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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낯선 노동부장관
김영주 노동부 장관
김영주 노동부 장관ⓒ양지웅 객원기자

“진짜야?”
학교비정규직 노조관계자를 취재하던 중 전화를 받은 이 관계자가 한 말이었다. 노조와 김영주 노동부장관이 면담을 했는데 생각보다 전향적인 입장이 나와 놀랐단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한참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던 때였다. 학교비정규직은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피해를 보는 대표적 직종이었다. 김영주 장관은 ‘피해자’를 만났고, 그 대책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법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해 당사자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장관의 행보는 꽤나 낯설다.

“이번 파업은 불법이다.”
지난 두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의 입에서 꽤나 자주 나온 말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부 입장을 굳이(!) 노동부 장관의 입을 통해 발표한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자들에게 ‘불법’이라고 했으니 다른 부처들이 더한 주장을 한다고 해도 부담될 것이 없게 된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은 이런 거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책의 장단을 파악하고 정부 내에서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입장을 ‘노동계에게 설파하는 자리’가 노동부 장관이었다. 얼마나 익숙하냐면 ‘변화’를 화두로 삼고 있는 지금 여당의 원내대표가 노동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한다. ‘왜 말을 듣지 않느냐.’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홍영표 원내대표가 자랑스레 ‘첫 성과’라고 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반대나 기권할 정도였다. 노동부 장관은 개정안이 제출될 때부터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주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법안 통과 이후 노동계의 반발은 당연했다. 장관은 피해가 분명한 노동자들을 만났는데, 홍 원내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 이면에는 ‘왜 노동부 장관이 여당의 방향을 노동자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노동자의 편을 드느냐’는 것이다. 노동운동 출신 정치인의 대표격인 두 사람의 부딪힘은 그들의 ‘출신’과 함께 꽤나 회자됐다.

주52시간 노동제와 관련해서도 홍 원내대표와 노동부 장관의 입장이 부딪혔다. 홍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전반적으로 6개월로 연장하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책 시행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살핀 것이다.

노동부 장관의 ‘낯선’ 행보는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니었다. 취임 직후 첫 행보는 전국의 ‘근로감독관’들과의 만남이었다.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자고 했다. 노동부 내의 비정규직 문제를 풀었고 일반해고 허용 규정을 폐기했다. 취업규칙 변경 시 노동자 대표 과반 동의 없이 효력을 인정한다는 지침도 없애버렸다.

노동계에서는 불만도 많지만 어찌되었든 정부 내에서는 가장 노동자의 편에 서 있다. 그저 ‘노동부 장관’이라는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것이고 ‘노동 존중’이라는 화두를 꺼내든 문재인 정부에 걸맞는 노동부 장관이다. 소임을 다하는 것이 낯설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금껏 우리의 정부가 정상은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경제침체가 풀리지 않으면서 정부와 청와대, 여당 곳곳에서 ‘기업’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혹여 정부의 정책이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럴 때 일수록 이 ‘낯선 노동부장관’의 역할은 중요하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자 입장을 살피는 ‘낯섬’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그 낯선 모습을 이유로 경질돼 버린다면 브레이크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늘 말하는 ‘노동존중'과는 거리가 먼 정부가 될 수도 있다.

김동현 뉴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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