 받았다면 재차 손해를 배상받을 수 없다는 판례 ▲과거사 피해자가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판례 등이 대법원에서 정립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박정희 정권 긴급조치 위반 사건과 관련한 국가배상 사건과 관련해서도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확립시켰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내란선동죄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CARD 6/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결론 정해져있던 판결들②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KTX 승무원 재판’ 등을 미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KTX 해고 승무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KTX 승무원 재판’ 등을 미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KTX 해고 승무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이밖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임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대법원 판례와 KTX 승무원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노동개혁에 기여한 판결’로 언급했다.

    ‘교육개혁에 기여한 판결’로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 3명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 등을 언급했다.

    이 문건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 다른 문건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에는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이라고 적시돼 있다.

    사법부 현안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특정 사건들의 재판 결과를 갖고 박근혜 정권과 일종의 ‘거래’를 시도한 셈이다. 문건에 등장하는 ‘BH와의 사전 교감’이라는 문구는 박근혜 정부의 의중에 맞게 특정 사건들의 유무죄 판단과 관련자들의 형량을 사전에 정해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CARD 7/

    조사보고서 오류① 양승태 빠진 조사보고서

    조사단은 임의조사라는 한계점 때문에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사상 초유의 광범위한 사법농단 과정에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가 조사보고서에 전혀 담기지 않았다.

    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단의 조사 요청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추후 재차 요청을 했으나 해외 체류 중이라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핵심 당사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두 차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상태로 조사를 끝낼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일까?

    그렇다고 임 전 처장 등 핵심 관련자들을 조사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지도, 추궁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어디에도 관련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을 언급했다는 대목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조사단이 ‘양 전 대법원이 지시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기는 했는지, 이에 당사자들이 무슨 답변을 했는지도 나와 있지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보고서에는 양승태 이름은 5번, 임종헌이라는 행정처 차장의 이름은 무려 268회가 나온다. 이 어마어마한 사법적폐들이 오직 ‘임종헌’이라는 한 개인의 과잉충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 양 오해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도 “보고서를 보면 기조실장 또는 차장에 불과한 임종헌 전 차장이 이 모든 사법행정 남용을 자신의 무한한 재량으로 기획하고 실행시킨 것처럼 보인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왜곡에 가까운 결과를 발생시킨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조사단이 보고서 말미에 내놓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진단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조사단은 “작성된 문서들이 주는 충격이 큰 이유는 임종헌 차장이 선호하는 문서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마치 임 차장의 저돌적인 스타일이 오해를 불러왔다는 식의 논리 구성이다.

  • CARD 8/

    조사보고서 오류② 관련자들 진술의 ‘신빙성’은 제대로 검증했나?

    보고서에 담긴 조사 대상자들의 ‘진술’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 조사단은 대부분의 관련자 진술들을 언급해놓기만 했다. 그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했는지, 진행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전혀 적시하지 않았다.

    류영재 판사는 “조사단은 가담자들의 진술이 상호모순되지 않는 한 모든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가담자들은 1~3차 조사 과정에서 답변 내용을 변경시켜왔고, 그 과정에는 명백한 거짓말도 있지만 위증의 부담조차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고법원 도입 문제를 놓고 박근혜 정권과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핵심 문건인 ‘말씀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임종헌 전 실장의 진술을 보자.

    “행정처가 영향력을 미쳐 그런 판결을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결과적으로 정부 여당에서 좋아할 만한 판결들만 취합한 것이다. 요컨대 BH에 부정적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에 적합한 판결들을 선별했을 뿐이다.”

    조사단은 이러한 진술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이 문건은 임종헌 실장이 대국회 관계에서 당시 여당 측 국회의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참고자료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 CARD 9/

    조사보고서 오류③ 조사 범위의 한계

    특별조사단 조사 대상 파일 목록.
    특별조사단 조사 대상 파일 목록.ⓒ사법행정권남용의혹 특별조사단

    조사단은 행정처 주요 인물들의 PC 외에 다른 물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문건 작성 경위, 그 과정에서 어떤 지시와 보고가 오갔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메일, 휴대전화 조사가 병행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PC 조사 외에 다른 적극적인 물적 조사를 진행했다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강제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충분히 확인 가능한 내용도 소극적인 조사 태도로 인해 ‘미제’로 남겨졌다.

    문건에 나온 실행계획에 따라 인사모 소속 법관들에게 실제 인사상 불이익이 부과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조사단은 문건에 ‘인사모 등 핵심 회원에게 선발성 인사, 해외연수 등에서 불이익 부과’ 부분이 기재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면밀하고 철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해놓고도 판단에 준하는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조사단이 인사총괄심의관실에 요청해 제공받았다는 자료만으로는 인사모 소속 법관들이 특정 기간 선발성 인사와 해외연수 지원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는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조사단은 추가로 문건에 언급된 판사들 중 선발성 인사 및 해외연수에 지원해 선발되거나 선발되지 않은 판사의 수, 선발되지 않은 이유를 포함해 선발성 인사 및 해외연수 대상 선정의 구체적 기준 등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인사심의관실은 ‘인사상 기밀’이라며 추가 자료 제공을 거부했고, 조사단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작 인사 불이익 처분이 실제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자료를 들여다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사단은 “문건에 언급된 판사들에 대한 선발성 인사나 해외연수 선발에서 불이익을 부과하거나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오히려 “인사권 남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넘겨받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진실에 가깝다.

  • CARD 10/

    조사보고서 오류④ ‘범죄’가 의심됨에도 “혐의 성립 안 된다”고?

    조사단은 법원행정처가 전방위적으로 사법 행정권을 남용했다고 봤다. 특정 권력이 권한을 남용한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가 의심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사단은 “형사적 구성요건 해당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그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관련자들을 사법 처리할 만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미 보고서 곳곳에서 강제조사권의 부재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들이 확인됐다. 그런 상태에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범죄 성립 여부는 어떤 수사 주체도 섣불리 언급할 수 없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그런데 강제수사권도 없는 조사단에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건 왜일까? 경솔함을 넘어 그 배경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미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태는 여러 시민단체들의 고발장이 접수된 건이고, 검찰에 이들 고발 사건이 배당된 상태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의 ‘혐의 없음’ 결론은 당연히 수사기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논평에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 나아가 법원의 재판을 통해 판단되어야 할 문제를 특별조사단이 예단해 평가한 것이므로 중대한 문제”라며 “향후 이뤄질 수사와 재판에 일응의 가이들인을 제시한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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