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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돈가스로 ‘100년 기업’ 꿈꾸는 남자 “3대는 가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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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라 하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어디를 가도 돈가스 파는 곳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만큼 맛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소스가 생명인 음식인데 어디에서 먹건 맛이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3호선 안국역 앞에는 직접 개발한 소스로 돈가스를 만들고 100년 기업을 목표로 하는 김원주 사장이 운영하는 ’1988 오리진’이 있다. 그의 나이 올해로 마흔다섯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다.

'1988 오리진'의 김원주 사장
'1988 오리진'의 김원주 사장ⓒ민중의소리

지난 5일 오후 3시가 다 되어갈 때쯤 김원주 사장을 매장에서 만났다. 점심 장사가 끝난 탓인지 매장은 텅 비어 있었다. 김 사장이 주는 보리차를 마셔보니 정말 달고 시원했다. 기자를 주려고 따로 준비한 물일까 싶어서 물어봤더니 손님들에게 드리는 물이란다. “손님들한테 정수기 물을 줄 수도 있어요. 저도 그게 훨씬 편하지만 그러지 않아요. 매일 보리차를 끓이고 식혀서 준비하는 데 하루가 걸려요. 이건 정성이 아니면 정말 못하는 거죠.”

그는 메인메뉴인 돈가스는 물론이고 밑반찬까지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다. ’1988 오리진’에서는 돈가스에 흔히 나오는 기본 밑반찬과 수프 그리고 볶음김치가 나온다. 다른 돈가스 전문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볶음김치는 직접 김장한 배추로 만든 것이고 수프도 매일 직접 준비한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돈가스집 사장으로

사실 그도 한때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젊었을때 놀러다닐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행사에 들어가서 일을 했다. 여행사를 그만두고 해외 전시를 주로 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마케팅 관련 업무를 맡기도 하고 단체급식을 하는 요식업체에 들어가서 매장관리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을 했다. 결혼한 지 채 1년도 안 됐을 때여서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말렸다. 원주씨를 지지해준 것은 양가 부모님과 아내뿐이었다.

사업을 할까 고민하고 있을때 원주씨를 도와준 것은 바로 아버지였다. 잠실에서 ‘할아버지 돈가스’를 운영하는 자신의 의동생을 찾아가 보라고 한 것이다. 돈가스만 20년 넘게 팔아서 돈을 잘 벌고 있는 사람이니 원주씨의 귀가 솔깃해질 만도 했다. “도움이 될만한 거라도 알 수 있을까 해서 삼촌을 뵈러 갔는데 돈 벌려면 장사가 제일 빠르다며 일을 배우지 않겠냐고 하셔서 하겠다고 대답하고 바로 매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잠실의 ‘할아버지 돈가스’ 매장에서 3개월 정도 일을 배우고 2008년 광화문에 매장을 하나 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 돈가스’ 특유의 소스는 반드시 잠실 매장에서 만들어야만 했다. 만드는데 6시간이나 걸리는 소스를 삼촌의 감독하에 밤늦게까지 만들고 다음날 새벽 광화문 매장으로 갖다 놓아야 했다.

“삼촌이 그러셨어요. ‘내가 이 소스 만들어서 사람들 입맛 맞추는데 3년 걸렸다’ 라면서 몇 달 만에 대충 배울 생각 하지 말라 하셔서 계속 삼촌 눈앞에서 만들었습니다. 1년이 지나서야 제가 따로 만드는 걸 허락해주시더라고요.”

인근 일식집에서 카피할 정도로 ‘대박’난 소스

장사는 기대했던 것보다 잘 안 되었다. 아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손님들을 더 끌어들일 만 한 무언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원주씨는 새로운 메뉴 연구에 착수했다. 돈가스를 튀겨서 소스를 묻혀도 보고 케첩, 간장 등을 졸여도 보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느 날 손님이 오셔서 매운맛 돈가스 없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순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과 좀 다르게 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조금 더 넣어보고 6개월 정도 테스트를 거쳐서 ‘매콤달콤’이라는 새로운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소스는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20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8평밖에 안 되는 식당이 늘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매장에는 늘 사람들이 줄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한동안 주변 일식집 요리사들이 직접 찾아와 먹어보고 그대로 비슷한 맛의 소스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장사가 잘되자 평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자기 뜻을 실천에 옮겼다. 자신의 주변에 있던 어려운 처지인 사람들을 돕자는 것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던 선배를 찾아가 같이 일해보자고 설득해 광화문 매장 운영을 맡겼다.

‘할아버지 돈가스’ 삼촌이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이 길로 이끌어 주신 분이기도 하고 서로 돕고 살아야지 너만 이익 챙기지 말라고 누누이 그러셨죠.”

이후 그는 안국역에 ‘1988 오리진’ 매장을 맡았다. 매장을 새로 맡으면서 그는 더 힘들어졌다. 이전 매장에서는 점심과 저녁시간대만 장사를 했지만 밤에 주류 판매까지 새롭게 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막차시간을 놓쳐 집에도 못 들어가는 일도 많다. 월요일에 출근해 금요일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간 적도 꽤 많다.

'1988 오리진'의 돈가스
'1988 오리진'의 돈가스ⓒ푸곰 블로그 제공

이런 상황에서도 그에게 힘을 주는 것은 ‘100년 기업’에 대한 꿈이다. 또한 매장을 늘리는 것도 그의 오랜 소망이다. 함께 일을 해보고 싶다고 직접 찾아오거나 문의하는 이들도 꽤 있다. 실제로 와서 일을 배우거나 매장을 직접 운영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힘들다며 그만두고 가버렸다.

“저는 그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저는 정말 열과 성을 다해 도와줬는데 다들 힘들다며 그만두더군요. 앞으로는 일정 금액 보증금을 받고 일을 해보려고 해요. 모든 걸 제가 부담하려니 저만 힘들어서요.”

매장을 늘리는 것과 소스를 공급해줄 수 있는 소스 공장을 따로 만드는 것도 목표다. 손님들에게 선보일 새로운 메뉴도 몇가지 구상하고 있다.

“지금 생각으로는 매장을 다섯 개 정도로 늘리고 싶습니다. 아직 우리 소스를 만드는 곳이 잠실의 ‘할아버지 돈가스’ 하고 저밖에 없어요. 소스공장도 만들고 체계적인 레시피대로 만들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나중에 제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혹은 다른 사람까지 하면 3대는 갈수 있지 않을까요?”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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