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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단의 선을 넘는 연극인들

연극인들이 ‘분단국가’를 주제로 다양한 연극을 선보이는 권리장전 행사가 오늘(11일)부터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우리가 선을 넘는다’는 제목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엔 11개 단체의 11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인들은 지난 2016년부터 ‘권리장전’을 통해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블랙리스트에 맞서 왔다. 첫해엔 ‘검열각하’라는 제목으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블랙리스트를 통해 연극인들을 검열한 정권을 비판했다. 지난해엔 검열에 맞서 연극인들의 권리 찾기 위해 시작한 투쟁이 한 발 더 나갔다. 연극인들은 ‘국가본색’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근본 문제를 짚으며 “이게 나라냐”라고 외친 거리의 촛불들의 외침에 응답했다.

이제 3회째를 맞이한 권리장전을 통해 연극인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분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분단’ 현실은 지난 70여 년 동안 예술가들에게 가혹한 멍에였다. 분단은 수많은 작품에 종북의 딱지를 붙인 근거가 됐다. 분단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는 배경이 됐다. 분단은 혹시 종북 낙인이 찍힐지 몰라 작가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분단을 빌미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많은 예술가들을 감옥에 가뒀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김기춘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분단 현실을 구실로 내세우며 자신들이 한 일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발뺌을 했다.

이렇게 분단은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막는 구실이 됐다. 블랙리스트와 검열을 없애고, 국가를 국가답게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이로부터 비롯된 국가보안법 질서를 깨뜨려야만 한다. 때문에 연극인들이 ‘분단’을 주제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우리가 선을 넘는다”는 각오로 함께 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연극인들은 권리장전 무대를 위해 지난 5월 분단의 최전선인 비무장지대를 견학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간첩으로 몰려 1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재일동포 서승 교수의 강연을 듣는 등 분단을 빌미로 빚어진 국가 폭력을 되짚었다. 분단의 선을 넘고, 분단 질서의 극복을 위해 나선 연극인들의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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