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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농구] “누가 형일까요?” 북 관중들 폭소 이끈 장내아나운서 박종민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가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의 장내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가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의 장내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남북통일농구대회 남자 혼합경기가 열린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번영팀 허훈(6번)이 돌파를 시도하자 형인 허웅(평화팀 9번)이 앞을 막아섰다. 이때 장내아나운서가 "번영팀 6번과 평화팀 9번 선수는 형제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측 관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허웅(26)과 허훈(24)은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허재 감독의 두 아들로 둘 다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15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통일농구에 두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참가했다.

이번에는 허웅이 허훈을 앞에 두고 드리블을 하자 장내아나운서는 "누가 형일까요?"라고 말했다. 관중석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딱딱하게 박수만 치던 북측 관중들의 응원전은 적극적으로 변했다.

자연스럽게 응원 분위기를 주도한 이는 19년차 프로농구 장내아나운서 박종민이다. 1999년 장내아나운서를 시작, 2001년부터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 홈경기 진행을 전담하고 있다.

박 아나운서의 방북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방북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후 7시께 대한농구협회로부터 "내일 평양에 가야 한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3시간30분 뒤 방북이 최종 승인됐다.

박 아나운서는 "북측에서 2일 오후 6시 경기를 진행할 장내아나운서가 필요하다는 팩스를 우리쪽에 보냈다고 하더라. 그 뒤 나한테 전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아나운서는 준비할 새도 없이 다음날 평양행 군 수송기에 올랐다. 당초 통일농구에 참가할 대표단 인원은 100명이었지만 박 아나운서의 합류로 최종 101명이 평양을 방문했다.

낯선 북한식 농구용어를 이해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북측에서는 슛을 '투사', 패스는 '연락', 덩크슛을 '꽂아넣기', 리바운드는 '판공잡기'라고 부른다.

박 아나운서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북한식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북측에 김청일이란 선수가 있는데 발음을 하는 데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고 소회했다.

박 아나운서는 "북한 팬들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회를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웃었다.

남북통일농구경기의 장내 방송을 맡은 박종민 아나운서가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펼쳐진 남녀 혼합경기를 마치고 코트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북통일농구경기의 장내 방송을 맡은 박종민 아나운서가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펼쳐진 남녀 혼합경기를 마치고 코트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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