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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누군가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노이지(Noeasy) 정규 3집 'Triangle'
노이지(Noeasy) 정규 3집 'Triangle'ⓒ노이지

소리가 몰려온다. 거침없는 소리, 크고 날카롭고 무겁고 빠른 소리가 몰려온다. 금속성 소리다. 금속을 두들기고 긁고 통과시켜 만든 소리다. 키우고 비틀고 가열해서 금속처럼 만든 소리이다. 사람이 만든 음악 중 가장 크고 무거우며 빠른 소리의 조합. 헤비메탈이다. 소리의 속도와 강도와 밀도의 정점을 연결하는 음악은 거칠면서 빠르고, 빠르면서 무겁고, 무거우면서 날카롭고 거대하다. 이 중 한 가지 스타일만으로도 도드라질 사운드는 모두를 다 가져 유독 강렬하다. 사운드의 틈은 없어 보인다.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헤비메탈의 어법은 소리를 담금질하는 용광로에서 피어난다.

경험과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완전히 갈리는 음악은 픽션에 가까워 보이지만 이 또한 현실의 삶을 떠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운명. 거대한 세상과 작은 나 사이에서 인간은 좌절하고 분개한다. 좌절하고 분개한만큼 간절해진다. 헤비메탈의 사운드는 대개 좌절과 분노와 간절함을 옮겨놓은 소리이다. 현실이든 신화이든 환상이든 마찬가지이다. 출발은 현실이다. 인간의 현실이다. 실제로 울부짖고 고함치고 싸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은 자주 울부짖고 고함치고 싸우며 꿈꾼다. 헤비메탈은 그 마음을 옮기는 음악이다.

메탈코어 음악으로 마음을 연주하는 밴드 ‘노이지’

2006년 대전에서 결성한 밴드 노이지는 울부짖고 고함치고 싸우며 꿈꾸는 메탈코어 음악으로 마음을 연주한다. 인간을 연주한다. 같은 학교 재학생들로 꾸린 밴드는 올해로 12년째. 그동안 2장의 정규 음반, 2장의 EP, 1장의 스플릿 음반을 냈다. 한국에서 록 음악의 인기가 높지 않다는 사실. 특히 헤비메탈 밴드의 인기가 미미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실과 열정이 직결되지는 않는다. 인기와 밴드의 실력도 무관하다. 노이지는 데뷔 이래 2~3년 간격으로 음반을 냈다. 꾸준하다. 꾸준히 음반을 내면서 헤비메탈의 다양한 어법을 음악에 담았다. 음반을 만들고 연주를 하는만큼 노이지의 음악은 더 유연해지고 아름다워졌다. 2018년 7월 4일에 발표한 음반 'Triangle'은 올해 한국 메탈&하드코어 음악을 이야기 할 때 반드시 듣고 이야기해야 할 음반 중 하나이다.

결국에는. 메슬로우가 옳았다. 끝을 기다리는 중. 심판의 날. 최하위. 잘못된 욕망. 전염병처럼 퍼져라. 모든 것이 헛되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기생충 같은 꿈들. 그들이 길을 비켜가면서. 황무지에서로 이어지는 수록곡 12곡의 제목은 어둡고 비장하다. 노랫말에서 좀 더 자세히 드러내는 노이지의 생각은 절망과 부도덕으로 이어진 세상과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하다. 헤비메탈 혹은 다른 예술작품의 전통적인 태도이며 인식이다. 세계와 자신을 다 믿을 수 없고, 함께 부정하고 싶을 때 어둠은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 어둠을 직시하고, 절망을 드러낼 때 비장해지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절망스러운 현실을 더 절망스러운 자신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의 내면은 곤두서 격렬하다. 맞서보려 하나 패배를 예감하는 마음은 더욱 격렬해진다. 헤비메탈의 사운드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주체의 태도이다. 헤비메탈 사운드가 선택한 주체의 태도이다.

밴드 노이지(Noeasy)
밴드 노이지(Noeasy)ⓒ노이지

치열한 고민과 미적 감각으로 완성된 앨범 'Triangle‘

노이지는 이 태도와 인식을 멜로딕 메탈코어의 어법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한 태도와 인식을 장르의 어법으로 표현할 때 유효했던 아름다움을 다시 만들어냈다. 무거운 드러밍과 육중한 베이스 라인, 날이 선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쇳소리 같은 보컬이 속도를 조절하고 멜로디를 활용하며 기승전결의 구조를 변주할 때 태도와 인식은 음악으로 살아 숨쉰다. 첫 곡 ‘After All’의 몰아치는 드러밍과 보컬의 그로울링, 일렉트릭 기타 연주의 어울림은 몰아치면서 도드라지거나 서로 섞이고 비켜나가는 사운드의 클로즈업과 혼재시킨 연출로 밴드 노이지의 음악을 화려하게 만드는 매력을 예고한다. 4분이 되지 않는 ‘Maslow Was Right’에서도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가 폭주하듯 몰아치다가 완급을 조절하면서 멜로디를 부각시킨다. 그리곤 다시 속도감을 강조하고 곡의 드라마를 장엄하게 확장하면서 메탈코어다운 쾌감을 완성함과 동시에 변화를 가해 차이를 만든다. ‘Waiting For The End’는 쉴 새 없이 몰아쳐 아름답고 날렵하다. 음반 수록곡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트랙 ‘Judgment Day’는 속도감과 강렬함에 멜로디의 힘을 싣고, 합창으로 노래의 서사를 강조해 절망의 비극성마저 아름답게 펼쳐놓았다. 비장미의 완성이다. 다른 장르 음악보다 록과 헤비메탈 장르가 더 높게 쌓은 비장미를 다시 완성한 곡은 메탈코어가 있어야 할 이유와 가치를 꿋꿋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음악으로 보여준 밴드 노이지의 이름을 외우게 만든다.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음률과 리듬의 교차로 멋진 곡은 ‘Judgment Day’뿐만이 아니다. ‘Bottomless’, ‘Misguided Desires’로 이어지는 음반의 중반부 트랙은 한국의 헤비메탈 신이 쌓아온 시간과 버티고 서 있는 시간의 무게와 깊이까지 상기시킨다. 대중적으로 얼마나 주목받고, 얼마나 많은 음반이 나오는지, 얼마나 많은 팀이 활동하는지 이야기 하기는 어렵더라도 이 곡들은 지금 한국 멜로딕 메탈코어 밴드인 노이지가 감당하고 지키고 수행하는 헤비메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실현하기 때문이다. 비트를 찾고, 멜로디를 찾고, 노랫말을 찾고, 연결하고 붙이고 자르고 빼고 조율하면서 당기고 터뜨리는 과정은 노이지의 몫이다. 강렬하면서 화려하고 화려하면서 순수한 목소리와 사운드는 이미 익숙한 쾌감의 높은 기준에 도달하면서 동어반복하지 않는다. 후반부의 곡들이 시도하는 다른 스타일은 이 음반이 치열한 고민과 미적 감각으로 완성한 작품임을 인정하게 한다. 날마다 수많은 음악을 만나며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이유는 누군가 이렇게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또 다른 내일을 꿈꾸는 이유도 누군가 이렇게 제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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