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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서밤’ 작가 이서현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그런 말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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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들 한다. 안다. 무슨 뜻인지.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다는 의미.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의미.

그러나 ‘감기처럼 가벼운...’, ‘냅두면 저절로..’ 라는 인식도 조금은 담겨있지 않은가? ‘서늘한 여름밤(서밤)’ 웹툰작가 이서현(31)씨는 과감히 “우울증,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마세요”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웹툰을 ‘그림일기’라고 표현했다. 이는 네이버 블로그 ‘서늘한 여름밤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에서 접할 수 있다. 팬 층이 두텁다. 페북 페이지의 팔로워 수는 10만 명 가까이다.

이서현씨는 이 그림일기를 계기로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나에게 다정한 하루> 등 2 권의 책을 출간한 어엿한 작가다. 웹툰으로 인기를 끌며 시작하게 된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도 지난달 31일 어느덧 2주년을 맞기도 했다. 또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추천하는 상담사들로 꾸려진 상담소 ‘에브리마인드’의 대표로 있다. 이어 현재 활동들을 언급하며 “8할은 웹툰이에요”라고 덧붙였다.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이 지난달 31일 2주년을 맞아 공개방송을 진행했다. 진행자 중 가운데 앉은 이가 이서현씨.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이 지난달 31일 2주년을 맞아 공개방송을 진행했다. 진행자 중 가운데 앉은 이가 이서현씨.ⓒ서늘한 마음썰 제공

그에 따르면 우울증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인 질병이다. 그는 이 같은 말들이 정신보건 치료의 장벽을 더욱 높인다고 했다. “우울증은 다 살면서 한 번씩 겪는다. 마음의 감기다. 그러니 스스로 이겨내라? 이런 얘기들, 정말 싫어요.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도움을 받아야죠. 이를 나약하다고 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시선이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그대로 두게 하는 거예요.”

이서현씨는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전문적 도움을 받는 것은 ‘용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상담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그곳에 찾아가고 회복하기 위해 치료를 유지하는 의지는 본인의 것이에요. 대단하다고 응원해줘야죠”라고 말했다.

토하듯 직장 때려 치고 그린 내 그림일기

그는 애초 장래가 보장된 직업인 임상심리사 수련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익히 알려진 병원의 ‘태움문화’를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매일을 울며 퇴근하던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전문직 자격증을 포기해버렸다. 직장을 그만둔 것은 ‘급체로 토하듯’ 아무 고민도 두려움도 없이 갑작스레 이뤄졌을 만큼 당시 힘들었다고 한다.

이어 “두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그만둬버리고 난 후에 두렵기 시작했죠”라고 말한 그는 현재 작가, 상담소 대표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결코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쩌다보니…”라며 “백수로 있자니 친구들이 ‘뭐하냐’고 자꾸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블로그에 그림일기를 그리게 됐고, 거기엔 제가 상담 받았던 이야기, 우울증 있던 이야기 등이 담겼죠”라고 설명했다.

이후 상담소를 차리게 된 것도 이 블로그가 계기였다. 많은 이들이 ‘상담소를 추천해달라’고 물어왔다. 이서현씨는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한 상담소를 수십 곳 정리해서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모든 이들에 ‘안전한’ 추천이 될 수는 없었다.

‘서늘한 여름밤(서밤)’ 웹툰작가 이서현(31)씨를 지난달 31일 서울 안암동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앞에 놓인 책은 그가 집필한 신권 <나에게 다정한 하루> .
‘서늘한 여름밤(서밤)’ 웹툰작가 이서현(31)씨를 지난달 31일 서울 안암동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앞에 놓인 책은 그가 집필한 신권 <나에게 다정한 하루> .ⓒ민중의소리

이서현씨는 그가 대표로 있는 상담소 에브리마인드의 경우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안전하다는 의미는 상담 과정에서 성별, 성정체성, 장애 등으로 차별 및 혐오발언을 들을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음식점에서 상한 음식을 팔지 않겠다는 것과 같이 당연한 건데도 여전히 상담실 내에서 차별적 발언이 많이 오가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없이 상담하시는 분들은 배제하고 있어요”

그는 그런 경우가 정말 많느냐고 묻자 “당연하다”며 반색했다. 이서현씨가 직접 들은 상당수의 사례들의 예시를 몇 가지 들자면 다음과 같다.

“(여성 차별로 힘들어하는 내담자에게) 당신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
“(성정체성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에게) 정말 동성애자냐? 그래도 결혼하면 좋지 않으냐?”
“(직업적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에게) 그만둬라. 여자가 얼굴도 예쁜데 왜 그런 일을 하나”

이 같은 제보들로 인해 이서현씨는 이미 추천했던 상담소 리스트 중 몇 군데는 제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미 그 나름의 검증을 거친 곳들도 차별발언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것이다. 제외한 상담소의 수치는 전체 추천한 곳의 10% 정도라고 말해, 이 같은 일들이 실제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서현씨는 “사회에서도 힘든데 상담에서도 똑같은 경험으로 상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며 “내담자는 이 사람이 나를 위해준다는 인식이 있고, 상담 관계가 있어 더욱 혼란스럽다”고 ‘절대적’ 존재로 느껴지는 상담사의 차별발언은 특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의 상담소는 상담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내담자가 가지는 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해 첫 상담 전후로 어떤 서비스가 진행되는지 자세히 안내해주고 있다.

‘서늘한 여름밤(서밤)’ 웹툰작가 이서현(31)씨를지난달 31일 서울 안암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웹툰 작업을 하는 모습.
‘서늘한 여름밤(서밤)’ 웹툰작가 이서현(31)씨를지난달 31일 서울 안암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웹툰 작업을 하는 모습.ⓒ민중의소리

“힘들어”…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마지막으로 나의 소중한 사람들 혹은 나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선 주변인의 고통에 대해선 “무슨 말을 해줄까. 어떤 엄청난 위로를 해줘야할까. 보다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걸 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전문가’의 치료로 인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더 걱정이 되면 전문적 도움을 받도록 연결해주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모든 기력을 소진했다면 대신 괜찮은 곳을 알아봐주기도 하고 첫 과정을 동반해주고,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본인이 힘들다면? “그냥 주변에 말하라”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누군가의 그늘은 결국 어둠을 몰아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 이상해’라고 고백하는 순간 저마다 자기의 이상함을 털어놓거든요. 그전까진 나만 빼고 다른 사람은 다 정상으로 보여요. 그러나 말한 이후론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알게 돼요. 이걸 알게 되면 그 후엔 ‘이상함’을 받아들이는 것도 쉬워지고, 또 그게 자연스러운 거구나! 알게 돼요. 드러낼수록 더 편해져요. 드러냈을 때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이상하다고 저는 100% 확신해요.”

‘나 정말 힘든데.. 상담 받아볼까?’ 던져보자.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예컨대 당신의 유능한 팀장이 ‘나도 사실 우울증을 겪고 있어’라고 말할지도. 이때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답고 행복한 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서현씨에 따르면 100% 이상하다고 한다. 놀지 말자.

“누구나 할 법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찌질한 고민들. 그런 고민을 하는 내 자신은 너무 싫지만, 정작 남의 이야기로 그런 고민들을 들었을 때는 ‘이 사람 너무 인간적이다’라고 좋게 보이곤 하지 않은가요. 모두 마찬가지예요. 내 결점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인간적으로 느껴지지.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나의 나약함을 알리는 데 대해 두려워한다. 우울증이 터부시되는 사회인만큼 관련 상담이나 정신병원의 문을 두드리기 직전 많은 이들이 ‘알려지면 어쩌지’, ‘기록이 남을까’ 등으로 망설인다.

그럼에도 자신의 괴로운 속마음을 가감없이 털어놓는 그에게 “가끔은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저 스스로에게 숨기는 것이 많아서 내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으면 남들은 알더라도 상관없어요. 세상에 안 이상한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더 편하게 털어놓으세요.”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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