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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어느 시점에선 삶을 기록하자. 더 늦기전에

박범준은 2015년 아버지의 자서전을 쓴 것을 계기로 가족이 선물하는 자서전 ‘기억의책’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꿈틀을 창업했고 지금까지 160명이 넘는 이들에게 '자신의 책'을 선사했습니다. 7월 19일(수) 부터 본지 평생교육원 <이산아카데미>에서 '삶을 기록하는 한 권의 책 만들기' 강좌를 시작합니다. 접수마감이 임박했습니다. 수강신청은 기사 하단을 확인하세요. 연재를 마감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셜미디어에 자기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시대에 자서전을 굳이 써야 할까? 자신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소셜미디어와 자서전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순간적인 기억과 감정을 짧은 호흡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유용한 반면, 책이라는 매체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담아 오랜 시간 보관하는 데 적합하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의 생각이나 느낌, 추억을 나누기 좋은 매체라면, 자서전은 일생에 걸친 삶의 의미를 기록하기에 좋은 매체다.

자서전(autography)은 엄밀하게 말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록한 책이다. 생애사, 인생사, 회고록 등이 비슷한 개념이다. 작가가 저자를 인터뷰하고 쓰는 ‘기억의책’은 엄밀히 말하면 대필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름을 무엇이라 부르든 자서전은 큰 성취를 이뤘거나, 황혼기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출판환경의 변화로 자서전을 쓰는 나이도 다양해지고 있다.

책을 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완성된 원고가 있어도 책을 찍어내는 것이 만만치 않던 시절이 있었다. 원고가 완성되면 편집과 디자인을 거쳐야 하고 출력과 제본이 되어야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 이 과정이 모두 비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옵셋(offset)인쇄를 해야만 했다. 옵셋인쇄는 인쇄판을 만들어 색상을 맞추기 위해서만 50~100장을 찍어야 하지만, 일단 판을 맞춰서 대량인쇄를 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다. 그래서 보통 최소 5,000권 단위로 책을 찍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디지털인쇄가 획기적으로 발전해서 소량출판이 가능해졌다. 여전히 대량출력에 비하면 책 한 권당 단가는 비싸지만 옵셋 인쇄 시절에 비할 바 아니고, 품질은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든 수준으로 훌륭하다.

상단 사진이 옵셋인쇄기, 하단 사진이 디지털 인쇄기다.  개인 출판은 이렇게 쉬워졌다
상단 사진이 옵셋인쇄기, 하단 사진이 디지털 인쇄기다. 개인 출판은 이렇게 쉬워졌다ⓒ네이버 블러그/copyweb00

이런 출판환경의 변화로 소량의 독립출판이 활발해졌다. 또 다양한 세대에서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려는 요구가 자서전 제작으로 표출되고 있다. 심지어 30대에 자기 삶의 여정을 정리한 책도 눈에 띈다. 젊은 세대가 자서전을 만드는 것은 출판환경 변화와 함께 자기 삶에 대한 표현방법과 문화가 다양해지고 활발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창나이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넘치는 사람이 있고, 지난 삶의 의미를 찾아 정리하고 싶을 수 있다. 욕심일 수 있겠지만 30대에 한번 자서전을 쓰고, 십 년마다 더 풍부해진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내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 어느 나이, 특별한 시점에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적어보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머릿속에만 맴돌던 생각들을 글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족보로 어찌 자신의 뿌리와 세월의 내밀한 나이테를 읽을 수 있으랴

이런 삶의 기록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집안(문중)에 족보라는 기록이 있었다. 사실 족보에는 조상의 이름과 태어난 날짜가 적혀있을 뿐이어서 대체 이런 책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다. 족보가 중요하던 시절엔 이름과 날짜뿐인 정보에 이야기를 보태줄 집안 어른들이 있었다.
어느 분이 어떤 벼슬을 했고, 어떤 성품이었는지 기억하고 전해주는 스토리텔러가 없는 지금 시대에, 족보는 그냥 정보가 적힌 문서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남긴 자서전에 담긴 정보와 이야기들은 후대에 자신의 뿌리이자 역사가 된다. 그들의 탄생과 성장의 여정은 물론, 그 배경이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테니 말이다.

자서전은 족보에는 없는 내밀한 자신의 뿌리와 세월을 기록한 나이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것들이 모이면 생동감 넘치는 가족사가 완성된다
자서전은 족보에는 없는 내밀한 자신의 뿌리와 세월을 기록한 나이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것들이 모이면 생동감 넘치는 가족사가 완성된다ⓒpixabay

자서전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이 주관적 기억이 충분히 모이면 객관적인 진실을 가늠할 수 있는 기본 자료가 된다. 강연 중에 한 수강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장인어른이 좋은 친구라고 말씀하신 분이 있어서 장모님에게 여쭤봤더니 ‘아, 그 망나니?’라고 하시던데요. 이렇게 견해가 다른 부분은 어떻게 써야 하나요?”

장인어른 책에는 좋은 친구였다고 쓰고, 장모님 책에는 망나니 같은 남편 친구라고 쓰시라고 말씀드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참 좋은 친구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속 많이 썩인 망나니일 수 있다. 그 사람은 ‘참 좋은 친구’나 ‘망나니’가 아니라 단지 ‘누군가에게는 좋은 친구였으나, 그 아내에게는 망나니였던 사람’으로 기록되는 것이 가장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그리고 ‘망나니’라는 표현도 장모님께 글로 적어 보여드리면 분명히 고치고 싶어 하실 거라고 말씀드렸다.

개인의 주관적 기록이 모여 시대의 속살을 보여주는 역사 기록이 된다

개인 자서전은 가장 주관적이 기록이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시대의 기록이 된다. 예전에 역사라고 하면 왕조사를 의미했다. 지배자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 삶의 기록이 보편화되면 개인사를 중심으로 시대를 읽는 역사학이 생겨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꿈틀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의 요청으로 4.3 생존희생자와 유가족을 대상을 한 ‘기억의책 제주4370’을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개인 자서전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자서전은 또 화해와 치유에 도움이 된다. 가끔 인터뷰할 때 누군가에 대한 깊은 원망을 꺼내놓는 분들이 있다. 가족, 친지, 절친했던 친구들이지만 깊은 상처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상처를 꺼내 글로 적으면 새로운 눈으로 보는 계기가 된다. 마음속에서 ‘죽여 버리고 싶은 인간’이 ‘그 나쁜 놈’이라는 말로 나오고, 글을 검토하면서 ‘나와 불편한 일이 있었던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상처가 드러나고, 순화되고, 다른 이들에게 읽히는 것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다.

개인의 기록이 역사의 법정에선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특정 시대에 대한 규정에 맞선 이 기록들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속살을 추적하는 밑거름이 된다.
개인의 기록이 역사의 법정에선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특정 시대에 대한 규정에 맞선 이 기록들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속살을 추적하는 밑거름이 된다.ⓒ사회적기업 꿈틀

스스로 자서전을 쓰는 것은 오히려 부모님 자서전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한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공감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존중이라는 대원칙과 호기심, 용기, 경청, 공감 등 인터뷰에서 중요한 원칙들이 내 자서전 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발견한다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과정을 혼자 가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는 청자(Listener)가 없다는 것이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큰 어려움일 수 있다. 그럴 때는 나의 자녀나 손주를 가상의 독자로 설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자가 정해지면 그에 맞게 나의 말투와 표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앞둔 부모님처럼, 자서전을 쓰려는 내 맘속에도 ‘누군가 내 삶을 함부로 평가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다. 살면서 함부로 평가받아온 상처들이 쌓여있기 때문에 피하기 힘든 두려움이다. 그래도 한번 용기 내 보자. 결국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용기뿐이니 말이다.

‘삶을 기록하는 한 권의 책 만들기' 강좌

강사:박범준 사회적기업 꿈틀 편집장

자서전, 회고록은 위인전이 아닙니다. 정직하게 자신의 삶을 응시하거나, 부모님의 삶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일은 또 다른 대화의 과정이며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묵상하는 것, 부모님의 팔순 잔치에 용돈이나 맛난 음식 대신 그간 고단했던 생의 기록을 소담스레 담아 드리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강좌는 일반인도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강좌입니다.

일시:7월19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2시간. 종로 2가 일원 (수강생께 별도 공지합니다)

- 일반반(공통강좌):7월 19일~8월 2일/매주 목요일 3회차 (30명. 수강료 3만 원)
- 심화반(개별 원고완성):7월 19일 ~8월 23일/매주 목요일 총 6회차 (12명. 수강료 10만 원)

입금
일반반:3만 원
심화반:10만 원
신한은행 100-031-894139 예금주:민중의소리. 7월 14일까지 입금하시면 됩니다.

회차별 강의

*일반/심화 공통강좌
7월 19일) 1회:자서전 시작하기
7월 26일) 2회:인터뷰하기
8월 2일) 3회:글쓰기와 사진 정리하기

* 심화반 선택강좌
8월 9일) 4회:이야기 구성과 제목 정하기
8월 16일) 5회:편집과 피드백
8월 23일) 6회:자서전 초고 완성하기


* 일반(공통)반은 자서전 집필에 대한 노하우 등의 기본강좌이며, 심화반은 강사와 사회적기업 꿈틀 편집진이 구체적인 집필과정을 지도하며 돕습니다. 심화반의 경우 이번 여름이 지나면 세상에 단 한 권, 멋진 책을 낼 수 있는 원고를 손에 쥐게 됩니다.

* 바로 수강신청을 원하시면 isan@vop.co.kr 로 원하시는 강좌이름과 성함,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기억의책'에 대한 소개영상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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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준 사회적기업 꿈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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