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자유한국당 쇄신 논의가 무의미한 이유

6.13 지방선거 뒤 자유한국당 쇄신에 대한 주문이 많다. 자유한국당이 역대 최악의 결과를 냈으니 당연한 귀결이기는 하다. 자유한국당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단지 자유한국당을 잘 정비해보라는 수준이 아니다. 국민은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도높은 쇄신을 한들 이와 같은 회의를 불식시킬 수는 없다.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생떼를 부리고 막말을 일삼은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지방선거 참패의 일차적 원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참패의 진정한 원인은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의 존립할 수 있는 여건이 무너졌고, 존재 이유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이 수십년 간 한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책임과 헌신, 법치와 같은 보수주의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단지 분단과 독재에 기댄 냉전수구세력이었을 뿐이다.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나 친일에 대한 옹호는 정상적인 보수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역주의의 조장이나 편승이 가장 중요한 집권 전략이었다. 보수주의의 대표적 가치인 자유주의도 이들에게는 소수 재벌과 부유층의 기득권을 합리화하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촛불혁명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등과 같은 시대적 변화는 이렇게 연명하는 세력의 존재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지방선거 참패를 단지 정치적 지지세의 일시적 변동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현재의 자유한국당에게 이를 기대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에 합리적 보수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당권을 놓고 대립하는 주류와 비주류만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당 안에서 합리적 주장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상당수는 이명박 정권 시절 날치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을 비판하는 이들 중에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던 사람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진박 감별’을 통과했던 사람들이 의원직은 고수하면서 당이 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수구기득권의 일원으로 있다가 잠시 당권에서 밀려나 현재의 지도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서 합리적 보수라 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이른바 '보수주의 가치 재정립’등과 같은 과제를 수행할 능력도 없고 자격도 없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쇄신 역시 가능하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한국 정치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정치권 퇴출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 첫 발을 뗀 것 뿐이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