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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거 실화냐?” 현실부정하고 싶은 보수
정상회담장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안을 단 둘이 걷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장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안을 단 둘이 걷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뉴시스/AP

“살아생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 줄이야”, “실화냐?”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페이스북에는 TV로 생중계된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실제 상황’이냐고 되묻는 반응들이 많이 보였다.

이날 김 위원장조차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발언도 ‘주한미군 철수’, ‘한미훈련 중단’ 등 파격적이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남북미중 종전선언’ 등을 주장해 온 진보 진영에서는 ‘꿈만 같은 일’이라는 반응이다. 통일운동을 해온 한 선배는 “살아생전에 북미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이거 실화냐”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전자가 ‘꿈만 같다’는 긍정적인 의미였다면 보수 진영은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반응이라는 것이 다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오로지 김정은의 요구만 들어주고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대실패 회담”이라며 “어제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우리 안보가 백척간두 위기에 몰렸다고 생각한다”고 악평했다.

지난달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으로 러시아와 중국 견제해달라”고 공개서한을 보내며 미국에게 사정하던 홍 대표가 ‘반미 투사’로 돌아선 것은 아닐까 착각하게 할 정도로 악담을 퍼부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저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저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말 실망했다”면서 “피로 맺은 한미동맹이 겨우 이런 것이었나. 저는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인들의 진심을 알고 싶다”고 ‘혈맹’이라고 부르던 한미동맹에 대한 회의감까지 보였다.

‘조선일보’도 “대한민국 전체가 농락을 당했다”며 혹평했다. 양상훈 주필은 칼럼에서 “그(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리얼리티 쇼였던 모양이다. ‘미국’과 ‘미국인’ ‘백인’ ‘돈’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동맹’과 ‘안보’, ‘핵 비확산’, ‘CVID’ 등은 쇼 흥행보다 중요할 수 없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가 “한국민들의 결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안보’ 이슈를 점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보수 진영이 ‘안보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던 미국마저 북측과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이자 배신감을 표출하며 ‘멘붕’에 빠진 모양새다.

결국 보수 진영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기대온 분단과 냉전체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목격할 것”이라고 예견했듯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꿈만 같은’ 일들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급격한 변화에 저항하는 보수 진영이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분단의 찌꺼기로 살아온 자여, 가거라 아메리카로’라는 가사의 ‘반미출정가’도 있지만 이대로는 보수 진영이 ‘아메리카’로도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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