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알면 알수록 불쾌해지는, 검찰 ‘사법농단’ 수사의 딜레마

독자

강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 지 좀 되지 않았어?

강기자

검찰이 6월 18일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에 관련 고발 사건들을 전부 배당했고, 그때부터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볼 수 있지.

독자

파급력이 엄청난 사건인데...아직까진 잠잠한 것 같네?

강기자

ㅇㅇ. 아직 뭐 이렇다할 자료를 검찰이 넘겨받지 못했으니깐.

독자

왜?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협조해주겠다고 했잖아!!

강기자

그랬더랬지...그래서 검찰도 수사 착수하자마자 대법원에 사건 관련자들 컴퓨터 하드디스크 원본을 달라고 요청했어.

독자

구체적으로 법원에 뭘 달라고 요청한거야?

강기자

애초 법원 자체조사단이 조사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 그리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의혹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간부·심의관들의 하드디스크, 핵심 관련자들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관용차량 이용 내역 등이야.

독자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못 받은건가?

강기자

ㅇㅇ 전혀. 검찰이 많이 답답해하는 것 같아.

독자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왜 안 주는거야?

강기자

일단 법원이 언론에 흘리고 있는 내용은 '요청받은 자료의 관리 주체가 누군지 등을 따져보고 임의제출 여부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거야.

독자

그런 건 자체조사할 때 이미 확인된 내용 아닐까?

강기자

상식적으로 그렇겠지?

독자

그런데 왜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대는거야?!

강기자

빨리 줘봐야 좋을 게 없으니깐. 온갖 이유를 대서 시간을 끌겠지. 어쨌든 언론에서도 '법원이 자료 안 주고 있다'고 압박하고 있으니 이번주 안에는 제출하지 않을까 싶어.

독자

글쿤. 그건 그렇고, 자료 받을 때가지 그럼 전혀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인건가?

강기자

그렇다고 봐야지.

독자

고발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강기자

ㅇㅇ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으니깐. 사실 이 사건의 경우 고발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순 없어. 고발인 조사는 가해자-피해자 상호 관계가 명확한 사건에서나 필수적이지. 간단히 예를 들면 폭행이나 협박 사건 같은 사건 말이야.

독자

그럼 무의미한 조사를 하고 있는 건가?

강기자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어. 로스쿨 교수들이랑 법원노조 관계자를 불러서 조사하는 건데, 로스쿨 교수들한테는 언론에 공개된 일부 문건으로 혐의 구성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해볼 수 있을거야. 예를 들어 예전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참고인으로 불러서 삼성 등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처럼. 법원노조 관계자한테는 법원 내부 사정이나 구조 등 이번 수사에 필요한 법원 내부 정보를 파악해볼 수 있겠지.

독자

아하. 나름 의미는 있겠네. 그럼 검찰이 이번 주에 법원에서 자료를 받으면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거야?

강기자

음...사실은 확신이 없어...

독자

왜?

강기자

일단 법원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일괄적으로 한 번에 넘겨줄 거란 보장이 없어.

독자

준다고 했는데?

강기자

준다고 했지. 근데 '필요한 자료를 전부 다 적극적으로 주겠다'고 한 적도 없지.

독자

헐...그럼 정작 민감하고 중요한 자료를 달라고 하면 그때 가서 딴 소리를 할 수도 있다는 건가?

강기자

난 그렇게 생각해. 일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언급한 자료 협조 범위는 '특조단 조사' 내용에 한정돼 있어. 그래서 그 이상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무조건 "오케이" 할 거라고 단정할 수도 없어.

독자

그런데 말이야...법원 특조단 조사 자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잖아?

강기자

ㅇㅇ. 그래서 수사기관이 직접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거지. 법원 내에 재판거래를 포함해 각종 사법농단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 얼만큼 무궁무진하게 있는지 아무도 몰라. 즉 특조단이 조사한 범위가 적절한지, 충분한지 판단할 근거가 현재로선 없는 거야. 최소한 지금 상황에선 법원 내부에 특조단이 조사한 것 이상의 내용들이 있을 것이란 의심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독자

그럼 결국 검찰이 받게 되는 자료 만으로는 수사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겠네?

강기자

난 그렇다고 봐. 더군다나 이 사건의 경우 누구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사법농단이 어느 범위까지 있었는지' 그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해.

독자

그럼 검찰이 할 수 있는 건 뭘까?

강기자

안타깝게도 이번 수사에 있어서 검찰이 할 수 있는 건 매우 제한적일거라고 봐.

독자

음...왜 그렇게 봐? 검찰은 강제수사권을 가진 유일한 기관인데 당연히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 거 아냐?

강기자

보통은 그렇지. 그런데 수사 대상이 '사법부'일 때는 이야기가 다르지...

독자

좀 자세히 설명해봐.

강기자

우선 사법부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누가 감히 우리를 샅샅이 뒤지냐'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어. 일종의 선민의식이지.

독자

수사하면 협조한다잖아? 그건 다 뒤져보라는 말 아냐?

강기자

노노.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법원은 일관되게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어. 1~3차까지 모두 자체조사가 진행된 것만 보면 알 수 있어.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까지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나쁜 짓들을 자체 조사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했어. 그건 강제수사까지 용인한다는 거고, 당연히 그절차라 필요하다는 취지였어. 그런데 사법부만은 예외였지. 대법원장이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 않은 건 곧 강제수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래서 검찰도 대법원장의 최종 입장 표명을 기다렸던 거고.

독자

그럼 검찰이 법원 입장 다 무시하고 그냥 강제수사해버리면 되지 않아? 원래 그렇게 했던 애들이잖아?

강기자

응 안돼.

독자

검찰이 강제수사를 못한다고?

강기자

당연하지. 압수수색이든 피의자 강제소환이든, 모든 강제수사는 '영장'이 있어야 할 수 있잖아.

독자

아...결국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줘야 하는 거구나?

강기자

그렇지. 강제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한 법원이 영장을 내줄리가 없지. 더군다나 검찰이 강제수사를 한다는 것은 법원이 자료 협조를 안 해준다는 건데, 임의제출도 안 해주는 법원이 과연 영장을 내줄까?

독자

안 내주겠지...

강기자

ㅇㅇ. 협조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수사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인 수사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사법부를 상대로는 그게 통하지 않는 셈이지. 검찰도 이 점을 알겠지.

독자

이거 참 첩첩산중이군...

강기자

현실적으로 검찰은 사법부가 주는 자료만 갖고 수사를 해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법부 뜻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클거야.

독자

사법부 뜻대로? 그게 무슨 말이야?

강기자

아까 말했듯이 지금 법원이 1주일 넘게 검찰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잖아? 이런 일이 몇 번은 더 반복될거야.

독자

법원이 무슨 자료를 더 갖고 있는지도 검찰은 전혀 알 수 없을텐데, 특조단 조사 자료 외에 다른 자료가 더 필요하다면 무슨 자료인지 특정해서 요구할 수도 없겠네?

강기자

ㅇㅇ. 대신 사법부는 수사 결과는 물론 재판 결과까지 예단할 수가 있지.

독자

어떻게?

강기자

ㅎㅎ 자료를 다 갖고 있고, 관련 내용들을 다 알고 있을테니깐. 우선 특조단 조사 범위에서 검찰이 수사했다고 가정해봐. 각각 무슨 혐의를 적용해서 기소할지 법원은 다 예상할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되면 그 재판을 하는 것 또한 결국 법원이잖아? 당연히 자기들이 가장 정확하게 판결까지 예상해볼 수 있겠지.

독자

뭥미? 이게 무슨 수사고 재판이야? 결국 법원이 재판 결과까지 예상할 수 있다면 이 사건 수사가 무슨 의미가 있어?

강기자

그래서 이 상황 자체가 골 때린다는 거야. 명목상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원이 검찰 수사를 컨트롤하는 꼴이지.

독자

법원이 알아서 이것저것 자료를 더 넘겨주거나, 검찰이 청구하는 영장을 다 발부해주고, 재판으로 넘어오면 완전히 '독립적'인 판사에게 재판을 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건가?

강기자

그렇게 되면 아마도 최소한 양승태 시절 자행된 '사법농단'의 실체적 진실에 가장 근접할 수 있겠지.

독자

그럴 가능성은?

강기자

딱 몇프로라고 말하기는 애매한데, '매우 낮다'는 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독자

열받는데 이거...그렇다면...만에 하나 검찰이 완벽하게 수사할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거지?

강기자

아니. 그렇지 않을걸?

독자

왜? 검찰이 사법부를 다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쨌거나 수사 과정에서 국민들이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될 거고, 그러면 법원이 판결할 때도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강기자

그렇겠지.

독자

그럼 뭐가 그렇지 않다는거야?

강기자

우선 이 사건의 특수성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독자

무슨 특수성?

강기자

'사법농단'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뭐야? 정치권력과 사법부가 어떤 사건의 재판 결과를 갖고 거래했다는 거잖아?

독자

그렇지!!

강기자

어떤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오려면 뭘 해야 돼?

독자

수사를 해야겠지.
아하!!! 검찰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겠네?

강기자

바로 그거야. 결국 검찰은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기들과 관련된 내용들은 걷어낼 가능성이 커. 그럼 결국 국민들은 이 사건의 모든 진실을 알 수 없게 되지.

독자

아...들으면 들을수록 빡치네...

강기자

그게 전부가 아니야.

독자

또 무슨 문제가 있어?

강기자

'수사기관인 검찰이 사법기관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건 적절할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볼 수가 있지.

독자

그렇군. 검찰이 사법부의 모든 정보를 알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강기자

ㅇㅇ 결국 검찰이 사법부 정보들을 나중에 다른 사건들을 수사할 때 악용할 수 있는거지.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사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국민들이 떠안게 될거야. 설마 검찰을 백프로 믿는 건 아니겠지?

독자

그럼 검찰이 수사해봐야 용두사미로 끝나는 건가?

강기자

일단 지금으로서는 사법부가 모든 걸 내려놓고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수 있도록 여론이 끊임없이 압박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독자

그러고 나선?

강기자

이후 수사 상황을 토대로 결국 국민들이 판단해서 적합한 방법을 요구해야겠지. 사법부가 최대한 협조했는데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한다고 판단되면, 특검을 요구할 수도 있을거야. 검찰 인력을 배제한 채 특검을 구성하면 적어도 ‘검찰이 사법부를 뒤지는’ 데 따른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그리고 국정조사에 이은 법관 탄핵소추 절차를 거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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