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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전부터 이미 양승태는 반(反)헌법행위 집중검토대상자였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이날 대법정에서 열린 한명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대법관 8대5 의견으로 한명숙 의원에게 유죄를 내렸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이날 대법정에서 열린 한명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대법관 8대5 의견으로 한명숙 의원에게 유죄를 내렸다.ⓒ양지웅 기자

'사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일대기가 반헌법행위자 열전에 담긴다. 반헌법행위자 열전편찬위는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했다.

열전편찬위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1차 보고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문민정부 이후 시기 반헌법행위로 집중검토대상자가 된 것이 아니라,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간첩조작에 연관돼 선정됐다.

열전편찬위는 양 전 대법원장을 반헌법행위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6건의 간첩 조작 사건 재판과 12건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에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열찬편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서울지법 판사 시절 재일동포 김동휘 사건, 이원이 사건, 장영식 사건, 조득훈 사건 등에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이 중 장영식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돼 1979년 1월 14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동휘 사건은 2012년 5월 24일, 이원이 사건은 올해 1월 26일, 조득훈 사건은 2014년 9월 5일 모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또한 양승태는 1986년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시절 강희철 간첩조작 사건과 오재선 간첩조작 사건에 재판장으로 관여했다. 강희철 사건의 경우 재판 당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해자인 강희철씨는 지난해 2월 16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했다"며 "그 판사의 이름을 안 잊어버렸다. 양승태"라고 증언한 바 잇다. 강희철씨는 2008년 6월 23일 제주지법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간첩조작사건으로 피해를 당한 오재선씨 또한 재판장에서 자신은 '빨갱이가 아니고 고문을 당해 하는 수 없이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했으나 당시 양 재판장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 양로원에서 양승태가 대법원장이 된 사실을 알았고, 그가 자신의 1심 재판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재선 사건은 현재 재심 진행 중이며, 7월에 최종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서울형사지법에 근무할 당시 1975년 심지연, 최열, 이명준 등 대학생들, 1975년 이부영, 성유보 등 전 동아일보 기자, 1977년 이혜경, 배경순, 고광순 등 대학생들의 재판에 배석판사로 참여해 12건의 긴급조치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뉴시스

열전편찬위는 양승태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및 배상 판결이 뒤집혔다는 사실을 놀라운 점으로 꼽았다. 2013년 4월 18일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 무효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긴급조치가 무효라고 판결한 바로 그 대법원은 2014년 10월 27일 긴급 조치 9호로 처벌받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모순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대법원의 앞뒤가 맞지 않는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는 하급심의 국가배상 판결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양승태 사법부는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긴급조치 배상 판결 결정을 내린 하급심 판사들을 징계하기 위한 조치를 계획했다는 등 의혹을 받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는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판결에서 피해자들에게 2차적 피해를 안겼다. 박동운씨는 고문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간 감옥살이를 한 후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법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씨는 국가를 상태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양승태 대법원은 2014년 12월 24일 소멸시효 6개월을 이유로 배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열전편찬위는 양승태는 '사법엘리트'의 전형이라고 짚었다. 화려한 법관 경력을 쌓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법조인들의 선망의 대상인 대법원장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전편찬위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탄의 대상이 됐다"며 "양승태 사법부는 법원행정처를 동원한 법원행정권 남용,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 판사들에 대한 감시 등 상상을 초월하는 행위를 했다"고 규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KTX 승무원 재판’ 등을 미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KTX 해고 승무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KTX 승무원 재판’ 등을 미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KTX 해고 승무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특히 양승태 사법부는 약자에 대해 가혹했다. KTX(한국철도공사) 승무원 해고 사건도 양승태 대법원에서 갑자기 뒤집어졌다. 1,2심에서 승소했던 KTX 해고 승무원들은 과거 4년간 일한 것으로 인정돼 코레일로부터 임금과 소송비용 일부를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하며 이 돈을 모두 토해 내야 했고, 판결 직후 세 살 아이의 엄마였던 해고 승무원은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양승태 사법부는 사법 독립권을 침해하고 헌법 파괴 행위를 하면서도 정치 권력은 보호하려고 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 소송'에 대해 아무런 이유없이 변론기일을 무기 연기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난 이후 바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사법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정치권의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열전편찬위는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103조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및 국가정보원 법 위반' 재판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원세훈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상고심 재판은 처음 대법원 3부에 배당됐으나, 두달 후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13명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파기환송돼 서울고법으로 넘겨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 20일 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상고법원 신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 의혹을 사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뿐만 아니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통합진보당 사건 관련 판결, 상여금의 노동자 통상임금 미포함 결정, 쌍용차·콜텍 정리해고 적법 판결, 철도노조 파업 사건 업무방해죄 적용, 노조 파업관련 손배·가압류 판결 등의 재판을 무기로 정치권력과 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열전편찬위는 "판사들의 공정한 재판을 지원하기 위한 법원 행정처는 그 본연의 역할을 방기한 채, 법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권력과의 거래 문건을 만드는 일에 열중했으며, 사회적 약자를 울리고 정치 경제 권력자들의 편드는 편향된 판결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 모든 행위의 정점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있고, 따라서 그는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킨 '사상 최악의 대법원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헙법행위자 열전편찬위원회 책임편집인을 맡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사법농단 사태에 관해 "양승태 사법부의 행태는 과거청산 없는 민주화가 초래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잘 보여준다"며 "군부독재 정권 시절의 사법부는 민주화가 굴절없이 진행됐다면 당연히 청산됐어야 할 적폐"라고 질타했다. 한 교수는 "군부독재 시절 사법부는 독재자의 사법권 침해를 막지 못했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또 때로는 마지못해서 정치권력에 협조했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때처럼 사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정치권력과 거래를 시도하며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파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 등 해고 승무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농단 수사 변호사를 자처하는 대법원을 규탄하는 의미로 대법원 표지석에 하얀 국화꽃을 던지고 있다.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 등 해고 승무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농단 수사 변호사를 자처하는 대법원을 규탄하는 의미로 대법원 표지석에 하얀 국화꽃을 던지고 있다.ⓒ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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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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