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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본논리만 앞세우는 조선 구조조정, ‘사람’이 없다”
성동조선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에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성동조선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에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법정관리가 지난 4월 창원지법에 의해 결정됐다. 이번 법정관리도 어김없이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있다. 자본논리에만 매몰된 구조조정안에는 ‘사람’이 없다.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묻는다는 비판도 오랜 비판도 반복됐다.

경남 통영시에 소재한 성동조선은 2007년 수주잔량 기준 세계 8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8년 23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09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올해 3월 8일 기획재정부는 성동조선에 대한 법정관리를 결정했고, 성동조선은 3월 22일 창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성동조선 지분 81.2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자구책을 수용했다.

자구책에는 생산직 81.3%, 관리직 42.4%를 줄인다는 구조조정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지난 5월 이후 1차 희망퇴직으로 관리직 120명, 생산직 182명이 회사를 떠난 상태다. 이 계획대로라면 관리직 50명, 생산직 450명가량 더 해고해야 한다. 결국 1200명 가운데 800명을 정리하면 남는 인원은 400명. 이중 생산직은 147명이 남게 된다. 제조업인 조선업종이 생산직보다 관리직이 더 많아지는 기형적 구조가 되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8일 째 경남도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강기성 성동조선지회장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8일 째 경남도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강기성 성동조선지회장ⓒ구자환 기자

창원시 경남도청 앞에는 지난 6월 14일부터 성동조선 노동자들이 구조 조정안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5일에는 강기성(45) 전국금속노동조합 성동조선지회장이 물과 소금만 먹는 기약없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만난 12일은 단식농성 8일째 되는 날이다.

노동조합은 사측에 후생복지비용 절감, 임금 일부 반납, 무급순환휴직을 받겠다는 양보안까지 제시했지만 구조조정 계획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단식으로 저항하는 일 뿐이었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내쫓아 상실감이 너무 큽니다. 성동조선은 조선업 호황을 한 번도 겪지 못했습니다. 하청보다 더 못한 월급을 받으며 회사가 잘 될 것이라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니 더 억울하고 허탈해지는 겁니다.”

강 지회장은 채권단이 조선소를 기형적 구조로 만든 이유를 정규직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해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것이라고 지목했다. 퇴사한 노동자들은 현재의 조선업 불경기에서는 1차 하청이 아닌 3차 하청업체에도 들어가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의 상실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요행히 하청업체에 재취업하더라도 성동조선에서 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균 연령대가 37세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기에 이들의 실직은 가족의 생계마저 흔드는 일었다.

강 지회장은 조선업만큼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박근혜 정부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법정관리가 발표된 이후 정부는 더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도 파산이 되던, 청산이 되던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상남도 역시 실직한 노동자의 사후처리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나 현 정부나 조선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살릴 방안이 있는지, 그리고 다른 것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식의 구조조정은 세계 1위의 한국조선 산업을 영원히 잃게 만들 것입니다. 일자리 정책도 너무 이중적입니다.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고용창출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량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정책방향을 자본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성동조선 조합원과 경남시민사회단체가 성동조선 회생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성동조선 조합원과 경남시민사회단체가 성동조선 회생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강 지회장은 “독일에서 정부가 기업의 인수합병에 개입해서 인수기업에게 총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기업 매수가를 낮추어준 사례가 있다”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정리 해고된 노동자를 위한 사후 정책비용을 총고용을 보장하는 사전 정책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지회장은 성동조선이 법정관리까지 오게 된 주요한 원인을 KIKO 외환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들었다. 2008년 IMF 구제금융위기 당시 대출을 받으며 ‘꺾기’로 구입했던 KIKO 외환파생상품으로 성동조선은 8천억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총 손실분은 1조 5천억원에 달했다고 했다. 이 상품으로 인해 20여개의 중소형 조선소가 도산했다고도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중소기업이 크게 피해를 입었던 KIKO 외환파생상품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성동조선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성동조선 조합원과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함께 한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노동존중 세상을 열어 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살기 위해 노동자는 곡기를 끊어야 하는 비상식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대량 정리해고는 노동3권을 제한하려는 의도 하에 불법적 인원 구조조정 계획안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정규직을 자르고 비정규직을 확대하겠다는 이명박근혜 노동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자환 기자

민중의소리 전국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경남지역을 담당하며, 영화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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