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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주도 이유로 구속된 이영주, 국민참여재판서 “집행유예”
폭력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8.06.14.
폭력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8.06.14.ⓒ뉴시스

노동자·민중의 목소리에 불통과 탄압으로 답했던 박근혜 정권에 맞서 민중총궐기를 이끌었던 민주노총 집행부 이영주 전 사무총장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제33형사부(이영훈 재판장)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20호 법정에서 열린 이영주 전 사무총장에 대한 재판에서 징역 3년, 4년 집행유예,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이 전 사무총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등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2·13일 양일간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린다. 배심원들의 평결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형사합의33부는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일간 진행된 재판에선 이영주 전 사무총장 측과 검사 측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이 전 사무총장 측은 집회 신고제를 허가제로 취급하고, 위헌적으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시민들에게 발포한 경찰의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했음을 강조하며 “이 전 사무총장에게 적용된 혐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초 경찰의 공무집행이 잘못됐기에 시민들이 저항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판례에서도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인정된 경우가 존재한다. 반면 검찰은 당시 집회가 격하게 번진 점을 강조하며 차벽 설치, 물대포, 캡사이신 사용 등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등은 11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영주 전 사무총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등은 11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영주 전 사무총장의 석방을 촉구했다.ⓒ민중의소리

재판부에 따르면, 이 전 사무총장 측 변호와 검사 측의 공방을 지켜본 배심원 중 6명은 집행유예 양형을, 단 1명만이 실형을 내려야한다고 봤다.

재판장은 7명의 배심원들이 모두 유죄로 봤다고 전하며 다음과 같이 재판부의 판단을 밝혔다.

우선 재판장은 “위법한 공무집행이 인정되기는 하나, 시위 참가자들의 정당방위 요건 또한 갖추지 못했기에 유죄”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장은 “(총궐기 집회 당시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폭행 당한 경찰관 수가 적지 않고, 부서진 공여물건도 상당하며, 피고인이 상당기간 조사를 받지 않은 점 등을 봤을 때 죄질이 높다”면서도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점, 피해 경찰관에게 사죄의사를 표한 점, 당시 정부가 노동자 다수의 입장을 수용·협의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태도를 보인 점, 경찰의 직무집행이 일부 위법했던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은 “징역 3년, 4년간 집행유예, 벌금 50만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민주노총은 재판결과에 대해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사법부가 차벽과 물대포 살수 등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루고 공소사실 모두에 유죄판결을 내린 점에 대해 “사법부가 여전히 기존 판결을 뒤집지 못한 것으로 촛불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정의와 양심에 입각한 새로운 판결은 아니다. 이에 비판과 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이번 재판을 통해서 그동안 신고제가 허가제로 운영되어지고 있는 지점 등이 깨지는 계기가 됐으면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제기했던 3가지(허가제, 차벽설치, 최루액 섞은 물대포)에 대해선 제대로 답을 주지 않았다”며 “그냥 포괄적으로 공무집행에도 문제가 있었으나, 유죄라고 두리뭉실하게 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선 “물대포에 대한 위헌판결도 있었고, 이 전 사무총장의 구속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이전에 열심히 공직생활을 했다는 점 등을 참고했으리라 본다”며 “배심원들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말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촛불 이전과 이후의 변화된 세상의 시대정신이 재판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조 위원장은 “실제 민중총궐기라고 하는 것은 촛불시민들을 혁명광장으로 인도하는 시대의 도화선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자, 농민,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 유죄라고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점은 사법정의에 훨씬 못 미친 판결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쌍차범국민대회 당시 나란히 함께 걷고 있는 한상균과 이영주, 최종진
쌍차범국민대회 당시 나란히 함께 걷고 있는 한상균과 이영주, 최종진ⓒ이영주 사무총장 페이스북

한편, 이영주는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대투쟁’이 벌어지던 1987년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당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한 줄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 사건은 이영주뿐만 아니라 수많은 교사들에게 참교육에 대한 열망을 키우게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영주는 전교조 발기인대회 투쟁선봉대로 참여하면서 전교조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박근혜 정권의 집권과 동시에 이영주는 전교조 제16대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때 전교조는 해고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감싸고 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으며, 전교조 전임자들은 줄줄이 해고통보를 받았다. 2015년 이영주는 한상균(위원장)·최종진(수석부위원장)과 함께 “정상의 비정상으로 회귀하는 박근혜정권과 맞서 달라”는 요구와 바람을 안고 민주노총 1기 직선제에서 당선됐다. 그리고 2015년 4·24 총파업을 시작으로 11월 10만 민중총궐기 등을 이끌었다. 민중총궐기를 이끌었다는 이유로 구속된 한상균 위원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는 2년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사실상 구속된 수배생활을 해야만 했고, 지난해 12월 말 구속됐다.

14일 이영주 전 사무총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 환영식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영주 저 사무총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밝힌 소감이다.

14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영주 전 사무청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고 있다.
14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영주 전 사무청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고 있다.ⓒ민주노총 제공

3년 만에 야외에서 마이크 잡아봅니다. 많은 분들의 걱정과 달리, 구치소 안은 힘들지 않았습니다. 3년을 돌아보고, 3년 동안 느끼지 못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15년, 절박하다 단 한번의 승리, 그리고 박근혜와의 맞장. 그 구호로 살아온 시간입니다. 절박한 첫 승리를 만들어낸 민주노총 모든 동지들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6개월이었습니다. 안에 있는 저보다는 아직도 끊임없이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더 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은 민중총궐기부터 지난 3년을 이끌어온 마중물이자 심지였습니다. 그 첫번째 승리를 만든 민주노총이 두번째 승리를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지난 3년, 함께 해주었던 마음과 힘을 바탕으로 남은 기간 동안 앞으로의 제 삶 속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가 보장되는 세상,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우고 함께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동지들에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석방을 환영하는 한상균 전 위원장과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석방을 환영하는 한상균 전 위원장과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민주노총 제공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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