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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는 1600만 촛불 향해 어떤 악행을 저지르려 했나
촛불집회 자료사진
촛불집회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탱크와 장갑차, 특전사 병력 등을 동원해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을 진압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시민들은 유례없는 평화시위로 부당한 권력에 맞섰지만, 기무사는 이들을 폭력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것이다.

최근 공개된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에는 촛불집회 초기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둔 시점까지 기무사가 촛불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구상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연이어 공개한 문건을 중심으로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의 행태를 구성했다.

1차 촛불집회 후 계엄 대비 방안 마련했던 기무사,
이로부터 넉 달 뒤 구체화된 대응 모색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와 4.16연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해체 등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와 4.16연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해체 등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2016년 10월 29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 3만여 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여들었다. 1차 촛불집회다. 당시 시민들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행진을 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힌 시민들은 연좌 농성을 하고, 한 사람씩 자유발언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기도 했지만, 폭력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무사는 1차 촛불집회 직후 곧바로 계엄령을 포함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기무사는 ▲시위대가 청와대 점거를 시도할 경우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될 경우 ▲대통령 유고로 계엄 상황이 발생할 경우 등 3가지 상황을 가정해 과거 대응 사례와 향후 대응 절차들을 모색했다.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의 이름은 '현 시국 관련 고려 사항'이다.

기무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군과 기무사가 대비태세를 강화한 사례 등을 확인하고, 박 전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대한 대응계획을 점검했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기무사가 청와대 통제 아래 '사이버 전문팀'을 비공개로 운용하고 예비역과 안보단체로 촛불집회에 맞대응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여론조작 활동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무사는 계엄령 선포 뒤 계엄사령부를 설치하고, 행정·사법 기관을 모두 사무관장하는 등 군에서 취해야 할 조치들까지 준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광화문광장에 나오는 시민들의 수는 점차 늘어났다. 시민들은 매주 주말 광장을 찾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분노한 민심을 확인한 국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기무사는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다시 한번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1차 촛불집회 이후 작성한 문건을 보다 구체화한 내용으로, 위수령·계엄령 발령 시 구체적인 역할분담과 계획 등을 제시했다.

기무사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를 가정해 계엄령 선포 등의 대응 방안을 계획했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시위대의 반발로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상정하고, 위수령·계엄령 등에 대한 발령권자, 증원부대의 지정과 배치 계획 등을 준비한 것이다.

특히 탄핵 기각 시 반발하는 촛불 시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장갑차 550대, 특전사 1천 4백명 등 군 장비와 병력을 투입하는 계획도 세웠다. 기무사의 이러한 대응 방안은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될 정도로 공식적인 성격을 띠었다.

올 3월 국방부에 촛불 계엄 문건 보고됐지만 미온적으로 대처
결국 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 구성 특별지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기무사 특별수사단 대통령 지시 관련해 직접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고쳐 잡고 있다.<br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기무사 특별수사단 대통령 지시 관련해 직접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고쳐 잡고 있다.ⓒ김철수 기자

정권교체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문제가 된 기무사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지난 3월 말경에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기무사 문건을 수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면서 해당 사안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최근 기무사 문건이 공개된 후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야 조사에 나서려 했지만,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에 계엄 문건을 작성한 인물이 포함되면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국방부는 조사 주체를 국방부 내 감찰단으로 바꿨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이유에 대해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고,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꾸려질 독립수사단은 군내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의 군 검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독립수사단은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제기된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과 위수령·계엄령 검토 의혹 등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수사단장이 독립적인 수사권을 갖도록 보장함으로써 장관에 의한 일체의 지휘권 행사 없이 수사팀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수사 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무사도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지난 정부 기무사가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촛불집회 기간에 검토한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 다시는 군 본연의 업무이탈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수사의 관건은 해당 문건 작성을 누가 지시했고, 어느 선까지 보고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전 장관 보다 '윗선'이 지시를 하고 보고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문건 작성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 전 사령관이 핵심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께 미국으로 출국해 아직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선포와 병력 동원을 어떤 사람들이 논의했는지, 그것을 누가 지시했거나 허락했는지, 그것을 누구에게까지 보고했는지, 그 문서대로 실행할 준비를 했는지, 했다면 어디까지 했는지, 평화로운 촛불집회에 병력을 투입한다는 것이 온당한 발상인지, 그런 검토와 문서 작성이 기무사의 업무에 속하는지 등등 규명돼야 할 문제가 매우 많다"며 "이런 사실관계를 밝히고 법에 따라 처분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관련 부처들이 그 일에 착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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