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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여전히 감옥에서 경쟁자 압박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뉴시스/AP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얼마나 저명한 인물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것이다. “룰라”는 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노동자당을 창당하고 지난 30년간 브라질 정치계의 일인자로 군림해 왔다.

룰라는 1989년, 1994년, 1998년 대선의 선두 주자 중 하나였고, 2002년에 대통령에 당선돼 2006년 압승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또, 2010년과 2014년에는 그의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가 80%가 넘는 지지율로 퇴임한 룰라의 도움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현재, 룰라는 오는 10월 대선의 압도적인 선두주자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다.

지난 1월 21일, 룰라는 항소심에서 부패혐의로 12년형을 받았다. 논란에 휩싸인 이 판결로 국민 여론은 크게 갈렸고, 룰라 지지자들은 이것이 그의 대선 도전을 막으려는 정치적인 계략이라며 분개했다.

이론상으로는 룰라의 대선 출마에 문제가 없다. 브라질의 “청렴후보법”은 형사사건으로 항소심 유죄를 받은 사람의 공직 선거 출마를 금지한다. 하지만 룰라의 경우, 법해석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최고선거법원(Superior Electoral Court)은 아직 그의 출마를 금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질의 정치학자로서, 우리는 룰라가 10월에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12명이나 되는 후보가 출마했고 선두주자 룰라도 없으니 오는 10월 선거는 1980년대 브라질이 민주화된 이래 가장 예측 불가능한 대선이 됐다.

브라질에는 정당이 무척 많다. 마지막으로 셌을 때 무려 35개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대선은 전통적으로 예측하기 굉장히 쉬웠다. 브라질 대선의 결선투표제 때문에 1차 투표 이후 정당들이 결선 투표를 치르는 1, 2위 후보 주위로 재결집하기 때문이다.

지난 6번의 대선 동안 승자는 늘 룰라의 노동자당이나 보수 성향의 사회민주당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우선 10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노동자당은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노동자당 지도부는 선거법원이 금지할 때까지 계속 룰라의 출마를 고집할 수 있다. 그러다가 룰라의 출마가 불허되면 룰라의 지지자들에게 대체 후보를 밀어달라고 호소하면 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룰라 지지자의 2/3는 룰라가 지명하는 후보를 무조건 찍겠다고 한다).

하지만 룰라의 출마가 너무 늦게 금지되면 노동자당 지지자들이 대체 후보를 제대로 알게 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이와는 달리, 노동자당이 룰라의 출마를 포기하고 그에게 빨리 대체 후보를 지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노동자당 지도부가 지지자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룰라 지지자들의 표심을 얻을만한 후보는 중도 민주노동당의 시루 고미스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단아 같은 고미스는 노동자당과 노동자의 위대한 창당자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마음먹은 듯하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뉴시스/AP

노동자당만 이번 선거에서 고전하는 게 아니다

2015년에 지우마 호세프를 탄핵해 정권을 장악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도 부패혐의에 시달리며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브라질 국민의 거의 절반은 호세프의 탄핵을 테메르가 주도한 무혈 쿠데타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나머지 국민의 대부분도 테메르가 심각한 불경기에도 긴축 정책을 펼치자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니 지지율이 5% 미만인 테메르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다.

브라질의 주류 보수를 대표하는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제라우두 아우키민 전 상파울루 시장도 악전고투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8%에 불과했고, 아직 아무도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아우키민을 비롯한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주요 인사들도 룰라의 발목을 잡은 부패 사건에 연루돼 있다.

전통적으로 선두주자를 지지해 왔던 브라질의 언론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대선 출마를 고려하던 유명 토크쇼 진행자 Luciano Huck를 띄워줬다. 하지만 그는 2월 초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이후 칼럼니스트들은 호아킴 바르보사(Joaquim Barbosa) 전 대법관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그는 몇 년 전 크게 논란이 됐던 한 부패스캔들로 노동자당 고위 당직자 몇 명을 기소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또한 5월 초에 대권 도전을 접었다.

독재시절이 떠오른다?

이 와중에 확연히 눈에 띄는 후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일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총기 소지를 찬성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이 전직 장성이 대통령으로 밀어주기에는 너무 해괴한 인사라고 판단한 듯하다.

지난 4월, 보우소나루는 여성과 동성애자, 소수인종을 공격해 “증오를 부추긴다”는 죄로 기소됐다. 그는 또한 1964년부터 1985년까지의 군사독재 시절에 대해 향수에 젖고는 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그를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라 부른다.

이번 대선 기간 동안 보우소나루에 앞선 사람은 룰라 혼자였다. 현재 약 15%의 유권자가 그에게 표를 찍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룰라가 출마하지 못하게 되면 볼소나로의 득표율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보우소나루의 가장 큰 약점은 그의 극단주의다. 역사가 보여주듯, 브라질과 같은 결선투표제 하에서는 중도층을 사로잡는 후보가 이기기 때문이다.

마리나 시우바
마리나 시우바ⓒ뉴시스/AP

외부자의 등장

대선이 있는 해에 양대 정당 모두가 부패 사건에 연루돼 있으니 어떤 후보들은 자신을 ‘외부자’로 포장하려 한다.

환경주의의 열렬한 전파자인 마리나 시우바는 대권에 세 번 도전하면서 늘 자신이 브라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외부자임을 내세웠다. 심지어 의원 경력 30년인 볼소나로도 자신이 군 장성 출신임을 강조한다.

올해는 이것이 합리적인 선거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바와 보우소나루는 뒷받침해주는 주류 정당이 없기 때문에 선거 자금과 텔레비전-라디오 광고 시간, 그리고 세계 5위의 크기를 자랑하는 브라질 전역을 포괄하는 선거운동 조직 모두 부족할 것이다.

정치적 위기가 4년이나 이어지자 많은 브라질 국민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과 도지사도 선출하는 2018년 선거를 통해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재출발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원문보기:http://theconversation.com/brazilian-candidate-still-crushing-his-rivals-from-jail-95634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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