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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이후 ‘보수’의 운명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저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마지막 합동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저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마지막 합동유세전을 벌이고 있다.ⓒ임화영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처참하게 패배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2곳만을 간신히 건졌다. 그나마 보수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대구·경북(TK) 덕분에 초유의 '전멸'은 면했다. 수구보수세력의 전례 없는 이번 패배는 촛불항쟁 이전에 만들어진 정치질서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자유한국당 심판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평가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의 광역단체장 17곳 중 광주·전남을 제외한 15곳에 후보를 냈다. 자유한국당은 이 중 TK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인 표차로 밀렸다.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된 제주도에서 패배를 안긴 상대가 달랐을 뿐이다. 기초단체장·의회 선거 역시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23년간 지역맹주 자리를 한 번도 넘겨준 적이 없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의 전패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그중 부산은 지난해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대선에서도 홍준표 대표가 31.98%(72만484표)를 얻어, 38.71%(87만2천127표)를 득표한 문재인 대통령과 접전을 벌인 '격전지'로 손꼽혀왔던 터다.

홍 대표가 줄곧 6곳+α(알파)를 선거 목표로 내세우면서 최대 '9곳'까지 내다봤던 호언장담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또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점하고 있던 '6곳' 사수에 자신의 대표직까지 걸었던 만큼 거취에 대한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니총선'이라 불린 국회의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12곳 중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을 제외한 나머지 11곳을 모두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기존 안방까지도 빼앗긴 꼴이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전국적 민심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보여준다.

변화된 정세 '오판'하고 심상치 않은 여론 '무시'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일 부산 광복로 총력유세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일 부산 광복로 총력유세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은 '탄핵대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메시지를 내세우며 대안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자유한국당의 선장을 맡은 '대선 패장' 홍 대표는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반사이익을 통한 지지층 결집에 열중했다. 게다가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체제전쟁'으로 규정하며 종북몰이 및 색깔공세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국면에서는 '평양올림픽'으로 매도하며 재뿌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는 시점에는 '위장평화쇼'로 폄훼하는 등 여론과 동떨어진 정세인식으로 고립을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홍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가짜여론조사', '어용언론'을 입에 올리기 바빴으며, 여론의 변곡점에서 능동적으로 개입할 계기를 마련하기는커녕 당의 '독불장군' 이미지만 강화했다.

결국 지방선거를 당과 후보의 선거가 아닌 '홍준표 대선' 2탄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이는 각 지역에서 발로 뛰는 후보들의 득표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인데도 '문재인과 홍준표만 보인다'는 말이 나왔고, 선거기간 내내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유세를 기피하는 '홍준표 패싱'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정의철 기자

선거 결과, 홍 대표는 자신이 목표로 설정한 '지지층 재건'에 실패했다. 오히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벌어진 '보수이탈현상'을 막아내지도 못했다. 결국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로 대표되는 홍 대표의 '마이웨이'에 대한 당내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 대표는 내년 7월까지가 임기다. 아직 1년이나 임기가 더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당내에서는 '비홍'(비홍준표) 중진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당권경쟁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 선거 직후 조기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참패'가 예견된 출구조사 발표 직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밝혔다. 또한 14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며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시사했다.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은 "홍준표 체제 퇴진"을 요구하며 당사 점거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정계개편 불씨 댕긴 '보수궤멸'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임화영 기자

선거 패배로 촉발된 자유한국당의 당권 쟁탈전은 '궤멸'로 치달은 보수정치세력의 재편 흐름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의 분화 및 보수통합이 거론되는 등 이른바 야권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의 진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라도 당권투쟁은 곧 보수통합에 대한 '노선투쟁'의 성격을 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홍 대표는 '당 대 당 통합'을 거론하면서, 지난 대선 때 나왔던 사실상의 '흡수통합론'에 다시 시동을 걸 태세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대승적 결단으로 양보해주면 지방선거 후 양당이 대동단결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야권 대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태풍의 눈'이 될 바른미래당에서는 의견이 갈려 벌써부터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이 다시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형편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다. 동시에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공동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진다면 언제든지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일부와 민주평화당이 여권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2년 뒤 총선에서 살아남을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의 압도적 승리, '보수궤멸'로 귀결된 지방선거 성적표가 정계개편의 불을 댕긴 셈이다.

문제는 정작 '보수통합'을 비롯한 정계개편의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보수야권 전체적으로는 '거친' 리더십의 홍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편이다. 그렇다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안철수 전 대표나, 극우 색이 뚜렷한 김문수 전 지사가 그 대안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보수 정치권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비핵화'가 공식화되고 '평화협정'의 토대가 갖춰지고 있는 정세 조건은, '냉전' 이데올로기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보수세력을 골격부터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기존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보수정치의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의 어려운 국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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