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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라이브 재즈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 “재즈와 함께 사랑하며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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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낙원상가 옆 골목을 지나던 어느 날, 익숙한 간판을 발견했다. 대학로에 있었던 ‘천년동안도’.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난 기분으로 무작정 이곳에 들어갔다. 돈이 궁하던 대학생 때, 마음에 두던 이에게 나름의 ‘허세’를 부려보고 싶어 모으고 모은 돈으로 이 곳에 갔다가 즉흥 재즈 연주에 반했던 기억이 발길을 이끌었다.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간판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간판ⓒ민중의소리

1996년 문을 연 ’천년동안도’는 대학로와 익선동을 거쳐 최근 낙원동에 자리를 잡았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는 친정과 같은 곳”이라고,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은 “국내 재즈 클럽에서 딱 한 군데 내놓을 만한 곳이 있다면 ‘천년동안도’”라고 할 만큼 유서 깊은 공간이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공연을 지금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펑크-블루스 기타의 대부인 한상원이 이끄는 한상원밴드의 공연도 매주 금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매주 일요일에는 ‘대한민국 재즈 1세대’가 정기 공연을 갖는다.

대한민국 재즈 1세대 공연이 펼쳐지는 천년동안도
대한민국 재즈 1세대 공연이 펼쳐지는 천년동안도ⓒ출처 = 천년동안도 페이스북

‘천년동안도’를 만들고 운영해 온 임원빈(68) 대표는 “전인권, 이은미, 토이, 싸이 등의 세션들에 ‘천년동안도’를 거쳐간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라며 “라이브 재즈 클럽은 음악계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의 훈련소 같은 곳”이라고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진박은 저희 집(천년동안도)에서 데뷔 공연을 했어요. 서영은, 성시경도 여기서 첫 무대를 했고요. 최근엔 JK김동욱이 여기서 공연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재즈를 사랑하는 음악인이 많아서, 공연은 끊이지를 않습니다. 역사가 있다 보니, 뮤지션들도 이곳에서 꼭 연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신인들은 이곳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거에요. 연습실에서 연습 열심히 해도 관객 앞에 서면 또 다르잖아요. 그래서 가수들은 여기서 세션들을 다 데려가요. 이은미도, 전인권도 여기서 많이 데려갔어요. 요즘도 대학에서 음악 배운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요. 클럽에서 큰 뮤지션들은 실전 경험이 많으니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죠.”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민중의소리

그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음악계와 관련이 있던 사람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기타 살 돈만 겨우 만들어 연주해 본 게 전부라는 임 대표는 “클래식을 듣다 재즈까지 이어졌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 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음악이 너무 좋고, 무조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 쪽으로만 인생 목표를 삼았죠. 음악 곁에 살겠다는. 그런데 인생은 자기가 추구하는 쪽으로 가게 되어 있더라고요. 쫓아가다 보니까 재즈 클럽도 하게 됐고.”

말이야 이리 두루뭉술하게 했지만, 그는 1977년 명륜동 ‘카네기 레코드’, 1982년 대학로에 ‘바로크 레코드’를 운영했던 음반계의 큰손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LP 원반을 보유해 음악 매니아들에게 각광받았다. 임 대표는 이 때 모은 돈으로 대학로에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를 열었다.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간판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간판ⓒ민중의소리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시련이 닥쳤다. 일반음식점에서 2인 이상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이었던 것. 영업정지 3개월 처분에 그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가수 최희준의 도움을 받아 위헌소송에 나섰고, 결국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초창기었어요. 서울경찰서에서 단속이 나왔고, 결국 3개월 영업정지를 받았죠. 부당하다고 생각해 국회에 가고 변호사를 선임해 싸웠어요. 결국 식품위생법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죠. 1년 이상 그 법을 바꾸기 위해 싸웠어요.”

“저는 이것 하나만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가 싸워서 다른 라이브 클럽들도 혜택을 봤다고. 홍대 같은 클럽 거리가 커지고, 거기서 한국 음악을 이끄는 사람들이 길러진 거잖아요. 지금의 케이팝이 크는 데는 저도 조금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민중의소리

‘천년동안도’가 낙원동으로 자리를 옮긴 데는 임대료와 경영 문제가 한 몫을 했다. 일반적인 바와 달리 라이브 재즈 클럽은 연주자들의 출연료를 줘야 한다. 과거 레코드 가게로 벌었던 돈을 라이브 재즈 클럽으로 손해본 것이다.

“대학로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죠. 또 출연료도 적지 않게 들어갔어요. 저희가 하루에 연주만 세 타임을 했거든요.”

“돈만 놓고 본다면 종로가 더 좋긴 해요. 대기업도 많고, 공공기관도 많잖아요. 가끔은 대학로의 순수함이 그립기도 해요. 과거 대학로는 지금의 익선동처럼 젊은이들이 몰리던 곳이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그리울 때가 있어요).”

“다시 열 때까지는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일단 다시 해보자고 생각해 문을 열었어요. ‘천년동안도’를 기억해주는 팬들이 말도 못 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해외 재즈 뮤지션들도 공연을 했는데,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느냐’라고 하더라고요. 다시 열길 잘 했다 싶었죠.”

임원빈 대표는 종로 낙원동으로 옮긴 ‘천년동안도’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 자꾸 ‘아는 체’를 해 신기하다고 했다.

“저는 얼굴 모르는 사람인데, 비싼 술을 시키고는 저를 불러요. 그러곤 이런 얘길 합니다. ‘제가 대학생 때 칵테일 하나 시키고 연주 듣고, 데이트 했는데 이젠 성공해서 이렇게 아저씨를 만나요. 정말 좋네요’라고. 그러면서 ‘저 모르시죠? 저는 아저씨 알아요. 여전히 이렇게 계셔 주셔서 좋아요’라고 말하세요. 이럴 때마다 다시 문 연 게 행복합니다. 내가 다시 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만난 거니까요. 힘이 닿을 때까지 더 오래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천년동안도’에 오는 분들의 추억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민중의소리

낙원동 인근은 최근 각광받는 지역이 되어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또, 매일 두 타임씩 돌아가는 연주자들의 연주비로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만으로는 클럽을 운영해 나갈 수 없다. 임 대표는 정부에서 라이브 클럽에 대한 지원에 나서 주기를 부탁했다.

“부가세를 면제해줘야 해요. 재즈 클럽은 일반음식점이 아니라 음악인을 길러내는 장소죠. 공연장, 공연단체라고 봐 줬으면 합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요.”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로고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로고ⓒ출처 = 천년동안도 페이스북

꾸준히 연주를 하는 라이브 재즈 클럽은 서울에도 그리 많지 않다. 그에 따르면 ‘원스 인 어 블루 문’, ‘올 댓 재즈’, ‘클럽 에반스’ 정도. 그렇다보니 라이브클럽 문화에 손님들이 익숙할 리 없다. 관객들에게 임 대표는 ‘연주자가 되어 달라’라고 당부했다.

“클럽에 오시면 관객도 연주자가 되는 거에요. 함께 박수치고 환호하는 겁니다. 재즈란 ‘대화’에요. 재즈는 주제-변주-주제 순으로 이어집니다. 변주 때 연주자들이 애드립을 하잖아요. 그게 끝나면 관객분들이 환호해주면 돼요. ‘너만의 이야기, 표현이 정말 멋있었다’라는 격려에요. 관객은 이렇게 연주자와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연주자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이어서 몇 가지 에티켓을 지켜 달라고도 부탁했다.

“연주자가 공연을 마치고 나면 자리에서 일어나셨으면 해요. 공연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거든요. 또, 공연 중에는 귓속말로 대화를 해 주셨으면 하고... 사실 술과 음식은 운영을 위해 파는 것이라서 술만 마시고 공연에 집중하지 않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라이브 클럽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재즈의 백미는 애드립이에요. 또, 그 애드립을 하다가 틀리는 것도 보고요(웃음). 음원에는 담겨 있지 않은 현장감 있는 애드립, 그걸 듣는 게 재즈의 맛입니다. 그래서 클럽에 오셔야 해요. 재즈를 음원으로 듣는 것과 라이브로 듣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민중의소리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꼭 오시라. 재즈와 함께 사랑하며 사시라”라며 인사를 건넸다.

임 대표는 오늘도 오후 여섯 시가 되면 종로 낙원상가 옆 아구찜 골목에 있는 ‘천년동안도’의 문을 연다. 이곳에서는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온다. 연주자들이 매일같이 청하는 대화에 당신도 동참해보길 권한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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