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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 ‘휠체어 기차’가 나타났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4일 장애인이동권보장 등을 촉구하기 위한 휠체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4일 장애인이동권보장 등을 촉구하기 위한 휠체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민중의소리

지하철 1호선 신길역 승강장. 지하철 대신 휠체어 기차가 눈에 띈다. 전동휠체어를 탄 30여 명의 장애인들이 한 줄로 서 있다. 허리가 끊어진다면 기차라 할 수 없다. 지하철이 도착하자 30여 대의 휠체어가 7-1 문으로 연이어 승차했다. 첫 번째 탑승자부터 마지막 탑승자까지 일렬로 줄지어 있으니 지하철 두 칸이 가득 찼다. 지하철 한 칸의 길이는 약 17m. 약 35m 휠체어 기차의 도착지는 시청역이었다.

“신길역 추락참사 서울시는 사과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4일 오전 9시 30분 이곳에서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 서울시 책임인정 및 공식사과 지하철 타기 행사’를 열었다.

전장연은 “지난 해 이곳에서 한경덕씨가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하던 중 사망했다”며 “장애인이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타다 죽었는데 서울시, 서울교통공사는 책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2017년 10월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향하는 환승장에서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던 중 계단 밑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는 2001년부터 계속돼왔다.

전장연은 “지난 5월 신길역 사고와 관련하여 서울교통공사 및 서울도시교통본부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도의적으로 유감스럽고 책임을 통감하나 법적‧사회적 책임은 없다는 내용의 일관된 태도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신길서 시청까지 평소 15분 거리,
휠체어 기차는 2시간여를 달렸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4일 장애인이동권보장 등을 촉구하기 위한 휠체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4일 장애인이동권보장 등을 촉구하기 위한 휠체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민중의소리

신길-대방-노량진-용산-남영-서울역-시청. 휠체어 기차는 각 역마다 한 문으로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승하차 시간은 대략 5분. 평소 출입문 개폐시간을 고려하면 긴 시간이었다. 승하차 시간을 지연시킨 것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넓은 틈도 한 몫 했다. 넓은 틈에 바퀴가 걸려 전동휠체어일지라도 성인 2명 이상의 도움이 필요했다. 휠체어 기차는 15분 거리를 1시간 50분 만에 왔다.

이 과정에서 1호선 운행이 지연됐고 일부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약속에 늦었다. 왜 여기 와서 이러느냐” “대중교통을 방해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장애인은 인간이 아니다” “싹 쓸어버려야 한다”는 등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형숙 노등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20년이 다 돼가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이 시설에 갇혀 있어야 하고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밥 먹고 잠 자는 것처럼 이동권은 기본권이다”라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들 "휠체어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4일 장애인이동권보장 등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4일 장애인이동권보장 등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민중의소리

시청역에 도착한 휠체어 기차는 낮 1시 시청 앞에서 ‘서울시장 당선 축하 및 이동권선언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서울시는 신길역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라”며 “박원순 시장은 2015년 12월 3일 발표한 「장애인이동권증진을위한 서울시선언」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모든 역의 휠체어 리프트를 철폐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엘리베이터는 노인, 어린이, 임산부, 장애인 등 모든 교통약자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 역 안에 엘리베이터가 생긴 것도 장애인단체들이 10년간 투쟁한 덕분”이라며 “시민들이 왜 장애인들이 이동권에 대해 말하는지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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