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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길에서 태어난 이웃의 ‘허술한 집사 겸 찍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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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길고양이 사진작가가 찍은 '먼로' (저작권이 있는 사진입니다. 무단으로 도용하지 마십시오.)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작가가 찍은 '먼로' (저작권이 있는 사진입니다. 무단으로 도용하지 마십시오.)ⓒ김하연 제공

입 옆에 매력적인 까만 점이 있어 메릴린 먼로의 이름을 따서 지은 삼색고양이 '먼로'. 4형제 중 유일하게 홀로 살아남아 8년 동안 먹이를 주는 그에게 28마리의 새끼를 데려왔다. 그가 건넨 책 속에 먼로가 있었다. 먼로가 죽기 두 달 전에 그가 찍은 사진이었다.

길고양이인 먼로는 2015년 8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천을 덮은 복개 도로에서 새끼와 함께 죽었다. 그곳은 먼로의 형제들이 죽었던 장소였다. "형제들이 죽은 이후 먼로가 8년간 그곳을 건너간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새끼 때문에 건너갔을 거 같아요"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고양이와의 '작별'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나선 "참 (길고양이 인생이) 고약하죠."라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길고양이 눈빛은 사람과 닮았다
사진 속 길냥이가 건네는 말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작가를 4일 오후에 서울 낙성대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작가를 4일 오후에 서울 낙성대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민중의소리

길고양이 사진작가 김하연(47)씨를 4일 오후 낙성대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사진작가라는 말 대신 '허술한 길고양이 집사 겸 찍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씨는 2001년 6월 말 게임잡지의 편집장을 그만두었다. 이후 길고양이의 사진을 찍게됐다. 그는 13년간 새벽마다 신문을 돌리고, 고양이의 밥을 챙겨줬다. 처음부터 겉보기에 심드렁한 길고양이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하늘과 담장 위에 핀 꽃을 찍다가 어느날 길고양이가 카메라 렌즈 안으로 들어왔다. "담장에 고양이 한 마리가 되게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었어요. 집에 가서 사진을 컴퓨터에 옮겨서 보니까 고양이의 눈빛은 사람 눈빛을 닮았어요. 지치고, 힘들고, 가줬으면 좋겠다는 눈빛이었어요" 길고양이의 눈빛 속에 자신이 있음을 느끼게 됐다.

길고양이의 눈빛 (저작권이 있는 사진입니다. 무단으로 도용하지 마십시오.)
길고양이의 눈빛 (저작권이 있는 사진입니다. 무단으로 도용하지 마십시오.)ⓒ김하연 제공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은 고양이가 우리에게 눈빛으로 말을 거는 사진이다. 길거리의 생명들이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 건지 물어보는 것만 같다. 갈비뼈를 앙상히 드러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하고 어두운 곳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길고양이의 모습을 보고는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길고양이 삶의 순간을 한 장씩 기록으로 남겨두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찍는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고양이에게 '여기를 보고 웃어보세요', '포즈를 취해주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씨는 "눈치껏 찍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밥을 주면서 매일 30~40분씩 길고양이를 찍는다. 처음 본 날부터 잠만 자던 '만피'(만성피로의 약자)와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랑자'(방랑자)의 꾹꾹이 사진은 200장을 찍은 끝에 얻어낸 한 장이었다. '그르렁 그르렁', 사진에는 고양이들이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꾹꾹이 하고 있는 만피와 랑자의 모습. (저작권이 있는 사진입니다. 무단으로 도용하지 마세요.)
꾹꾹이 하고 있는 만피와 랑자의 모습. (저작권이 있는 사진입니다. 무단으로 도용하지 마세요.)ⓒ김하연 제공

'길에서 태어난 우리의 이웃'..."밥 쫌 줍시다!"

그는 자신이 사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대를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고양이 밥을 준다. 김씨는 매일 새벽 5시부터 1시간 40분간 22곳을 돌아다니며 길고양이 50마리 한끼를 책임진다.

그가 하루도 고양이 밥 주는 것을 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오늘 내가 주는 밥이 이 아이의 마지막 밥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밥을 주는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지만, 나머지 23시간은 그 아이가 온전히 살아가는 거예요."

그는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저마다 사연과 상처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한테 해코지를 당한 길고양이는 밥을 주는 사람이라도 절대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길고양이들만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고양이에게 밥을 줄때면 나타나는 웃픈(웃기고 슬픈) 장면들이 있다. 사료를 먹자마자 '퉤'하고 뱉어버리는 녀석을 보면 당황할 때가 있다. 고양이도 주는 대로 뭐든지 먹는 것은 아니다. 사람처럼 길고양이도 식성이 다르다. 물론 1년 이상 지내다 보면 친구의 식성 하나쯤은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김씨는 고양이 입맛에 맞춰 통조림, 닭고기, 사료 등을 후원받고 부족한 부분을 자비로 채워 길냥이 밥을 구입한다.

사료를 먹는 새끼 고양이를 보는 어미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 마치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게 훨씬 더 배부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들은 먹이를 눈으로만 먹고, 몇번이고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에게 먹였다.

'고양이 밥 주지마세요'라는 경고문(왼쪽), 고양이에게 밥을 주자는 안내문(오른쪽)
'고양이 밥 주지마세요'라는 경고문(왼쪽), 고양이에게 밥을 주자는 안내문(오른쪽)ⓒ김하연 제공

길냥이 밥을 주는 것도 눈치를 보곤 한다. 길고양이의 밥그릇 주변에는 '밥을 주지 말라'는 서슬퍼런 경고문이 붙여져있다. 그래서 이와 반대로 김씨는 "밥 좀 주자“는 안내문을 작성했다.

“이 골목에서 나처럼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싫어한다고 떠날 녀석들도 아니고 냅두면 골목만 더러워질테고. 그렇다고 다 없애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밥은 주고 골목이라도 깨끗이 합시다. 배부르면 어디 가서 쳐 잘테니. 눈에 안 보여 그것도 좋고 말이요. 에이 귀찮은 놈의 고양이들! 그래도 밥은 쫌 줍시다.”

길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혐오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문제다. 고양이 밥그릇을 깨거나,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사료에 물을 붓거나, 심지어 고춧가루나 변까지 넣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상식이 안 통하는 거예요. 쓰레기봉투를 뜯는 고양이도 싫고, 밥 주는 것도 싫다는 거죠."

고양이 밥그릇이 깨져 있는 모습(왼쪽), 고양이 밥그릇에 고춧가루가 들어있는 모습(오른쪽)
고양이 밥그릇이 깨져 있는 모습(왼쪽), 고양이 밥그릇에 고춧가루가 들어있는 모습(오른쪽)ⓒ김하연 제공

캣맘과 캣대디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쓰레기봉투를 뜯는 고양이가 줄어들고 민원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 돌보는 순간, 캣맘과 캣대디는 길고양이 취급을 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반말은 기본이고, 동네 주민의 협박과 공격에 길냥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몰래 밥을 준다. 그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은 합법에 근거한 것이고, 당당하게 밥을 줄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고양이를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민원도 지자체에 당당하게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했을때 전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해요. 제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건 밥을 못 먹는 길고양이를 보는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고양이 보살피는 것은 결국 자기 불편함을 줄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길 위의 묘생은 '구사일생'
'찰카기' 집사 "생명에는 다 이야기가 있다"

사진을 찍다 보니 길고양이의 삶이라는 게 '목불인견'이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생명으로 길거리에서 태어나서 주어진 목숨도 연명하지 못했다. 길고양이들은 오늘 죽어도 아무런 상관없는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길에 있는 생명들을 알리기 위해 계속 셔터를 눌렀다.

그는 길고양이들의 사진이 담긴 책을 펼쳐 훑어봤다. "이 책이 아픈 이유는 이 책 속에 있는 아이들 중에 살아있는 아이가 몇 없다는 거예요. 저는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알고 있으니까. 아픔이 가라앉는 거지 사라지지는 않거든요."

김씨는 100마리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줬다. "이름을 안 붙여주려고 해요. 그 아이가 사라졌을 때 힘드니까요. 사진과 이야기가 남는데 이건 못할 짓이에요."

그의 사진 속에는 고양이의 언어가 담겨있다. 고양이가 마음을 열 때 1단계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본다. 이른바 ‘고양이 키스’다. 그 다음에는 머리나 등과 같이 몸을 부벼 자신의 채취를 묻힌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모든 걸 주듯이 배를 보여준다.

그는 고양이로부터 "나의 집사가 돼라"라는 간택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했다. "고양이하고 인연은 만들고 싶어서 만들다기보다는 고양이가 다가오면 만들어지는 거죠. 밥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들이 위험을 무릎쓰고 사람한테 다가왔을 때, 아이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 우리는 손을 잡는 거죠"

"별이 되고 떠나다" (저작권이 있는 사진 입니다.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세요.)
"별이 되고 떠나다" (저작권이 있는 사진 입니다.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세요.)ⓒ김하연 제공

고양이의 삶은 아홉 번 죽을뻔 하다 한 번 살아나는 '구사일생(九死一生)'이다. 길에서 태어나 2~3년을 채우지 못하고 별이 된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보면, 새끼고양이 생존율이 25%, 4마리 중 한 마리가 살아남는 거예요. 평균적으로 봤을 때는 1년 조금 넘는 시간을 살 수 있는 거죠." 그는 올해 2월 '구사일생'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아홉 개의 목숨으로도 부족할 만큼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길고양이의 모습을 사진 30점으로 표현했다.

그는 2008년부터 길에서 죽어간 고양이들을 묻어 주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으로 묻어준 길냥이를 떠올렸다. "엄마가 너무 예뻐서 자꾸 임신을 하고, 남겨진 두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핥는 모습을 찍었죠. 한 아이가 냉장고 위에서 있다가 골목길에 나왔다가 차에 치었어요. 그 다음에 나온 아이도 똑같은 곳에서 차에 치었어요" 그가 묻어준 고양이만 매년 40~50구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다 버리는 사람들은 '길에서 고양이가 잘 살고 있어서 잘 살 줄 알았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사람에 의해서 버려지거나 다른 영역으로 내쫓기기면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거든요. 유기는 범죄에요."

그는 어느날 '하루살이'에 대한 8시간짜리 다큐를 보고 한 가지를 느꼈다. "우리가 모를 뿐이지 생명은 다 이야기가 있다." 길고양이 사진만 가지고도 3~4시간을 훌쩍 넘기며 강의를 한 적도 있다. 그는 자신이 '고양이 전문가'가 아닌 '전달자'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태어난 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죽는다. 그래서 길고양이에게 골목길은 '집'이다. 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뼘 남짓한 공간은 앉으면 의자고, 누우면 침대가 된다. 난간에 선 고양이는 앞발을 모으고 뒷발로 지탱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김씨는 지난 31일 9396번째 신문을 마지막으로 신문 배달부 생활을 접었다. 고양이 사진 찍는 것을 전업으로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나서 예정됐던 강의가 끝나는 날 학생들에게 '살아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거리의 집사는 사람과 길고양이가 마음 놓고 한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그날을 위해서 오늘도 '찰칵' 셔터를 누른다.

길고양이를 촬영하는 김하연 사진작가의 모습.
길고양이를 촬영하는 김하연 사진작가의 모습.ⓒ김하연 제공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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