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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젊음을 말하고 만나게 하는 아련한 음악
김페리
김페리ⓒ포크라노스

날마다 음악을 듣는다. 음반을 듣고 음원을 듣는다. 싱글을 듣고 음반을 듣는다. 이용하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서 업데이트 하는 신곡을 확인한다. 주목하는 뮤지션들이나 인기 있는 뮤지션들이 새 음악을 발표하면 무조건 듣는다. 동료 평론가들이나 음악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음악도 찾아 듣는다. 해외 온라인 음악 서비스도 확인하고, 해외 대중음악 관련 매체도 확인하면서 듣는다. 낯선 이름을 발견하면 그 뮤지션의 이전 음반까지 찾아듣고, 익히 알고 있는 뮤지션이 새 음반을 발표하면 예전 음반을 오랜만에 다시 듣기도 한다. 국내외에서 얼마나 많은 음악이 쏟아지는지. 하루에 열 장 이상의 음반을 들어도 들어야 할 음반의 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도 놓치는 음악이 있다. 첫 번째 정규 음반 ‘다면체 신도시’를 발표한 김페리의 음악도 누군가 추천하지 않았다면 놓치고 말았을 거다. 물론 김페리의 음악은 결국 소문날 음악이다. 조금 늦게 듣더라도 반드시 듣게 될 음악이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음악이 좋기 때문이다.

밴드 차이나 몽키 브레인과 맨(Maan)에서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김페리는 5월 23일 자신의 첫 정규 솔로 음반 ‘다면체 신도시’를 발표했다. 총 10곡의 노래가 담긴 이 음반은 기존의 인디 록이나 모던 록을 좋아했던 이라면 금세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김페리는 솔로 음반을 냈지만 그가 구사하는 사운드는 모던 록 밴드 사운드이다. 그 중에서도 경쾌한 속도감과 시원한 멜로디를 결합한 밴드 사운드이다. 음반의 제목과 곡의 제목을 주의 깊게 듣지 않더라도 수록곡들은 인상적인 멜로디와 적절한 백비트로 금세 노래에 빠져들게 만든다.

김페리
김페리ⓒ포크라노스

인상적인 멜로디와 적절한 백비트로 빠져들게 만드는 앨범

음반의 첫 곡 ‘거품이 움직이는 도시’에서부터 김페리는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으로 경쾌한 리듬의 공간감에 친밀함을 만들어내는 멜로디를 얹어 반복한다. 단순한 구조이고 익숙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 리프와 멜로디는 친숙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영롱하게 반짝이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곡의 공간감은 익숙한 모던 록의 전형을 반복해 친숙하게 다가오는데, 깔끔한 곡의 테마와 적절한 변화는 기존 곡들과 다른 매력을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곡 ‘밤의 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스타일의 곡을 이야기 하자면 얼마든지 더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스타일이 같다고 곡이 같지 않으며, 매력 역시 같지 않다. 리듬을 던지고 리듬 위에 기타 리프를 얹어 곡을 드러낼 때부터 ‘밤의 거리’는 매력적인 리프로 귀를 잡아 끌고 마음을 건드린다.

리프가 건드리는 마음은 1990년대부터 이어온 모던 록 밴드들이 일관되게 재현하곤 했던 젊음과 그리움의 정서이다. 상실감과 아련함, 후회와 그리움을 모던 록의 사운드로 재현했던 밴드들처럼 김페리 역시 멜로디와 리듬을 반복하면서 젊음을 통과하는 이들 다수가 경험하는 정서를 이미 경험했던 음악 스타일로 끌어낸다. 1990년대부터 인디 록을 들어왔던 이들이라면 당시의 밴드들과 당시 자신의 젊음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이고, 현재의 젊음에게도 아련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사운드이다.

이 아련함은 열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젊음의 이면을 지배하는 풋풋함과 서툼, 아픔과 좌절을 낭만적으로 해석할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이다. 세상에 대해 다 포기하거나 익숙해지지 않은 이들이 여전히 기대와 선의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때,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조차 얼마쯤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담담하게 돌이켜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련해진다. 김페리는 ‘거품이 움직이는 도시’, ‘밤의 거리’, ‘잠 못 드는 서울’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도시를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데, 이 도시 역시 누군가의 시선에 비친 도시이고, 그 시선은 바로 김페리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젊음의 시선이다. 그는 단지 도시를 노래하기 위해 도시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떤 감정과 생각에 빠진 채 도시를 바라보고, 그 순간의 도시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말하고, 젊음을 말한다. ‘잠 못 드는 서울’에서 잠 못 드는 존재는 서울이면서 동시에 자신이다. 김페리는 이 곡에서도 단순한 리프와 맥 빠진 보컬로 낙담하고 지친 이들의 멘탈리티를 눈에 보일 듯 재현한다. 간결한 음악 언어와 곡의 공간감만으로도 곡의 정서에 공감하게 하고, 빠져들게 하는 힘은 전적으로 김페리의 음악에서 나온다. 곡의 후반부에서 비트를 부각시키면서 복고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감각 역시 김페리의 능력을 증명하면서 곡의 센치멘털리즘을 강화한다. 슬로우 템포의 곡 ‘두 개의 밤’도 일렉트릭 기타 연주의 리듬과 영롱함으로 답답한 상황마저 로맨틱하게 만들어버린다. 김페리는 좋은 송라이터이며 일관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어지는 곡 ‘비보’의 흐리고 축축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베이스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의 앙상블과 멜로디는 단절의 아쉬움조차 댄서블한 리듬과 함께 즐기면서 계속 센치멘탈한 감정에 빠져 있을 수 있게 해준다. 정직한 리듬과 화법이 돋보이는 ‘꿈’에서도 멜로디는 단순하고 자연스러워 곡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고 곡의 무게만큼을 정확하게 옮긴다. 발랄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Love’와 신스 팝에 가까운 ‘Sunday Love’에서도 김페리는 전통적인 사운드와 몽환적인 신디 사이저 사운드를 팝의 감각으로 버무려 공감할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곡으로 만들어냈다. 이 또한 젊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곡임은 물론이다. ‘우주고양이’와 ‘노래’ 역시 김페리의 자작곡으로 신스 팝과 팝도 잘 소화하는 김페리의 감각을 보여준다.

김페리의 ‘다면체 신도시’
김페리의 ‘다면체 신도시’ⓒ포크라노스

감각과 정서를 모던 록과 신스 팝으로 재현하는 김페리의 감각

그의 감각은 단순히 음악적 재능을 뽐내고 드러내는 감각이 아니다. 자신이 느끼고 같은 세대가 느끼는 감각. 성장과 좌절의 기록으로 공통된 감각과 정서를 모던 록과 신스 팝 등의 방법론으로 재현할 줄 아는 감각이다. 자신의 세대와 공간과 삶에 대해 말할 줄 알고, 그 실체를 음악으로 옮길 줄 아는 감각 덕분에 지나간 일들과 지나갔지만 다 지나가지 않은 일들이 바람에 몸 흔드는 숲처럼 우수수 깨어난다. 세상에 사라지는 것은 없다. 이 도시 어디에든 내가 있고 네가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젊음이었고, 젊음은 생의 길목마다 묻어 있다. 불현듯 다시 만날 시간.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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