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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삼성이 이러는 거...자기들한테도 도움 안될 텐데 답답하네요”
윤충식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10일 오후 대학 교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충식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10일 오후 대학 교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담겨 있다”는 삼성의 주장에 대해 “자기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주장을 왜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10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결점이 없어야 하고, 모든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그런 문화가 만든 폐해가 아닐까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작업환경보고서에는 업계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기초적인 내용들만 적혀 있고, 때문에 보고서를 기초로 국가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을 유추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삼성이 이정도 수준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버티는게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는 “교과서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삼성의 주장대로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한 산업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산업부는 작업환경보고서가 어떤 목적으로 작성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모르고 보고서에 들어 있는 내용도 잘 몰랐을 것이다. 삼성 측 관련 당사자가 와서 설명을 해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는 산업부의 판단은 굉장히 편향된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충식 교수는 이참에 작업환경 유해물질 측정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기업이 선정한 측정업체가 유해물질을 측정하는 구조”라며 “사전에 측정 날짜가지 협의하는 경우가 많아 유해물질 고농도 누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전체적인 화학물질 사용도 알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특성에 맞는 측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업환경보고서는 공개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알권리이자 건강권의 최소수준”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이해당사자인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충식 교수는 작업장 유해물질 노출평가, 특히 전자 및 반도체 산업장 유해성 평가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서울대학교 산업환경보건연구실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산업보건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의 연구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윤충식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10일 오후 대학 교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충식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10일 오후 대학 교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질문 아직도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무엇보다 왜 작성을 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이 보고서를 꼭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해주신다면?

답변 원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을 평가해서 고용노동부에 제출을 하고, 노동자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물론 유해성이 확인되면 개선도 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주들의 경우 그런 전문기술이 없으니, 제3자인 작업환경측정기관을 고용해 측정한다. 측정기관은 이렇게 작성한 보고서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한다. 물론 회사에도 보낸다. 사업주는 받은 보고서를 다시 노동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만약 유해인자 노출이 기준치을 넘으면 개선명령을 내린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평가하고 관리하는 보고서인 것이다.

질문 삼성은 이 보고서에 국가 핵심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별 및 유해인자별 측정계획’,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실태’, ‘단위작업 장소별 유해인자 측정위치도’, ‘단위작업 장소별 작업측정결과’ 등 보고서 항목을 보면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각각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삼성 주장에 대한 반박은?

답변 일반적으로 작업환경측정은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예비조사’라는 걸 한다. 측정기관이 3자기관이다 보니 사업장에 실제 어떤 화학물질이 어떤 공정에서 어떤 노동자가 어떻게 취급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사업장을 찾아 기초적인 정보를 얻는 예비조사가 필요하다. 예비조사 과정에서 사업주는 화학물질 취급명이나 리스트, 공정도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측정기관은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측정계획을 세운다. 물론 사업주가 제공하는 정보 중에는 화학물질 리스트, 공정 레이아웃 등 중요해 보이는 자료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표기되는 내용은 영업비밀이거나 핵심기술일 정도로 자세하지 않다. 다만 나중에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이 어디서 측정했는지 알아야 해서 측정 위치를 표기해 두는 정도의 수준이다. 게다가 화학물질 중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물질의 경우에는 영업비밀 물질이라고 표시되기 때문에 핵심기술 유출 등의 우려가 없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은 공정도나 레이아웃이라는 표현만 보고 영업비밀이나 핵심기술 등의 유출을 걱정하는 것이다.

일부 반도체 전문 공대 교수들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화학물질 리스트를 보면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보고서에 작성된 화학물질 리스트는 제조회사에서도 많이 공개하고 있는 정도이며, 교과서 등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업비밀이라면 국가나 회사가 보호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의 이익이 침해될 때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법이나 생활안전법에는 노동자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경우 ‘영업비밀도 공개하라’는 단서조항이 있다. 그런데 산업부나 삼성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전체가 핵심기술을 담고 있으니 공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건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정보공개법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질문 토론회에서 “산업부가 핵심기술이라고 판단한 기술은 이미 삼성이 산업부 승인을 받고 수출한 기술”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 설명해 줄 수 있나.

답변 국가 핵심기술을 지정하는 이유는 국가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과 국가 안보상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번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30나노 이하급 D램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인데 삼성은 2017년 그보다 신기술에 해당하는 ‘11나노 이하급‘ 기술을 산업부의 허가를 받아 수출했다. 이미 중국과 미국에도 삼성공장이 있다. 수출해서 해당 국가에서 다 만들고 있다. 삼성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포함돼 있다는 핵심기술은 사실상 국가 안보나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다.

저는 크게 정보를 삼성이 갖고 있는지 고용노동부가 갖고 있는지 나눠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주가 갖고 있을 때는 사업주가 제3자에게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신 영업비밀물질 포함여부를 떠나 이해당사자인 산재 피해자가 공개를 요구하면 공개를 해야 한다. 이건 법적으로도 보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단 이해당사자는 비밀을 준수해야 한다. 반면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의해 3자에게도 공개해야 한다. 만약 영업비밀물질이 포함돼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영업비밀인지 설명하고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이해 당사자인 직업병 피해자들이 정부기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더욱더 공개해야 하는 상황인거다. 이것이 정보공개법이 지향하고 있는 헌법적 가치를 준수하는 것이다.

질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판단하고 공개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는데, 추가로 알려진 게 있었나? 산업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답변 산업부도 본인들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비공개를 판단하지 못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전문가에게 요청해 핵심기술 포함 유무를 판단한 결과, 포함됐을 수 있다고 해서 정보 공개 보류를 요청한 거다. 행정안전부의 요청이 왔으니까 법률적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생각에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산업부는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처음 봤을 거다. 보고서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작성되고, 어떻게 활용됐는지 모르고 보고서에 들어간 내용도 잘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삼성 측 사람이 와서 설명을 해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의 보고서니까 삼성 관련 당사자가 와서 위원들에게 설명을 했을 텐데 본인들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설명했겠나 싶다. 그러고 나서 국가핵심기술 판단을 내린 거다. 개인적으로 산업부의 이번 판단이 굉장히 편향된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설명을 들어보면 간극이 너무 크다. 한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한쪽은 핵심기술이라고 한다. ‘전자가 맞다’고 가정하면, 삼성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이토록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

답변 삼성의 프레임을 보면 도대체 왜 이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요새 삼성의 노조와해 같은 뉴스를 보면 ‘삼성의 문화가 다 저런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이번 문제는 삼성에도 득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삼성의 ‘1등 주의’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견이 있었다. 삼성은 결점이 없어야 하고, 모든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그런 것 말이다.

윤충식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10일 오후 대학 교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충식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10일 오후 대학 교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질문 작업장 유해환경 관리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외국의 제도를 비교하면 한국은 어떤 수준인가?

답변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다. 일반적으로 사업주가 알아서 잘 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잘 안 된다. 과거 경제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기업도 정부도 노동자의 인권보다 돈 버는데 치중했다. 모든 국가들이 경제성장기에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3만불에 달할 정도까지 성장했다. 당연히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의 기본권 등을 적극 실현해야 하는데 삼성의 경우 과거 경제성장기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 같다. 바뀌어야 한다.

질문 한국 제도 개선의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그중 최우선 과제는?

답변 반도체 관련해서만 보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반도체 사업장에 적합하지 않다. 실제 측정 결과의 90%가 ‘불검출’이다. 낭비만 하는 거다. 정말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다. 진짜 위험 있는 곳에 가서 정상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측정기관이 1년에 2번 들어가는데 서로 날짜를 조율해 정한다. 그렇다 보니 고농도 누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전체적인 화학물질 사용도 알 수 없게 된다. 정부는 반도체 특성에 맞는 측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해야 될 일이다. 외국에서는 근로자가 정부에 직접 위험을 알리고 측정을 요청할 수 있다. 우린 그런 제도도 없는 실정이다.

또 하나 국가핵심기술이라는 것이 굉장히 포괄적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국가핵심기술이 7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30나노 이하급 D램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 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걸 쉽게 풀어 얘기하면 ‘국산 콩을 이용한 국산두부 제조기술’이라는 의미다. 한국산 두부콩만 들어가면 모두 핵심기술인가. 그렇지 않다. 이렇듯 너무 광범위하다.

질문 결국 소송전이다. 최악의 경우 보고서를 또 받지 못하게 된다면 직업병 피해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산재를 입증할 수 있나?

답변 없다. 사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본인의 기억? 일기장 정도? 이조차도 산재로 인정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객관적으로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 선래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지금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도 불충분한 자료다.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자료니까 최소한으로 볼 수 있는 자료다. 그런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거다.

예를 들어 법원에서 1차 판결이 나서 공개를 하라고 해도 여기서 삼성이 항고 상소를 하면 대법원까지 간다. 그러면 또 3~4년은 걸린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신청을 못하고,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소한 이해당사자인 직업병 피해자나 유가족에겐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

질문 바람직한 사태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답변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부처간의 조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조율이 되기 전이라도 이해당사자인 산재 신청자들에겐 더 빨리 알려줘야 한다. 3자공개의 경우 늦게 돼도 상관이 없지만 산재 신청을 하거나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빠르게 공개돼야 한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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