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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 칼럼] 페미니스트를 향한 공격
6ㆍ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하루전인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한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가 놓여 있다.
6ㆍ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하루전인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한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가 놓여 있다.ⓒ정의철 기자

올해는 4월에도 눈발이 흩날려 사람들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봄꽃이 피었는데 웬 눈이냐고 환경문제가 심각한 거 아니냐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냐고 사람들은 말했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인 녹색당 신지예 후보의 벽보와 현수막을 훼손하는 현상을 보니 올 봄의 흩날리던 눈이 생각났다. 여성혐오와 백래시(backlash).

백래시를 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환경이다. 꽃을 피게 하는 것도, 눈이 흩날리게 하는 것도 날씨고, 지구의 환경과 관련된 일이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눈이 날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백래시가 일어나게 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짚어봐야 한다. 혹자가 말하듯이 신 후보의 홍보 벽보에 나타난 눈빛이 시건방지고 오만해보여서인가. 여자가 겸손하지 않게 눈을 치켜 뜨냐는 반응 자체가 ‘여성’에게 특정 태도를 당연하다고 여기며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김문수 의원이 도시개발을 여성에 빗대며, “여성은 매일 씻고 다듬고 피트니스도 해서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성은 남성이 하라고 하는 대로, 남성중심의 사회가 하라는 대로 하는 존재가 아니다. 백래시가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여전하다는 뜻이며. 2015년 #페미니스트선언부터 최근 미투(Me too)운동까지 페미니즘운동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뜻이다.

지속되는 페미니스트 공격, 국가는 무엇을 하는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페미니스트인지 여부를 사상 검증하는 회사부터 페미니스트임을 밝혔다고 조롱받는 일까지. 페미니즘을 억압하는 것은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다. 이번 사건은 여성혐오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사상표현의 자유만이 아니라 실질적 폭력의 위험과 연결된다. 신 후보의 벽보와 현수막이 훼손된 게 강남구 21개 지역을 포함해 27개라 한다. 신 후보의 눈을 찢는다든가 낙서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통째로 벽보가 떼어지기도 했다. 현수막이 끊어졌다. 얼마나 공격적인가. 그러나 국가는 손을 놓고 있다. 사람이 죽어야, 죽어도 꼼짝하지 않은 채 ‘페미니스트 정부’라고 소리만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묻게 된다.

사실 이전에도 여러 나이든 여성이나 남성후보가 페미니스트를 표방했던 때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홍보물을 훼손한 적이 없다. 신 후보가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미쳤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 정책이 무늬가 아니라 그 정책을 실질화시킬 수 있는 주체라는 뜻이며, 다른 한편 젊은 여성후보는 쉽게 공격할 수 있다는 인식과 공격적 행동이 가시화됐다는 의미다. 나쁘게 말하면 젊은 여성들의 정치적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는 공정한 참정권 행사를 위해서도 필요할 뿐 아니라 여성혐오에 국가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신호로서도 시급하다. 그래야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으며, 그래야 평등에 반한 폭력을 견제할 수 있다.

훼손된 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된 신지예 후보 벽보ⓒ녹색당

백래시와 페미니스트 후보의 인기

역설적이게도 백래시 덕에 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 진보정당의 후보가 벽보훼손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의 평등정책이 소개됐다. 전화위복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도 평등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시선이자 관점이다. 신 후보가 내건 성폭력·성차별 없는 서울시라는 공약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의 공약 중 다양한 가족구성원에 따른 주택공급은 동성애 커플 외에도 친구들이나 형제자매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다시 말해 여성들에게만 득이 되는 정책이 아니다. 구체적인 공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최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는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평등의 감각을 더 풍부화 시킬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할 때다.

백래시(backlash):사회·정치적 변화로 기존에 있던 자신의 영향력과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반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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