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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인터뷰, 방죽 터지듯 쏟아지면 그게 바로 '인간극장'

박범준은 2015년 아버지의 자서전을 쓴 것을 계기로 가족이 선물하는 자서전 ‘기억의책’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꿈틀을 창업했고 지금까지 160명이 넘는 이들에게 '자신의 책'을 선사했습니다. 7월 19일(수) 부터 본지 평생교육원 <이산아카데미>에서 '삶을 기록하는 한 권의 책 만들기' 강좌를 시작합니다. 강좌정보는 기사 하단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기사는 3회까지 발행합니다.

부모님의 인생을 담은 책을 만들겠다고 결심하는 건 제법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일단 마음만 먹어도 절반은 이룬 셈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기획, 사진을 포함한 원고제작, 편집 및 디자인, 출력과 제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책의 주제는 한 인물의 삶, 가제는 누구누구의 자서전이면 족하다. 예상 독자는 주인공의 자녀와 손주 등 가족, 친지, 주변 지인들로 정할 수 있다.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 그리고 불특정다수로 독자층이 확장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원고제작의 첫걸음은 인터뷰다. 일반인이 다른 사람을 인터뷰한 경험은 별로 없겠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모님과의 인터뷰는 원하는 말을 얻어내기 위한 기자와 노련한 정치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 싸움이 아니다. 부모님과 좋은 인터뷰란 결국 편안하고 따뜻한 대화다. 어쩌면 책이라는 결과물만큼 소중한 과정이 바로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아무리 부모님이라도 인터뷰를 시작할 때는 제법 긴장을 느끼기도 한다. 날씨 이야기, 건강 이야기, 즐겨 보시는 드라마 이야기로 가볍게 분위기를 녹이고 ‘태어나셨을 때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가장 일반적인 인터뷰 질문지가 준비되어 있으니 필요하다면 참고할 수 있다.

부모님의 책을 내겠다고 결심하는 데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을 먹었다면 절반은 이룬 것이다. 이제 당신은 비로소 부모님의 삶을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부모님의 책을 내겠다고 결심하는 데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을 먹었다면 절반은 이룬 것이다. 이제 당신은 비로소 부모님의 삶을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사회적기업 꿈틀


인터뷰어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경청과 존중하는 태도

처음에는 아무래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가 대화를 주도한다. 어르신들 삶 인터뷰를 시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분들이 지닌 깊은 두려움 혹은 의심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다 꺼내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내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온 흔적을 드러내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까?’ ‘별것도 아닌 인생이라고 비웃지 않을까?’ ‘“또 답답한 소리 하시네”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이런 의심을 사라지게 하는 만드는 방법은 호기심 가득한 눈, 경청하는 태도, 그리고 공감의 표현이다.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이 사람이 내 말을 경청하고 있구나.’ ‘이 사람과의 대화가 안전하구나’라는 신뢰가 생기면 마치 방죽이 터진 듯 오래전 기억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제법 긴 인터뷰 시간 동안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때론 즐겁고 때론 고뇌하는 표정이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터뷰어가 할 일이라고는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는 것뿐이다. 보통 기자들은 인터뷰하면서 동시에 노트북에 타이핑한다. 그러나 부모님을 인터뷰할 때는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기억은 스마트폰에 있는 음성녹음기능이 대신한다. 다만 녹음에 남지 않는 중요한 키워드나 표현은 종이에 메모해두면 더 좋다.

인터뷰할 때엔 녹음기만 켜놓고 대화에만 집중한다. 눈을 마주 보고 경청하며 함께 웃고 슬퍼하는 동안 인터뷰이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인터뷰할 때엔 녹음기만 켜놓고 대화에만 집중한다. 눈을 마주 보고 경청하며 함께 웃고 슬퍼하는 동안 인터뷰이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사회적기업 꿈틀

부모님은 당신 삶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알아서 찾아가신다

그렇게 실타래처럼 풀려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부모님은 스스로 자기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찾아가신다. 가장 소중한 이야기, 가장 큰 슬픔, 가장 큰 외로움 때로는 가장 극적인 순간에 이야기가 닿는 순간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 순간까지 공감을 지속해온 인터뷰어도 눈물이 글썽이거나 목이 멘다. 우리는 그 순간을 ‘자신 삶의 의미에 도달한 순간’이라고 부른다. 여기까지 오면 부모님 인터뷰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발견하신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서 이야기 흐름을 잡고 책 제목을 정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좋은 인터뷰는 그 자체로 부모님과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다. 굳이 책으로 그 이야기를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부모님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는 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인터뷰를 마치면 오랜 사진첩을 꺼내 한 장 한 장 설명을 청해보자. 카메라가 귀했던 시절 찍은 흑백사진들에는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돌잔치, 결혼, 입학과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 어딘가 놀러 가거나 누군가 사진기를 빌려와서 찍은 사진도 있다. 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 같이 등장한 인물은 누군지, 왜 그날 사진을 찍었고, 왜 이런 옷을 입었는지…… 사진마다 이야기가 끝이 없다. 중요한 사진을 스캔해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책에 실을 수 있다.

인생에서 뜻깊은 사진을 선별하며 이야기를 듣는다. 사진을 선별하며 별도로 등장인물의 이름과 장소, 시기, 동기와 같은 것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특히 지인의 이름은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인생에서 뜻깊은 사진을 선별하며 이야기를 듣는다. 사진을 선별하며 별도로 등장인물의 이름과 장소, 시기, 동기와 같은 것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특히 지인의 이름은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사회적기업 꿈틀

화려한 문장보다 명료하고 담백한 문장을 사용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원고를 작성해야 한다.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부모님 자서전은 문학작품이 아니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화가가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고 찾아가지만, 어릴 적 어딘가 처음 심부름을 보낼 땐 어머니께선 약도를 그려주시곤 했다. 약도에 등장하는 건물이나 나무가 생생하고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가야 할 곳까지 잘 안내해주기만 하면 된다. 뛰어난 화가가 아니라도 그 정도는 누구나 그릴 수 있다. 부모님의 자서전은 인터뷰에서 발견한 부모님 삶의 의미까지 안내하는 약도와 같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글이 아니어도 좋다. 다만 가는 길을 정확하게 모르고 약도를 그릴 수는 없다. 이미 인터뷰를 통해 좋은 대화를 나누고 부모님 삶의 의미를 전해 들었다면, 거기까지 도착하도록 안내하는 글은 충분히 적을 수 있다.

녹음해둔 인터뷰를 들으면서, 적어둔 메모를 보면서 내가 이해한 대로 그냥 적는다. 말을 할 때는 문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글을 쓸 때는 최대한 단순하고 명쾌한 짧은 문장을 사용하면 된다. 나에게 익숙한 글을 쓰되 때로는 부모님의 성품이나 말투가 묻어나도록 말맛을 살리기도 해보자. 글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써놓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듣고 이해한 대로 우선 적어두고 나중에 읽어보면서 바꿀 수 있으니 부담 없이 글을 써가자. 이렇게 한번 적어둔 글을 다시 읽으면서 문장을 다듬고, 문단을 구성하고, 장을 나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에서 찾은 부모님 삶의 의미를 잘 담은 제목을 정하면 초고가 완성된다.

활자화되기 전 부모님은 나쁜 경험의 기록을 정제한다

가끔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적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확인할 수 없는 부정확한 기억이나 주관적인 판단, 감정이 섞인 평가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과장해서 ‘내가 어릴 적에 하늘을 날아다녔다’고 말씀하셔도 그냥 적으라고 대답한다. 그 이유는 자서전이 본질적으로 ‘객관적인 진실을 기록하는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서전은 가장 주관적인 개인의 기억을 담는 책이다. 말씀하신 대로 적은 후 초고를 부모님께도 보여드리고 수정할 내용이나 의견을 청해보자. 글에는 묘한 힘이 있다. 내가 뱉은 말에 대해서는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집착하던 사람도 종이에 적힌 글을 앞에 두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 기록을 누가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객관적으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나에게 섭섭하게 대했던 누군가에 대한 거친 비난을 인터뷰해서 막상 글로 보여드리면, ‘그 정도는 아니다’ ‘손주들이 볼 책인데 좀 심했다’며 고치거나 삭제해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뷰 과정에는 우리가 가족 사이에서 잘 쓰지 않던 무언가를 사용해야 한다. ‘경청’, ‘공감’, ‘호기심’ 그리고 ‘용기’와 같은 것들이다.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는 과정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는 바로 ‘존중’이다. 내가 미처 모르던 부모님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존중하는 것이 바로 부모님 자서전 쓰기의 본질이다. 그렇게 완성한 자서전은 부모님께 단 하나뿐인 ‘내가 주인공이고 내 인생을 담은 책’이 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삶을 바라봐주고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 기쁜 일이 결코 흔하지 않은 인생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자녀가 그런 기쁨을 준다고 상상해보라. 한번 용기 내 볼 만하지 않은가?

성의영 할아버지는 100세를 맞아 당신의 삶을 기록한 책을 내셨다. 지난 설에 집안의 자녀와 손주가 모두 모였다. 할아버지는 세뱃돈 대신 당신의 자서전을 주셨다. 사진은 할아버지의 아드님이 감사의 표시로 보내주셨다.
성의영 할아버지는 100세를 맞아 당신의 삶을 기록한 책을 내셨다. 지난 설에 집안의 자녀와 손주가 모두 모였다. 할아버지는 세뱃돈 대신 당신의 자서전을 주셨다. 사진은 할아버지의 아드님이 감사의 표시로 보내주셨다.ⓒ사회적기업 꿈틀

‘삶을 기록하는 한 권의 책 만들기' 강좌

강사:박범준 사회적기업 꿈틀 편집장

자서전, 회고록은 위인전이 아닙니다. 정직하게 자신의 삶을 응시하거나, 부모님의 삶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일은 또 다른 대화의 과정이며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묵상하는 것, 부모님의 팔순 잔치에 용돈이나 맛난 음식 대신 그간 고단했던 생의 기록을 소담스레 담아 드리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강좌는 일반인도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강좌입니다.

일시:7월19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2시간. 종로 2가 일원 (수강생께 별도 공지합니다)

- 일반반(공통강좌):7월 19일~8월 2일/매주 목요일 3회차 (30명. 수강료 3만 원)
- 심화반(개별 원고완성):7월 19일 ~8월 23일/매주 목요일 총 6회차 (12명. 수강료 10만 원)

입금
일반반:3만 원
심화반:10만 원
신한은행 100-031-894139 예금주:민중의소리. 7월 12일까지 입금하시면 됩니다.

회차별 강의

*일반/심화 공통강좌
7월 19일) 1회:자서전 시작하기
7월 26일) 2회:인터뷰하기
8월 2일) 3회:글쓰기와 사진 정리하기

* 심화반 선택강좌
8월 9일) 4회:이야기 구성과 제목 정하기
8월 16일) 5회:편집과 피드백
8월 23일) 6회:자서전 초고 완성하기


* 일반(공통)반은 자서전 집필에 대한 노하우 등의 기본강좌이며, 심화반은 강사와 사회적기업 꿈틀 편집진이 구체적인 집필과정을 지도하며 돕습니다. 심화반의 경우 이번 여름이 지나면 세상에 단 한 권, 멋진 책을 낼 수 있는 원고를 손에 쥐게 됩니다.

* 민중의소리 독자회원, 이산아케데미 회원에게는 메일로 세부공지를 합니다.
바로 수강신청을 원하시면 isan@vop.co.kr 로 원하시는 강좌이름과 성함,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기억의책'에 대한 소개영상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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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준 사회적기업 꿈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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