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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계엄령 대비 문건, 성역없이 수사하고 엄중히 단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기무사령부가 촛불집회에 대응해 위수령과 계엄령 대비 문건을 작성한 것에 대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건에 육군을 중심으로 한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대거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동안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을 배제한 독립적 수사단을 구성하도록 지시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국방부는 지난 3월 말 기무사로부터 해당 문건의 존재를 보고 받고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의 위수령 및 계엄령 관련 계획을 짜깁기한 수준으로 실행 계획은 아니란 이유다. 하지만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이런 판단은 잘못 됐다. 수도권에서 동원 가능한 부대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고 ‘향후 조치’로 ‘시행 준비 미비점 보완’, ‘위수령 또는 계엄 시행 준비 착수’ 등이 언급돼 있다. 단순한 검토라면 포함되기 어려운 내용이다. 또 방첩과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와 시행의 주체가 아니란 사실은 분명하다. 국방부 말대로 단지 여러 가능성을 대비하는 수준이라면 기무사가 맡을 이유가 없다. 결국 국방부가 오판했거나 뭉갠 것이다.

앞으로 독립수사단은 12.12 쿠데타와 같은 헌정 파괴를 기획한 기무사의 문건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작성됐고, 누가 보고받았는가에 역점을 두고 수사해야 한다. 상명하복과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 조직의 특성상 계엄령 선포라는 극도로 예민하고 사안에 대한 검토가 실무자 선에서 임의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기무사령관을 비롯한 지휘부는 물론 한민구 당시 국방부장관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지시나 관여 여부를 파헤쳐야 한다. 계엄령 선포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배제해선 안 된다. 현역 군인이 아닌 대상자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검찰도 나서야 한다.

보안사령부 시절의 민간인 사찰을 비롯해 댓글 공작과 같은 정치공작에 기무사가 첨병 구실을 해온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계엄령 대비 문건 작성은 이를 능가하는 일이다. 기무사의 대대적 개혁은 필수적이다.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정치 개입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기무사 폐지도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을 이유로 민주주의 파괴 행위 처벌에 여지를 두지 말아야 한다. 흔들림 없는 수사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단죄해야 한다. 누구든 이런 일을 다시는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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