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집단해고 통보 나흘 동안 천당·이승 오간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들’
이케이맨파워는 지난 11일 대한항공 기내청소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14일 이를 철회했다.
이케이맨파워는 지난 11일 대한항공 기내청소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14일 이를 철회했다.ⓒ공공운수노조 제공

대한항공 측이 올해 초 제대로 된 최저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14일간 파업에 돌입했던 재하청 기내청소노동자 35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논란이 되자 손바닥 뒤집듯 “재계약을 맺겠다”고 밝혔다.

14일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오늘 오후 보복성 해고통보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던 중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취소하고 재계약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의 생존에 대한 문제인데 이렇게 쉽게 해고통보를 했다가 취소하는 둥 이랬다 저랬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한국공항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재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 주식회사는 지난 11일 350명의 기내청소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사유에 대해 이케이맨파워는 “한국공항(주)와 체결중인 지상조업 도급계약이 2018년 7월31일 부로 계약만료되면서 경영상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대한항공에 의한 보복성 해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이들 노동자들은 올해 초 14일간 제대로 된 최저임금 지급과 남녀차별 임금문제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재하청업체의 해고통보가 대한항공에 의한 보복성 해고라고 해석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한항공, 한국공항, 이케이맨파워의 도급계약 구조.
대한항공, 한국공항, 이케이맨파워의 도급계약 구조.ⓒ공공운수노조 제공

이케이맨파워와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으로부터 항공운수보조 도급을 받는 중간하청업체다. 대한항공의 지분율이 59%가 넘기 때문에 사실상 계열사나 다름없다. 대한항공은 이 중간업체를 통해서 기내청소·세탁과 화물(창고), 셔틀·기내판매물 등에 따라 재하청업체들과 도급계약을 맺어왔다. 이렇게 재하청 도급을 맺은 회사는 이케이맨파워, 신우산업, 장풍, 케이텍, 포트서비스 등 총 8개 업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 도급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이케이맨파워 소속 기내청소노동자들 뿐이었다. 다른 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계약은 모두 갱신된 상태였다. 한국공항과 이케이맨파워 두 업체의 도급계약은 2010년부터 갱신되어온 터라, 의혹은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또한 이케이맨파워는 별도로 기내면세판매물 케터링조업과 관련해 160명의 인원을 대한항공과 도급계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도급계약 종료 통보를 받지 않았다. 기내청소부분만 타겟으로 도급계약을 종료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노조는 이날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은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청소노동자들을 타겟으로 보복성 조치를 추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노조는 법적대응 및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노조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이케이맨파워는 노조로 공문을 하 나 보내왔다. “회사의 한국공항과 체결 중인 지상조업 도급계약이 2018년 8월1일부로 연장하기로 하여 경영상 위기에 의한 해고일정을 철회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노조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조는 일단 투쟁일정을 잠정 유보한 상태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 200여명은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 200여명은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공공운수노조

한편,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 200여명은 지난해 12월30일부터 14일간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받자”며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파업 당시 노동자들은 “명절과 휴가도 없이 하루 12시간 기본근무에, 추가 연장근무를 하면 5시에 출근해 20시에도 집에 못가는 날이 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회사는 기존 수당을 삭감하여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맞춰왔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지난해 7월 전후로 기내 소독 후 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청소를 하다가 쓰러져 응급실 진료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회사 측은 소독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전혀 알리지 않아 노동자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당시 노조는 이케이맨파워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는 한편, 한국공항과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승훈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