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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무사 수사, 범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군 기무사가 이번에는 촛불정국에서 계엄령 실행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을 상대로 총부리를 겨눌 계획까지 세웠다니 실로 끔찍한 일이다.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수사해서 밝혀내야 할 문제이지만, 누구의 지시가 있었건 없었건 계엄령 검토는 기무사가 할 일이 아니다. 보안과 방첩을 임무로 하는 기무사가 계엄령 실행을 검토할 이유도 권한도 없다. 그 자체로 있어서는 안 될 일탈이며 명백한 범죄이다.

문제는 이들의 일탈이 일상화, 구조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무사는 댓글부대를 운용해서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에 개입해왔다. 세월호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관련 정보를 보수단체에 전달해 맞불집회를 독려하는 등 국내 정치에 실질적인 행위자로 역할을 했다. 나아가서 국민 절대다수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기에 군사적 반동을 모의했다.

기무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얼마나 뿌리 깊게 조직 자체에 내면화되어 있는지 가늠하는 데에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충분하다. 국민의식은 오래 전에 군사독재시대의 잔재들을 박물관에 보냈지만 이들은 그 시절의 행태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기무사의 불법행위들을 조사할 독립수사단의 수사단장이 임명됐다. 수사단은 그 구성을 마친 후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동시에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참모장은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로 군인권단체로부터 고발되어 있다.

이들이 누구와 공모해서 쿠데타 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문건을 작성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수사의 관건이다. 상식적으로 계엄 계획을 세우는데 청와대와 교감이 없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오히려 탄핵 기각을 전제로 국민적 반발을 무력 진압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정권 차원에서 짠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건 작성 당시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실로 유서가 깊어 사실상 이 조직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당시 보안사가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등을 포함한 민간인을 사찰한 사실을 폭로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행위는 한 번도 제대로 단죄 받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반복됐다. 그 고리를 끊는 첫걸음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격한 처벌일 수밖에 없다.

이참에 철저한 수사로 기무사에 대한 최초의 실질적 개혁으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기무사 개혁은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은 되었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기무사의 불법행위를 낱낱이 밝혀내고 처벌하는 한편 불법에 동원되던 인원과 기구를 축소해서 헛된 일에 눈을 돌릴 여지를 없애는 것이야 말로 당면한 민주주의 과제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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