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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농구] 코트 누비며 하나된 남북, 류경체육관에 울려퍼진 “평화!” “번영!”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고 있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5년 만에 남과 북이 농구로 하나가 됐다. 코트를 함께 누비고 공을 주고 받으며 교감을 나눴다. "평화!", "번영!"을 외치는 1만2천여 관중의 뜨거운 함성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앞서 '판문점선언'이 발표된 4월 27일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농구'부터 체육교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농구광'으로도 유명하다. 두 정상의 합의에 따라 남북은 6월 고위급회담과 체육회담을 통해 15년 만의 통일농구경기 개최를 확정지었다. 남북은 가을에는 서울에서도 경기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통일농구 첫날인 4일 오후 2시30분, 행사 시작 30분 전에 이미 관중석은 꽉 차 있었다. 15년 만에 열리는 통일농구 첫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북측 주민들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막대풍선을 들고 "평화!" "번영!"을 외치며 응원에 나섰다. 경기장에는 '반갑습니다', '아리랑', '우리의 소원', '고향의 봄', '소양강 처녀' 등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퍼졌다.

본 경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북측 김일국 체육상은 기념사를 통해 "화려한 4월의 봄날 북과 남의 수뇌분들이 함께 손잡고 넘나든 분단선을 오늘 우리 체육인들이 넘고, 내일은 북과 남의 온 민족이 활기롭게 넘나들 때 겨레의 아픔과 눈물이 피절게 슴배여있는 분열의 장벽은 무너지고 통일에로 가는 대통로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남측 대표단 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답사에서 "남과 북이 농구로 하나돼 평창 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새롭게 쓰기 위해 만났다"며 "15년 전 남북통일농구경기에 참가했던 선수가 감독이 돼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남측의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허재 감독이 15년 만에 선수에서 감독으로 평양땅을 다시 밟은 주인공이다.

조 장관은 "4월 27일 두 정상의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해 나가고 있다. 그 선두에 남북 체육교류가 있다"며 "이번 통일농구경기는 체육교류 확대와 발전, 민족 화해와 단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날 경기는 혼합경기 방식으로 치러졌다. 남북 선수들을 섞어 '평화'와 '번영', 두 팀으로 편성해 경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오후 3시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여자 평화팀의 남북 선수들이 두 명씩 짝을 이뤄 손을 잡고 코트로 들어섰다. 이어 여자 번영팀, 남자 평화·번영팀이 차례로 입장했다. 관중들은 형형색색의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열렬한 환호로 선수들을 맞았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평양 주민들이 관람하며 응원하고 있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평양 주민들이 관람하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첫 경기는 여자부 혼합경기였다. 남측 이문규 감독과 북측 정성심 코치가 이끄는 번영팀, 북측 장명진 감독과 남측 하숙례 코치가 이끄는 평화팀이 맞붙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남측에서 온 박종민 씨가 맡았다. 국내 프로농구 베테랑 장내 아나운서인 박 씨는 북측의 요청에 따라 방북단에 합류했다. 그는 영어로 된 농구용어를 북측 용어로 바꿔 설명했다. 리바운드는 북측 용어로 '판공잡기', 퍼스널 파울은 '개별 선수 반칙',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은 '걷기 위반', 사이드라인은 '측선'이다.

여자팀의 경우 다음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측 선수들의 면모가 관심 대상이었다.

북측 선수 중에서는 만 15세인 박진아가 눈에 띄었다. 키 205cm로 소개된 박진아는 통일농구에 참가한 남북 남녀 선수를 통틀어 가장 키가 크다. 평화팀 소속 박진아는 교체선수로 출전, 7득점을 했다.

경기는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며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결과는 번영팀이 103대 102로 1점차 승리. 번영팀에서는 북측 로숙영이 18점, 남측 김한별이 18점을 넣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평화팀에서는 북측 리정옥이 28득점으로 활약했다. 물론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북통일농구경기가 개최된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진행한 가운데 남북 선수가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 있다.
남북통일농구경기가 개최된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진행한 가운데 남북 선수가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어 펼쳐진 남자 혼합경기는 남측 허재 감독과 북측 안용빈 코치가 이끄는 평화팀, 북측 리덕철 감독과 남측 김상식 코치가 이끄는 번영팀이 명승부를 펼쳤다.

남측 귀화선수인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꽂아넣기(덩크)'를 선보이며 장내 분위기를 달궜다. 99대 99, 동점이던 종료 33초전 평화팀은 북측 원윤식이 3점슛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0.9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에 나선 번영팀의 북측 최성호가 버저비터 3점슛을 터뜨려 동점을 만들었다. 극적인 무승부. 관중은 물론 양팀 코치진과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후 남북의 코치진과 선수들은 농구로 하나가 된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남측 여자 대표팀 이문규 감독은 "의미있는 자리에 설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남과 북 선수들이 섞여서 경기를 하다 보니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북측 여자 대표팀 장명진 감독은 "북과 남이 한 자리에 모여 경기를 치러 감회가 새로웠다"며 "경기 전 호흡을 맞춰보지도, 뛰어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잘 맞는 걸 보면 한민족의 핏줄이 정말 대단하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북측 리정옥 선수는 "북과 남이 주고 받는 공 하나하나, 느낌들을 통해 하나의 마음이 됐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우리 민족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28득점을 한 리정옥 선수에 대해 이문규 감독은 '인상 깊은 선수'로 꼽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단일팀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났다. 이문규 감독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고, 같은 말을 쓴다. 같이 모여서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한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명진 감독은 "북과 남이 둘이 되면 못 산다는 노래 가사도 있듯이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 모든 팀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남북은 둘째날인 5일에는 '청팀'(남측), '홍팀'(북측)으로 경기를 펼친다. 이날 경기는 남북이 펼치는 명승부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관람을 할지도 주목된다.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남자 ‘평화’팀과 ‘번영’팀 시합을 마친 남측 최진수 선수와 북측 조진국 선수가 손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고 있다.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남자 ‘평화’팀과 ‘번영’팀 시합을 마친 남측 최진수 선수와 북측 조진국 선수가 손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남자 ‘평화’팀과 ‘번영’팀 시합이 펼쳐지고 있다. 드리블 하고 있는 선수는 남측 정효근 선수, 수비는 북측 평화팀의 김남일 선수.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남자 ‘평화’팀과 ‘번영’팀 시합이 펼쳐지고 있다. 드리블 하고 있는 선수는 남측 정효근 선수, 수비는 북측 평화팀의 김남일 선수.  ⓒ사진공동취재단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치르고 있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치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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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동취재단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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