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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경회루가 품은 3개의 돌다리, 하늘과 땅과 사람

편집자 주 - 서경원 칼럼니스트는 20여 년간 건축과 관련한 글을 쓰고 책을 내온 한국건축 전문가입니다. 한국건축의 매력에 빠진 이후 전국 곳곳의 사찰과 서원, 마을 등을 일터 겸 놀이터로 삼아 연구해왔습니다. 이산아카데미 특강을 앞두고 3회 분량의 기고문을 게재합니다. 7월 21일(토)부터 <서경원의 한국건축 속 인문학> 특강이 시작됩니다. 수강을 원하시는 분은 본 칼럼 하단의 정보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써 서로 만나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때부터 지금의 경회루 자리에는 정자가 있었다. 이 작은 누각이 기울자, 태종 12년에 공조판서인 박자청을 시켜 새로 건립한 것이 바로 경회루다. 공사 시작 8개월 만에 2층으로 된 35칸의 거대한 누를 완성했다. 단일 목조건축물 중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장대한 규모이며 국보 제224호로 지정되었다. 주변 땅이 습해 땅을 파내어 큰 연못도 만들었다. 이때 파낸 흙으로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뒤뜰에 아미산이라는 정원을 만든 것이다.

경회루 연못을 만들기 위해 파낸 흙으로 조성한 교태전 후원
경회루 연못을 만들기 위해 파낸 흙으로 조성한 교태전 후원ⓒ서경원

누의 이름은 태종의 명을 받아 하륜이 지었다. ‘경회慶會’는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써 서로 만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바른 정치를 펴기 위해서는 임금 자신의 밝은 덕은 물론, 유능한 인재를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란 걸 밝힌 것이다. 당시에 이곳은 외국 사신을 접대하거나 종친들과 공신들에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 쓰였고 과거시험이나 활쏘기 대회 등도 열렸다. 그뿐만 아니라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성종 때, 대대적으로 개축을 하며 1층 돌기둥에 용을 새겨 넣어 화려하게 꾸미기도 했다고 한다. 연산군 때는 ‘흥청’이라 불리던 전국의 기생들을 불러 모아 가무와 방탕을 일삼으며 흥청망청했던 곳이기도 했다. 임진왜란을 맞아 완전히 소실되었다. 그 이후로 250여 년간 폐허로 방치되었었다. 고종이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1867년 경회루도 재건하여 현재에 이른 것이다.

‘터무니 있기에’ 원형 복원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건축 관련 자료는 소실되어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재건공사를 하려면 먼저 터에 남아 있는 주춧돌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했다. 화재 등으로 건물은 소실되어도 돌로 된 주춧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주춧돌의 크기나 간격 등을 면밀히 조사해보면, 원래 건축물의 규모나 크기 등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하여 건축물의 원형복원작업을 한다. 우리는 근거가 없다는 뜻으로 ‘터무니없다’라는 표현을 흔히 쓰곤 한다. 여기서 ‘터무니’는 ‘터의 무늬’ 즉 터를 잡았던 자취인 주춧돌을 가리킨다. 무슨 일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어 반드시 터무니 즉 근거를 미리 살펴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일을 추진한다면, 이치나 도리에 맞지 않고 어긋난다는 뜻이다.

다행히 고종 때의 대신이었던 정학순이 폐허로 남아 있던 경회루 터의 주춧돌을 자세히 살펴보고, 관련 문헌을 조사하여 <경회루전도慶會樓全圖>와 범례로 <경회루삼십육궁지도慶會樓三十六宮之圖>를 저술하였다. 경회루복원의 지표를 세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도 경회루의 의미를 읽어내는 근거자료가 되곤 한다. 이 책에 의하면, 경회루로 건너가는 동쪽 3개의 석조다리는 해와 달과 별인 삼광三光을 의미한다고 한다. 돌다리로 통하는 세 개의 문에 걸린 현판은 이견문利見門, 함홍문含弘門, 자시문資始門인데. 이 뜻을 자세히 살피면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표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부터 각각의 문에 달린 현판의 의미를 살펴 사실 여부를 가늠해보자.

경회루로 통하는 3개의 문과 돌다리는 동양의 삼재사상을 상징한다.
경회루로 통하는 3개의 문과 돌다리는 동양의 삼재사상을 상징한다.ⓒ서경원


이견利見은 경회慶會와 같은 의미다

정학순은 <경회루전도慶會樓全圖>에서 주역周易의 원리를 바탕으로 우주 만물의 질서를 구현한 것이 경회루라 했다. 즉 경회루는 역의 원리로 지어졌다는 말이다. <경회루삼십육궁지도慶會樓三十六宮之圖>에서 36이란 숫자가 왜 주역의 64괘가 되는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경회루는 정면 7칸과 측면 5칸을 합하여 35칸 건물이다. 여기에 건물 전체를 큰 한 칸으로 보아 총 36칸이라 설명했다. 경회루는 바로 주역 36궁을 건축물로 구축해 놓았다는 뜻이다. 그 이야기를 모두 풀자면 복잡하고 한참이나 길어진다. 생략하고 여기서는 이견문利見門에 무슨 의미가 들어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주역周易>은 64괘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괘의 이름이 하늘을 의미하는 중천건重天乾 괘다. 건괘의 본문은 ‘건은 원형이정元亨利貞하니라’로 시작된다. 원형이정은 춘하추동 사계절의 의미도 된다. 조선 시대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은 6책(이, 호, 예, 병, 형, 공전工典) 4권으로 되어 있는데, 각 권의 분류 이름이 원형이정으로 되어 있다. 나라의 근간이 되는 법전도 성리학의 나라답게 유학의 용어로 분류해 놓았다.

주역에서 한 괘는 6효六爻로 되어 있는데, 위의 두 효는 하늘을, 중간 두 효는 사람을, 밑에 두 효는 땅을 의미하여 삼재三才 사상을 의미한다. 괘를 해석할 때는 맨 밑의 초효初爻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차례로 한다. 건괘 초효初爻는 이리 시작된다.

‘잠룡潛龍이니 물용勿用이니라’ 즉, 물에 잠긴 어린 용이니 아직 쓰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가 대통령선거를 할 때 보면, 주로 언론에서 대통령 후보들을 잠룡들이라 칭하곤 한다. 대권에 도전하려고 물밑에서 암중모색하는 아직은 어두운 시기다. 이때는 행동을 조심하고 섣부르게 움직여서는 안 되는 때다. 두 번째 양효는 이렇다.

‘현룡재전見龍在田이니 이견대인利見大人이니라’ 이다. ‘드디어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는 뜻이다.

그동안 초야에 묻혀 학덕을 쌓으며 능력을 기른 선비가 드디어 자기의 꿈을 이루고자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자기 경륜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를 알아 봐주는 대인을 만나야만 된다. 비유하자면 초야에 묻혀 때를 기다리던 제갈량의 자리쯤이다. 드디어 제갈량이 자기를 알아 봐준 유비를 만나 꿈을 펼치는 형국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자리 해석은 건너뛰고, 바로 다섯 번째 양효를 보자.

비룡재천飛龍在天이니 이견대인利見大人이니라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두 번째 효와 똑같이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는 뜻이 들어있다.

이 자리는 옛날로 치자면 임금의 자리다. 옛날 임금이든지 지금의 대통령이든지 한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반드시 대인 즉 훌륭한 인재를 만나야만 이롭다는 뜻이다. 천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능한 인재들이 필요하다. 제갈량이 필요했기에 삼고초려三顧草廬한 유비의 마음자리다. 자기의 뜻을 세상에 펼치고자 하는 군자는 반드시 자기 능력을 알아봐 주는 주군을 만나야 한다. 주군 역시 세상을 잘 경영하려면 반드시 유능한 신하가 필요하다. 둘이 서로 꼭 잘 만나야만 이롭다는 뜻이 바로 이견대인利見大人이다.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써 서로 만난다는 뜻인 경회慶會와 바로 일맥상통하는 의미다.

천지인 삼재三才 중 사람을 상징하는 이견문利見門이다.  문 넘어 바닥을 자세히 보면 3도(3개의 길)로 다른 문들보다 화려하고 남쪽에 위치해 있다.  다른 2개의 문의 바닥이 2도인 것에 비해 3도로 폭이 넓다. 왕이 다니던 문일 것이라 추정한다.
천지인 삼재三才 중 사람을 상징하는 이견문利見門이다. 문 넘어 바닥을 자세히 보면 3도(3개의 길)로 다른 문들보다 화려하고 남쪽에 위치해 있다. 다른 2개의 문의 바닥이 2도인 것에 비해 3도로 폭이 넓다. 왕이 다니던 문일 것이라 추정한다.ⓒ서경원

경회루로 건너는 남쪽 돌다리인 이견문利見門이 바로 이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중 사람[人]을 상징하는 다리다. 가운데 부분이 좀 높고 양쪽이 낮은 3도로 조성되어 있다.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크고 화려하게 놓여있다. 아마도 조선 시대 임금들은 이 다리를 이용하여 경회루로 출입하였을 것이다.

만물은 하늘에서 비롯되어 땅을 바탕으로 산다

동양에서는 세상의 이치를 음양陰陽으로 풀이한다. 하늘은 양이요, 땅은 음이다.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다. 대체로 양은 능동적이고, 음은 수동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주로 남자가 여자를 찾아가듯이 만물은 양에서 비롯되어 음에서 결실을 맺는다.

주역의 첫 번째인 건괘乾卦 단전彖傳에서는 하늘을 두고 이리 말했다.

주역의 첫번째인 건괘乾卦. 여섯 효 모두 양으로 구성되어 하늘을 상징한다.
주역의 첫번째인 건괘乾卦. 여섯 효 모두 양으로 구성되어 하늘을 상징한다.ⓒ서경원

‘대재大哉라 건원乾元이여 만물萬物이 자시資始하나니’ 크도다!
‘하늘의 원대함이여, 만물이 이를 바탕으로 비롯되나니’라고 표현하였다. 여기 자시資始에서 따 지은 이름이 경회루 북쪽 문 이름인 자시문資始門이다. 바로 삼재三才 중 하늘[天]을 상징하는 다리다. 2도로 놓여있다.

천지인 삼재三才 중 하늘을 상징하는 자시문資始門으로 북쪽에 위치한다.
천지인 삼재三才 중 하늘을 상징하는 자시문資始門으로 북쪽에 위치한다.ⓒ서경원

주역의 두 번째인 곤괘坤卦 단전彖傳에서는 땅을 두고 이리 말했다.

‘지재至哉라 곤원坤元이여 만물萬物이 자생資生하나니 (…) 함홍광대含弘光大하야 품물品物이 함형咸亨하니라’
‘지극하다! 땅의 큼이여, 만물이 이를 바탕으로 생겨나니, 머금어 키워 크게 빛나게 하야 온갖 만물이 다 함께 형통하니라,’ 라고 표현하였다. 여기 함홍광대含弘光大에서 따 지은 이름이 함홍문含弘門이다. 곧 삼재三才 중 땅[地]을 상징하는 다리다. 중간 위치에 2도로 놓여있다. 이렇듯 경복궁 경회루 동쪽 3개의 돌다리 문에 달린 현판들은 동양의 삼재사상三才思想인 천지인을 각각 상징하고 있다.

천지인 삼재三才 중 땅을 상징하는 함홍문含弘門으로 가운데 위치한다.
천지인 삼재三才 중 땅을 상징하는 함홍문含弘門으로 가운데 위치한다.ⓒ서경원

경회루 2층 누각의 한 가운데는 삼재三才를 상징하는 3칸으로 되어 있다. 임금이 앉는 자리로 중궁中宮, 태실太室, 태묘太廟라 부른다. 정학순의 <경회루삼십육궁지도慶會樓三十六宮之圖>에서도 이 자리는 삼재三才로 표기되어 있다. 미루어 경회루로 건너가는 3개의 다리는 해, 달, 별의 삼광三光을 뜻한다기보다는 하늘, 땅, 사람을 상징하는 삼재三才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서경원 특강 '한국건축 속 인문학'

편집자 주:서경원의 한국건축 칼럼은 다음 회차에 마감합니다. 더 깊은 정보를 얻고자 하시는 독자분은 7월 21일부터 시작하는 서경원의 <한국건축 속의 인문학> 특강을 수강하시면 좋습니다. 세부정보는 아래 파란 글씨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서경원의 <한국건축 속의 인문학> 수강정보와 수강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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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원 건축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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