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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전 위협하는 무인운전·무인역사”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두려운 미래
2018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3일차인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역에서 출발한 열차안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발생 대비 지하철 사고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2018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3일차인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역에서 출발한 열차안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발생 대비 지하철 사고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뉴시스

"지금까지 기관사 선배들은 차량 고장이 일어나기 전에 알아차리거나, 숙련된 경험을 통해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해 왔습니다. 하지만 완전 무인운전을 도입시킨다면 이러한 예방 조치를 못 하게 되고 사고가 일어난 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청년 기관사 김모씨는 현재 시험 운행 중인 지하철 무인운전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11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그는 "항상 승객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방송을 합니다. 이제는 무슨 사고가 일어날 경우 신속히 조치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동차에 실려 다니는 기관사'
'인력부족으로 파견 나가는 역무원'들의 호소
"무인운전·무인역사 철회하고, 안전 인력 충원하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무인운전 중단과 김태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무인운전 중단과 김태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김 기관사는 선배 기관사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인 '전동차에 실려 다니는 기관사가 돼서는 안 된다, 전동차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기관사가 돼라'를 언급했다. 이어 "완전 무인운전으로 운행하게 된다면, 실려 다니는 기관사가 될 것 같습니다"며, "기관사와 승객의 입장에서 고려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되는 중요한 사안을, 기술력 발전과 임금 삭감을 위해 한 쪽의 생각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비용'과 '효율성'을 이유로 지하철에 전자동운전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전자동운전은 (DTO·Driverless train operation)이란, 기관사가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출발·정지, 출입문 개폐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기관사 없이 자동 운전되는 완전 무인운전(UTO, Unattended train operation)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요원 역할로 기관사를 기관실에 태운 채 전동차가 운행되는 형태의 전자동운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분당선, 용인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우이신설경전철 등에 안전요원 등을 배치한 무인운전을 일부 도입했다.

서울교통공사 조합원들은 지하철 무인운행을 단순히 기술 발달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 안전과 일자리 감소 등의 측면에서 무인운전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사고가 난다면, 교통불편 수준이 아닌 수많은 시민의 목숨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무인역사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역무원인 이현경 서울교통공사노조 역무본부 여성위원장은 "지금 한 역에 인원이 2명이에요. 한 명이 휴가를 쓰면 달랑 혼자 있는 거예요. 승객들은 그 사실을 모르시더라고요. 사고가 나면 대처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다른 역으로 파견 나가요"라고 밝혔다. 그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다른 역으로 이동 근무하고 있는 역무원들을 '파견 노동자'에 비유했다.

이어 "사고가 나면 김태호 사장과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것은 피하고 싶고, 인원을 뽑아주고 싶지는 않으니 '너희 역에 여유 있잖아'라는 거죠. 그런데 거기도 3명이에요. 3명 있는 곳도 굉장히 바쁜 역들인데, 파견처럼 근무나가게 하는 거예요"라고 꼬집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스마트 스테이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 스테이션은 기존 지하철 역사에 사물인터넷 (IoT), 센서 네트워킹, 고화질의 CCTV 등을 적용해 안전 위협이나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역을 말한다.

이 사업에 대해서도 안전요원 없는 역, 이른바 '무인역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CCTV를 통한 가상순찰로는 고장·화재 등에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경 역무본부 여성위원장은 "역의 안전은 고화질의 CCTV가 지키는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지키는 것입니다"라고 안전 인력 충원을 거듭 강조했다.

시청광장에서 울려퍼진 1만5천명의 노동자들의 목소리
"노사관계 파탄 주범, 김태호 사장 OUT"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김태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김태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서울교통공사노조 주최로 11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이 시민 안전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옛 서울지하철 노조와 옛 5678도시철도 노조가 통합해 지난 4월 출범시킨 노조다. 지난 4월14일 1만2천여 조합원 총투표로 제1대(초대)집행부가 출범했다.

비가 그친 후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2500여명의 조합원들은 잔디밭에 앉아 "시민안전 위협하는 무인운전·무인역사 즉각 중단하라", "합의사항 이행 거부하고 노사관계 파탄시킨 김태호 사장은 퇴진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무인운전 중단', '무인역사 중단', '김태호 OUT(아웃)!'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을 통해 6월 30일까지 공사가 무인운전·무인역사 추진 중단 및 현안 문제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김태호 사장 퇴진투쟁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까지 서울교통공사는 아무런 이유 없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황철우 서울교통공사노조 사무처장은 김태호 사장이 노조에 대한 대결정책으로 일관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태호 사장은 현재 한국에 없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 철도 박람회 무인운전 섹션의 토론자로 참석했다"며 "얼마나 기만적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우리들의 요구는 우리들의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켜내고, 안전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라며 "시민 안전을 지켜내고, 김태호를 몰아내자!"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한편, 김성진 서울교통공사 노사협력처장은 이날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노조는 서울광장 농성을 통해 겉으로는 무인역사, 무인운전 반대, 안전인력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장기근속자 3천810명에 대한 승진 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김태호 사장 퇴진 ▲서울시 무인운전·무인역사 추진중단 결정 ▲지하철 안전인력 충원 합의사항 이행 ▲노동조합에 대한 대결정책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1일부터 현재까지 31일째 시청광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무인운전과 무인역사는 그저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조합원들에게 고용을 포함한 심대한 노동조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노조와 단 한 마디 상의도, 단 한 번의 협의요청도 없이 이렇게 일방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무인운전·무인역사 문제는 단순한 노사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내용이며,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수많은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면서 "더구나 무인운전은 (구)도시철도공사에서 김태호 사장 본인 스스로 실패를 확정하고 폐기처분한 사업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장 교체를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직원들 전체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김태호 사장 퇴진하라' 전 조합원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도시철도(구)부터, 서울메트로 사장까지 벌써 4년 넘게 사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6호선)를 통합한 서울교통공사의 출범을 앞둔 지난해 5월 신임 사장에 김태호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을 임명했다. 노조 측은 "지난주에 서울시 노동협력관과 만나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에 거주하는 이은희(52)씨는 서울시청 광장에 집회를 지켜보다 기자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해외에는 역 안에 보이는 곳에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만 오면 역 안에서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 정말 불편하고 불안해요. 역에서 언제 위험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고, 노약자는 특히 도움이 절실하잖아요."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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