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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미중 무역전쟁? 핵심은 무역이 아니다

지난 7월 6일 자정(미국 시간)을 시작점으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818개 품목 340억 달러 규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은 같은 규모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똑같이 25%의 보복 관세 부과를 발효했다. 말 그대로 장기판의 장군과 멍군을 한 번씩 주고 받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은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무역 갈등은 이전의 갈등과는 그 규모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을 추격해 오고 있는 중국의 빠른 성장에 대한 공포감이며, 그 성장 자체를 지체시키거나 막아 나서고자 하는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과 중국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3차례의 미중경제협상을 진행했다. 정상회담과 고위급경제협상을 진행해 오면서 양국은 매번 무역 통상 갈등을 봉합하며 직접적인 무역 보복 조치를 실행하는 단계까지로의 발전을 막아왔다. 이것은 양측 모두 무역전쟁을 바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직접적인 관세폭탄과 보복대응조치라는 실질적 충돌 사태까지 발전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그 조치들로 보면 양국 간 진행되어온 무역 통상관계에서 나타나는 차이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통상 갈등 이면에 여러 복잡한 원인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무역전쟁으로 명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좌)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우)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좌)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우)ⓒ제공 : 뉴시스

트럼프의 선거전쟁

이번 무역전쟁은 트럼프의 선거전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집권 초기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한바 있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등 여러 호재 속에 취임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에게는 지지율 상승을 통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과 이를 바탕으로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임에 성공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다. 이번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를 하게 된다면 대통령 재임은커녕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특검 조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후 결과에 따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백악관에서 쫓겨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트럼프는 국내 지지기반 확대와 지지율 상승을 위해 국민들에게 강하게 어필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자국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두 개의 카드이다. 하나는 미국의 안전보장을 위한 북한 핵문제 해결이며 다른 하나는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소를 통한 국내 경제 발전이다.

작년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액은 3,752억 달러(약 406조원) 전체 미국 적자 중 66.3%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트럼프는 중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오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거래는 불공정한 거래라고 주창해 왔다. 그리고 줄곧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충돌을 원하지 않는 중국의 반응들로 항상 충돌 직전에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 충돌 역시 장기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4차 미중경제협상 테이블에서 봉합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대 중국 무역적자 규모의 획기적인 축소보다는 중국이 고개 숙이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불공정한 무역거래와 지적재산권 침해가 이번 무역 전쟁의 주된 이유라면 이것은 당연히 WTO에 제소를 통해 해결하면 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도리어 WTO 제소는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 중국과 독일 등이 신청한 상황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이제는 자국민에게 보여줄 카드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11월부터 시작되는 선거전쟁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중국의 발전

과거 미국은 중국의 원만한 발전을 묵과 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자신의 옆자리가 아닌 자신의 손아래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이 개방되고 자본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서구 자본주의 제도의 틀로 유입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중국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으며, 중국의 발전 속도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결국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 규모 2위의 자리까지 차지하게 됐다. 소련의 해체 이후 비어 있었던 미국의 옆자리에 중국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작년 연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을 군사 및 통상 갈등의 가장 위험한 경쟁자로 규정했다. 자신의 손아래로 만들고자 했던 나라가 옆에서 동등하게 손을 잡으려고 하니 적잖이 당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사이의 마찰과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쉽게 예상 가능한 지점이다. 눈을 조금만 돌려 보면 이번 무역 갈등 이외에도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소수민족 독립 문제, 인권 문제 그리고 북핵 문제 중국 배후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미 크고 작은 마찰들이 존재해 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발전을 지체 시킬 수 있는 모든 사안들을 동원해 크고 작은 마찰을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무역전쟁은 양국 간의 통상 마찰로 정리 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범위에서 장기적인 마찰로 번져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요녕성 다롄 인근 해변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산책을 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요녕성 다롄 인근 해변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산책을 하는 모습이 공개됐다.ⓒ뉴시스

트럼프의 공격, 다국적군의 방어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최우선으로 내세워 왔다.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자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다자무역 체계에 대한 부정과 함께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EU, 일본 등 경쟁국, 우방국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싸움을 걸고 있다.

20세기이래 국제사회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의도대로 판이 짜여져 왔다. 미국의 패권에 의해 세계의 금융, 무역, 외교, 군사 등 모든 영역이 결정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20세기는 미국의 우방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경쟁을 하는 모양새였다. 미국이 싸움을 걸면 그 싸움은 항상 미국의 뜻대로 결론이 나곤 했다. 그러나 이번 무역전쟁은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미국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 파리기후변화 협정 탈퇴, 미국 일방의 보호무역주의 등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으며, 주요 대상국인 중국, 독일, 캐나다 등은 공동행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싸움은 공격하는 일방이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이번 싸움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번 무역전쟁을 미국과 중국 양국 사이의 문제로만 국한해 보더라고 장기전으로 확대 된다면 승리의 여신이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 줄지 쉽게 예단 할 수 없다.

장기화된 무역전쟁 국면에서 양국 모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느쪽이 유리할까?선거를 앞둔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방의 탓을 하는 미국과 공산당의 집체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경제체제를 제어하며 일점돌파를 견지할 중국 중 어느 일방이 승기를 가져갈 수 있을까? 세계 패권의 이동이 시작된 듯 하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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