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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손 안에서 느끼는 소확행(小確幸) ‘마이 오아시스’ - 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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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낄까?

스트레스의 연속인 팍팍한 일상에서 행복이란 단어조차 떠올리기 쉽지 않다. 그러다 문득 퇴근길 한강철교를 지나면서 보는 노을, 건조기에서 막 꺼낸 보송보송한 이불에서 입고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바라던 내 집 마련을 했거나, 큰 금액의 복권에 당첨되거나 하는 큰 행복에는 못 미치겠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기분 좋은 행복 덕분에 하루를 위로 받는다.

이를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자신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에서 ‘소확행(小確幸)’이라 불렀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처럼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뜻한다.

약속과 업무가 가득 찬 스마트폰에서도 ‘소확행’을 느낄 수 있다. 바로 힐링게임 ‘마이 오아시스’를 통해서다.

경쟁과 성장이 목적이 아닌 그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게임 ‘마이 오아시스’의 개발한 버프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를 만났다.

버프스튜디오의 '마이 오아시스'
버프스튜디오의 '마이 오아시스'ⓒ버프스튜디오

“너의 꿈은 잘 있어?” 하루를 위로하는 ‘힐링게임’

마이 오아시스는 퀘스트와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아이템을 모으고, 장비를 강화하고, 캐릭터를 성장시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게임을 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심심한 게임이다.

마이 오아시스를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를 가진 섬만이 하늘에 둥둥 떠 있다. 플레이 방법은 쉽다. 화면을 터치해서 얻는 하트로 오아시스를 레벨업해 푸르게 만들 수도 있고 여러 동물들을 채워 넣을 수도 있다. 굳이 터치를 하지 않아도 조금씩 하트는 채워진다.

자주 터치를 해서 많은 하트를 모아 오아시스를 빨리 성장시킬 수도 있지만, 김도형 대표는 마이 오아시스를 여유롭게 플레이할 것을 추천한다. 플레이하다보면 곳곳에 숨겨진 힐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소개할 땐 레벨업에 목 맨 게임이 아니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소개해요. 유저들 중에도 레벨업에 목매는 분들도 많은데 굳이 레벨업을 안 해도 돼요. 틈틈이 생각날 때나 하루를 마감하면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한 번 씩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게임을 하다보면 오아시스의 친구들이 말을 걸어온다. “너의 꿈은 잘 있어?”, “꿈을 이루는 데 시간제한은 없어”, “너 자신을 믿어봐”, “지금까지 잘해왔어. 앞으로도 그럴거고”라고 플레이어를 토닥여준다. 작은 한마디지만 힘들었던 하루일수록 큰 위로로 다가온다.

‘수련’도 마이 오아시스가 가진 힐링 요소다. 다른 게임에서는 퀘스트나 미션으로 이름 붙여질법한 요소지만 마이 오아시스에서는 ‘명상하기’, ‘욕심 버리기’, ‘겁먹지 않기’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련을 넣어놓았다. 그리고 수련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실제로도 가장 어려운 ‘타인의 삶 이해하기’다.

마이 오아시스의 또 다른 힐링 요소는 소리다. 게임 배경에 흘러나오는 BGM은 힐링에 어울리는 곡들로 채워졌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나니’는 조용한 기타소리에 인디가수 ‘문빛’의 차분한 목소리가 더해져 긴장을 풀어준다.

버프스튜디오의 '마이 오아시스'
버프스튜디오의 '마이 오아시스'ⓒ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는 마이 오아시스를 개발하면서 곳곳에 힐링 요소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고민했다. 특히 음표를 통해 오아시스의 개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은 마이 오아시스만의 특징이다.

“플레이어에게 힐링을 주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음악, 빗소리라든지, 오아시스의 개체들이 전하는 문구들, 그래픽에서도 그런 것들을 적용했죠. 특히 게임 내에 개체랑 음표를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풀어냈어요. 오아시스가 내는 소리를 플레이어가 연주해서 눈이 내리게 한다거나 밤이 되게 할 수 있죠.”

2016년 6월 구글플레이에서 국내 발매된 마이 오아시스는 한달만에 1위를 달성했으며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반응을 보였다. 2017년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인디 게임’ 최우수상과 2017년 이달의 우수게임 ‘착한게임’ 부분에 선정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마이 오아시스로 위로를 받았지만, 반대로 김도형 대표를 비롯한 버프스튜디오 직원들은 게임의 리뷰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게임 리뷰 중에는 자살을 생각했는데 게임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줄었다는 리뷰도 있었고, 수유하는 엄마들 중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수유하면서 이 게임을 하면 힐링이 된다는 분도 있었어요. 학생들도 왕따를 당했는데 위로를 받았다고 리뷰를 남기기도 했고, 특히 삶에 지친 분들이 리뷰 많이 남겨주셨죠.”

김도형 버프스튜디오 대표
김도형 버프스튜디오 대표ⓒ민중의소리

“게임 개발자가 즐거워야 게이머도 즐겁게 즐길 수 있죠”

마이 오아시스는 버프스튜디오가 위기일 때 내놓은 ‘플랜B’였다. 버프스튜디오의 유일한 프로젝트였던 ‘용사는 진행중2’가 실패하자 급히 아이디어 노트에 있던 게임을 내놓게 된 것이다.

“회사가 제가 1인 개발로 만든 ‘용사는 진행중’을 기반으로 창업됐고 후속작을 오랫동안 만들었는데 반응이 안 좋았죠. 리뉴얼을 준비 중이었는데 회사의 유일한 프로젝트라 ‘잘 안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어서 플랜B로 준비한 게 마이 오아시스였어요. 마이 오아시스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폐업했거나 규모를 축소해서 명맥만 유지했겠죠.”

출시 당시에도 악재가 있었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출시하자마자 중국의 불법 다운로드로 피해를 볼 상황에 놓였지만 국내 유저들의 도움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운로드가 늘었던 것이다.

김도형 대표의 대표는 초등학교때부터 게임 개발자를 꿈꿔오다 1998년부터 게임 업계에 뛰어든 경력 20년차 게임 개발자다. 그러나 그는 2014년 1인 개발로 발표한 ‘용사는 진행중’이 성공하기 전까지 대표작이 없는 실패한 게임 개발자였다.

“게임 업계를 떠날 뻔한 적도 있었죠. 경력 10년차쯤 됐을 땐데 오랜 기간 게임을 만들어도 발매조차 못하고 실패하니까 성공한 게임 하나 없고, 그러다보니까 자존감이 막 떨어졌었죠. 그래서 1인 출판을 해볼까하고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더라구요.(웃음) 그러던 중에 예전에 일하던 분이 도와달라고 해서 다시 게임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게 됐죠.”

김도형 대표는 ‘용사는 진행중’을 개발하기 전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간단한 게임을 혼자 만들어 출시도 해봤지만 반응은 좋지 못했다. 그러다 본래 만들고 싶었던 ‘엔딩 있는 게임’을 3개월 만에 만들어 낸 것이 ‘용사는 진행중’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김도형 대표는 독립을 할 수 있었다.

김도형 대표가 1인 개발한 '용사는 진행중'
김도형 대표가 1인 개발한 '용사는 진행중'ⓒ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가 독립한 이유는 지금도 ‘구로의 등대’, ‘판교의 등대’로 불릴 정도로 중노동을 강요하는 대형 게임 개발사들의 경직된 개발 분위기보다 다른 개발 환경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다.

“개발에 있어서는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평등한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는 과장, 부장 같은 직급은 없고 그냥 닉네임을 불러요. 그리고 야근을 될 수 있으면 안 했으면 해요. 게임이라는 게 계속 발전하는 컨텐츠라 공부해야 할 게 많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게임을 하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버프스튜디오는 3가지 게임을 준비중이다. 그중 하나는 비주얼 노벨 장르의 어드벤쳐 게임으로 흡입력있는 시나리오를 위해 3~4번이나 큰 수정을 거치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또 패션으로 대결을 벌이는 독특한 컨셉의 게임과 색칠을 통해 디오라마를 완성하는 힐링 컨셉의 게임도 준비 중이다.

김도형 대표는 ‘라스트 오브 어스’, ‘언차티드’를 만든 ‘너티독’처럼 트리플A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에는 트리플A 게임 만드는 회사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죠. 그런 과정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어요. ‘용사는 진행중 어드밴스드’를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4로도 런칭하면서 그쪽에 대해 공부하고 있죠. 점점 경험을 쌓아서 트리플A 게임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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