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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사법농단 사태 해부②] ‘역대 최악의 대법원장’ 위기에 놓인 김명수

편집자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법관사찰·재판거래 등 사법농단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법 독립’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훼손시킨 사상 초유의 일로, 이 사건이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그럼에도 현 사법부가 이 문제를 곡해·축소시키는 데 골몰함에 따라 국민들의 사법 불신 여론이 극대화됐다. 3차에 걸쳐 진행된 법원의 자체조사 결과를 믿기 어려운 국민들은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결국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영장 발부 등 강제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사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이 사건 수사는 기약 없이 정체된 상태다.

완전한 진상규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심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민중의소리’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고민해온 법조계 전문가들과 함께 이 사태의 본질을 해부하고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여기엔 헌법 분야 석학이자 대표적인 비판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지미 변호사, 작년까지 1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근무하며 국민들을 위한 ‘좋은 재판’을 고민해왔던 박판규 전 판사가 참석했다. 좌담회는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인근에서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1화. 양승태 사법부는 정말 ‘보수의 영구집권’ 꿈꿨나
2화. ‘역대 최악의 대법원장’ 위기에 놓인 김명수

10일 서울 안국역 근처 카페에서 민중의소리 주최 사법농단 사태 진단 및 해법 모색 좌담회를 하고 있다. 민변 사법위원장 김지미 변호사(오른쪽부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 박판규 전 판사(현 변호사)
10일 서울 안국역 근처 카페에서 민중의소리 주최 사법농단 사태 진단 및 해법 모색 좌담회를 하고 있다. 민변 사법위원장 김지미 변호사(오른쪽부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 박판규 전 판사(현 변호사)ⓒ김철수 기자

기자 2009년 당시 신영철 대법관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사건 처리를 주문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적이 있었어요. 실제 당시에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거나, 재판 과정에서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을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한 판사가 사직하기도 했었죠. 그때도 사법 불신 여론이 극에 달했었죠?

한상희 아주 치명적인 사건이었죠. 어떻게 보면 이번 사법농단 사건의 첫 단추는 거기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사법 수뇌부가 사법 체계를 자기 손아귀에 장악했던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었거든요.

박판규 신영철 사태 당시 깔끔하게 처리가 안 된 건 매우 치명적이었죠. 그때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방치하는 바람에, 지금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온 거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판사들의 대응도 그때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엔 약간 달라진 측면도 있어요. 그때 판사회의도 하고 그랬는데 신영철이 사퇴를 안 하고 버티다가 그냥 끝나버렸거든요. 물론 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증발한 측면도 있어요. 이번에도 판사회의만 하다가는 그냥 묻힐 수도 있을 것 같고, 전국법관대표자 회의라는 걸 만들어서 뭔가 해보자고 하면서 이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어요. 젊은 판사들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그거에요. 어찌됐건 지금 일어난 사건을 제대로 처리 못하면 다음에는 더 한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신영철 때 한번 경험을 했잖아요.

김지미 심증만 있었지 물증이 없었어요. 지금처럼 문건이 나오거나 했더라면 정말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을 텐데, 심증으로 ‘이상하다’ 했지만 신영철이 버티기 시작한 순간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문건이 나왔잖아요. 그때 문건은 지금도 어딘가 있을 거예요. 그때 뭔가 물증이 있었다거나, 그래서 여론이 좀 더 세게 밀어붙여서 신영철이 대법관 못 되게 한다든지 했다면 달라졌겠죠.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던지 이런 건 지금까지 쭉 있어왔던 문제들이에요.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란 말이죠. 사실 사법 관료화는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심화됐다고들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때 우리가 독수리 5형제가 있어서 굉장히 좋은 ‘이용훈 코트’였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 외의 것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말이거든요. 그땐 더했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런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고, 지금 문제가 굉장히 커지고 수사까지 간 상황이 된 거죠. 지금도 흐지부지 되어 버린다면 정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박판규 제가 초임으로 법원에 갔을 때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이었어요. 재밌는 건 그때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판사들이 관료화를 염려했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양승태 코트’에서는 누구도 관료화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죠. 관료화가 완성되어버린 거죠. 양승태 코트 6년 동안 관료화 이야기는 누구도 하지 않았어요. 이용훈 대법관 시절에는 모든 부장들이 관료화가 문제라고 했어요. 그리고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다들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할거라 예상했었어요. 심지어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으면서 잠깐 휴정되고 나서 신 대법관이 방에 들어갔을 때 사퇴 입장 정리하고 나올 거라고 기자들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사퇴 발표를 2시에 하냐, 4시에 하냐 그런 이야기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냥 방에서 쉬고 나와서 다시 조사받더라고요.

김지미 뭔가 시그널을 받은 게 아닐까요? ‘계속 버텨라’는 시그널.

박판규 그런게 있었겠죠. 실제 그때 윗선에서 무슨 시그널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돌았고요. 그러고 나서도 여론의 압박이 계속 있었는데, 갑자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거의 두 달 동안 모든 이슈가 묻혀버렸죠. 그러고 나서 6년을 버텼죠. 6년 내내 본인 스스로 ‘내가 뭘 잘못했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퇴임할 땐 ‘다시 돌아가도 그때처럼 하겠다’고 했었죠.

김지미 확신범인데요?

한상희 오죽했으면 제가 2005년에 법원행정처 개혁 방안이라는 논문까지 썼거든요. 관료화가 너무 심하다는 문제의식에서요. 그만큼 이용훈 체제에서 이미 관료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던 측면도 있었던 거죠.

박판규 그때 단죄가 제대로 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커요.

기자 그렇다면 지금 확실히 단죄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법원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요? 적어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말이죠. 그런데 세 번 ‘셀프조사’를 해서 충격적인 내용이 나왔음에도, 보고서 결론을 보면 ‘별 문제 아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많이 놀랐어요.

좌담회에서 박판규 전 판사(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좌담회에서 박판규 전 판사(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박판규 결국은 조사위원들도 자기 조직에 칼을 못 대겠다는 거예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처럼 말이죠. 마음 한 켠엔 이런 기대도 있었어요. ‘어느 정도는 스스로의 살을 도려낼 수 있는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죠. 만약 그랬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죠. 그런데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그 일념으로 자체조사를 하고 결론을 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그렇게 될 수 없는 상황이 온 거죠.

김지미 징계 수준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던 거라고 봐요. 징계를 해도 정직까지만 할 수 있으니 아무리 심하게 해도 큰 타격은 안 되거든요. 지금 법원이 하는 변명이 너무 궁색해요. 변협이랑 민변 등 민간인 사찰한 내용까지 다 나왔는데도 ‘소송 대상이 아니다’, ‘판단할 수 없다’ 이런 취지로 결론을 내잖아요? 어떻게 보면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판사들 뒷조사하고 이런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걸 다 보고도 덮어버리잖아요. 아직까지도 그 문건들은 공개가 안 됐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너무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로 진상을 파악할 의지는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죠.

한상희 참 저는 서투르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물론 문제가 터지면 조직 내부에서 처리하는 게 제일 좋은 경우가 있죠. 그런데 이번 문제는 1~3차 조사를 하면서 국민적 의혹은 더 커졌다는 거예요. 국민들은 ‘사법적폐 청산’이라는 관점에서 기대를 갖고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데, 정작 이분들이 조사할 때는 오로지 자기 논리에 갇혀서는 ‘이정도로 하고 넘어가면 되겠지’ 하고 대충 넘어가는 거죠. 저는 아직도 그 의도를 모르겠어요. 보고서를 보면 ‘대충 이정도로 하고 넘어가자’는 건지, ‘여러분 행간을 읽어주세요’라고 하는 고발장인 건지, 정말 궁금해요.

김지미 본문과 결론이 너무 달라요. 본문을 보면 고발장 같기도 하고, 결론을 보면 덮으려는 것 같고 말이죠.

기자 어떻게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전혀 없잖아요?

한상희 그래서 그 조사보고서를 왜 썼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어요. 사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문제가 터지면 진짜 팔, 다리 중 하나는 잘라내는 게 조직 안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단 말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국정원이 그런 일을 참 잘하죠. 정권 바뀔 때마다 개혁위원회 이런 걸 만들어서 팔, 다리 잘라내거든요. 그런 정도의 노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좀 걱정돼요.

박판규 들리는 후문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한테 ‘니가 책임져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 선에서 덮으려고 했던 셈이죠. 임 차장 입장에선 억울한 거죠. ‘일은 같이 벌였는데 왜 나만 책임지냐’ 뭐 이런 생각이 있었겠죠. 어쨌든 양승태는 임종헌을 직무 배제 시켜놓고 조사가 끝나면 임종헌을 징계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정작 임종헌이 나가버린 거예요. 1차 보고서를 보면 임종헌이 책임자인 것처럼 돼 있는데, 그 사람이 나가 버리니깐 누구를 징계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래서 그때 징계 대상을 특정하지를 못했어요. 결국 폭탄을 떠안을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추가조사를 했고, 나머지를 징계는 할 수 있는데 결국은 ‘피라미’들이고, 그렇다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수사를 하라고 하기엔 일이 너무 커져버릴까 겁났던 거죠. 그리고 자기들이 가장 싫어하는 검찰한테 우리의 치부를 보여줘야 하냐는 생각도 있었을 거예요. 딴 사람은 몰라도 검찰한테 조사받는 건 더 싫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못 낸 채로 국민 의견과 소장 판사들의 의견을 고려해서 수사를 한다면 협조하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담화문을 낸 거죠. 그러니깐 대법관들이 바로 일어나서 ‘수사는 안 된다’고 하고, 전체적으로 꼬여버렸죠. 그렇다면 결국 방법이 뭐냐? 지금으로선 수사를 해서 반드시 누군가를 처벌할 수밖에 없어요. 최소한 임종헌 정도는 처벌을 해야죠. 임종헌이 모든 걸 안고 가겠다고 하면 혼자 처벌을 받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지금 대법원은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일 거예요.

김지미 형사 처벌과 관련해서는 조사보고서에도 몇 군데 언급되는 부분이 있긴 해요. 가장 최근 3차 보고서에 사안별로 ‘부적절’, ‘사법행정권 남용’ 이런 식으로 구분해놨는데, 솔직히 그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누가 봐도 형사 처벌이 명백히 가능한 내용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조차 ‘행정권 남용은 맞지만 형사 처벌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써요. 특히 ‘이판사판’ ‘이사야’ 카페 같은 데 개입한 경우는 명백한 처벌감이거든요. 범죄가 성립되는 근거도 비교적 명확하고요. 그런데 보고서에는 왜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지 되게 자세히 적어놨어요. 뭔가 찔리긴 찔렸던 거죠. 그래서 오히려 미리 방어를 해주는 모양새가 됐죠.

한상희 재판에 영향을 줘서 고발을 못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리 분석은 다 해놨어요.

김지미 그런 차원에서 보고서를 본다면, 법원이 해놓은 해석들은 오히려 반대로 해석하면 돼요.

박판규 1차 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는 교수님이 아까 말했듯, ‘행간을 읽으라는 건가’ 이런 느낌이 좀 있었는데, 이번 보고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본문을 보면 분명 문제가 있는데, 결론은 딴소리를 해요. 결론은 결국 진짜 하고 싶은 말인 거고, 본문에 대한 심각성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건을 다 확인해놓고, 뭐는 공개하고 뭐는 비공개하고 그랬잖아요? 제가 보기엔 자기들이 보기에는 별로 심각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 내용만 공개한 것 같아요. 그래서 보고서 쓸 때도 심각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결론을 그렇게 내는 거예요. 국민들 인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거죠. 소장 판사들과 고참 법관들의 인식 차이도 마찬가지에요. 젊은 법관들은 어느 정도 국민들 인식과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위로 갈수록 너무 동떨어져 있어요. 그 차이가 분명히 있어요.

한상희 적어도 지금 대법관들은 국민들 이야기를 들어서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 잘못됐으니깐 자기가 가르치고 교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 거죠.

기자 그래서 대법관들이 그런 입장문을 내는 거군요. 최근에 ‘대법관 일동’으로 낸 입장문을 보면 거의 선전포고 수준이더라고요. “재판거래 의혹은 근거 없는 것이다. 그러니깐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 이런 문구가 있었죠.

김지미 대법관이라는 건 사실 굉장히 명예로운 자리거든요. 한 나라의 대법관은 13명밖에 없거든요. 이 사람들이 뭘 할 때 전부 자기 이름을 걸고 한단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 대법관들이 성명을 낸 걸 보면 ‘대법관 일동’이라고 돼 있어요. 유치하죠. 우리나라 대법관들 수준을 보여주는 거예요. 또 그 당시 있지도 않았고 관여하지도 않았던 대법관들마저 그렇게 성명을 내는 데 동의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누군가 일동으로 뭔가 하자고 제안을 한다 한들, ‘나는 모르니깐 할 수 없다’거나 ‘나는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단정적으로 발표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해야 정상이란 말이죠. 원세훈 판결 나왔을 때도 그랬잖아요. 지금 대법관들의 그런 집단행동 자체가 스스로 수준 이하임을 보여주는 거예요.

한상희 그 말 하시니 생각나는데, 과거에 법대 장학금을 본부에서 좀 삭감했던 적이 있어요. 교수회에서 성명서를 쓰는데, ‘로스쿨 교수 일동’이라고 했다가 어떤 교수가 왜 ‘일동’이라고 썼냐며 2박 3일을 문제 제기하면서 싸웠어요. 그래서 교수회에서 결국 ‘죄송합니다’ 하고 교정했던 일이 있었죠.

기자 대법관들이 저렇게 나오는 마당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결단력을 발휘해서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답답하다는 여론도 많아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박판규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느 정도 여러 의견들을 들으려고 하는 거 같긴 해요. 그 분은 최종 의사 결정을 할 때 조직 내부 다양한 의견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받아요.

한상희 지금 대법관들 상당수는 사법농단에 연루돼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은 조직 안보가 가장 우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김 대법원장은 나름대로 이번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는 일이 사법개혁의 발판이 돼야 한다는 의식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법관들이 일종의 저항 아닌 저항을 하고 있는 상황인거죠. 대법관들은 검찰이 법원을 수사하면 그 자체로 사법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봐요.

김지미 양승태가 놀이터 회견을 할 때 ‘저런 걸 왜 할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걸 또 하나의 시그널로 보는 해석도 있더라고요. 대법관을 포함한 고위 법관들에게 하나의 신호를 준 것이라는.

한상희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김지미 재판거래는 절대 없었다는 거에 대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똑같은 입장들이 쭉쭉 나왔잖아요. 김 대법원장의 한계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수사 과정에서도 그렇고, 시간을 너무 벌게 해주고 있잖아요. 벌써 검찰이 수사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참고인 조사 몇 명 한 것 말고는 없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증거보존인데 그걸 위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 불러서 물어보는 건 언제든 할 수 있거든요.

한상희 사실 지금 김 대법원장처럼 조직 장악을 못하는 게 원론적으로는 맞는 거죠. 사법체계는 누가 누구를 장악하는 체계가 되어선 안 되거든요. 그러나 재판 영역과 별개로 행정의 측면에서는 수사에 협조할 건 협조하는 게 맞죠. 그 부분이 아쉽고요. 점차 시간이 갈수록 뜨거운 감자는 김 대법원장 손에서 검찰로 넘어갈 거라고 봐요. 검찰 또한 골치가 아플 거예요.

김지미 그렇죠. 함부로 영장을 넣지도 못하겠고, 영장 쳤다가 기각되면 이도저도 안 될 거 같고 말이죠. 어떻게 보면 지금 잇따라 영장들이 기각되는 사례들을 보면, 법원이 혹시 뭔가 시그널을 보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구속될 법한 것들이 꽤 있는데, 그럼에도 계속 영장을 기각하고 있거든요. ‘너희가 영장 넣으면 기각시킬 거니깐 하지 마’라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해요.

한상희 자꾸 영장 기각하면 검찰이 오히려 계속 영장을 칠 수도 있죠.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싸울 수도 있으니깐요.

기자 실제로 김 대법원장이 수사협조를 언급했지만, 행간을 보면 부연 설명들이 워낙 많았어요. ‘나는 재판거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의혹이 있으니깐 수사를 한다고 하면 응할 것이고’ 뭐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결국 김 대법원장도 수사에 응하는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협조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사람의 진위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지미 안타깝죠. 이정도로 하면 잠잠해질 거라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법원 안에 도무지 뭐가 더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무슨 생각으로 자료협조 요청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지, 그러면 그럴수록 비난은 더 거세질 거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말이죠. 애초에 우려했던 대로 검찰이랑 수사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고요. 그럼 지금 특검을 이야기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지금 돌아가는 판세가 그래요.

박판규 김 대법원장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춘천지법 있을 때 기획법관 선거도 하고, 그 다음에 사후 분담을 판사회의에서 짜보라고 하고 넘기기도 했단 말이죠. 그런 것들이 실은 당시 법원장이 하라고 해서 된 게 아니라 아래에서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한 번 해봐라’ 이런 식이으로 된 거였죠. 밑에서 의견을 제시하면 그걸 보호해주는 스타일이지, 무조건 내 말을 따르라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수사협조 측면에서 보면, 실제 실무는 법원행정처장이 하고 있을 거란 말이죠. 그렇다면 개별 협조 사항들을 결정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대법원장이 스타일상 직접 하나하나 간섭하면서 ‘이건 해주고 이건 해주지 마라’ 이런 식으로 하진 않을 거라고 봐요. 그러다 보니 밖에서는 대법원장이 왜 앞에선 협조하겠다고 하고 뒤에선 약속 안 지키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죠.

김지미 평상시였다면 굉장히 민주적인 리더십을 행사하는 건데, 지금은 비상사태잖아요? 그러니깐 어느 정도의 결단력이나 이런 건 발휘해줘야 돼요. 대법원장이 모든 걸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수습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건데, 평상시처럼 해선 안 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보면 우유부단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봐요.

한상희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본질은 리더십이거든요. 내버려두는 게 리더십은 아니잖아요. 의견을 수렴하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가 의견을 만들어나가서 사태를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 그걸 못하고 있으니 참 답답한 거죠.

기자 법원이 협조를 안 해주면 현실적으로 검찰 수사가 어려운 상황인거죠? 사실상 영장 발부 등 강제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게 법원이니까요.

김지미 어렵죠. 그럴수록 일반론으로 돌아가서 수사를 하면 돼요. 이게 대상이 법원이 아니라면 마땅히 했어야 할 것들을 지금 검찰이 안 하고 있는 거잖아요. 수사는 강제수사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압수수색도 그렇고 구속영장도 그렇고요. 그런데 지금 임종헌 출국금지한 것 말고는 없거든요 지금.

한상희 그건 했네요?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김철수 기자

김지미 네. 그것 말고는 없어요. 뭔가 하는 흉내를 내고는 있지만 수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메일이나 통신자료 확보도 못 했죠. 법원에선 그런 얘길 한다는 거예요. 카드사용 내역이나 동선 달라고 하는데 그런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하는거죠. 디가우징 관련된 부분도 일반적으로 하면 돼요. 담당자 불러다가 뽑아내는 작업 하면 되는 건데 말이. 그런 걸 안 하고 계속 눈치를 보고 있으니, 언제까지 법원이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박판규 자체조사와 검찰 수사의 차이점은 강제수사 여부에요. 그냥 임의제출 받아서 수사하는 거면 법원 조사 한 번 더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굳이 검찰이 할 필요가 없거든요. 무조건 강제수사를 시도해야 돼요. 영장이 기각되면 그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을 받으면 되거든요. 검찰이 지레 ‘안 될 것 같으니깐 안 하겠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기자 얼마 전 법원행정처가 기획조정실 PC 하드디스크 파일 말고 다른 건 못 준다고 했을 때 기자들이 수사팀 관계자한테 ‘압수수색 영장 청구 언제 할꺼냐’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자발적 협조가 없이는 압수수색을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진실규명에 다가서기 어렵다”는 거예요. 영장 못 받을 거라고 미리 예단하고 있다는 거죠.

한상희 검찰 입장에선 사법부에 대한 존중은 지금까지 충분히 했어요. 검찰이 영장 친다고 해서 국민들이 ‘검찰이 법원을 능멸한다’ 이렇게 생각 안 할 거예요. 오히려 법원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생각할 거란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까도 말씀드렸다만 점점 뜨거운 감자는 검찰한테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계속 이렇게 직무유기 수준으로 갈 것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검찰이 임종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박판규 검찰도 부담이 있을 수 있는 게, 임종헌이 불어도 추가 증거가 없으면 못 잡잖아요. 추가 증거는 못 구했는데 덜컥 진술 말고 없으면 어쩌겠어요? 이 건에 대한 사람들의 포커스는 재판거래가 있었냐는 것에 맞춰져 있는데, 그 내용은 문건으로 안 남겼겠죠.

김지미 양승태는 블랙리스트 건만으로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어요. 문체부 블랙리스트 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나온 블랙리스트 관련 부분을 보면, 양승태 정도는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죠.

한상희 검찰은 임종헌 집을 압수수색하는 게 나을 거 같기도 하고요.

박판규 거기 압수수색 하면 분명히 뭔가 나올거라고 봐요.

김지미 임종헌은 메일로 보고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임종헌 스타일이 그랬대요. 이메일 압수수색이 되면 다 확인할 수 있죠.

한상희 임종헌은 문건을 꼭 남기는 성격인 것 같더라고요. 직접 타겟이 법원이 아니라서 임종헌 집 압수수색 영장은 내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박판규 지금 와서 아쉬운 건 수사 여론이 촉발됐을 때 고법 부장이나 대법관들이 ‘좋다. 그럼 특검을 하자’ 이렇게 의견을 많이 냈으면 특검 수사를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점이에요. 그런데 그들이 수사 자체를 거부해버리는 바람에 특검 얘기는 나오지도 못했죠. 대법관들이 ‘공판도 담당하는 검찰 조직이 수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의혹을 해소해보자는 차원에서 정치권에 특검을 요구했다면 정치권이 안 받을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요?

한상희 정치권이 받을 것도 없고 법무부 장관이 받아서 해도 돼요. 상설특검법에 법무부 장관이 특검 발동할 수 있다고 돼 있잖아요.

김지미 특검이 수사를 하고, 자료는 검찰로 안 보내도 되니 법원에 보관하고 있으라고 해도 별 문제가 없죠.

한상희 법원이 정 싫으면 특검을 판사 출신으로 구성해도 되는 거고요.

박판규 그런데 놓쳐버렸죠. 일제히 수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기자 어쨌거나 지금 검찰의 소극적 태도나 법원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감안한다면 이대로 간다면 진상규명은 어렵지 않을까요?

박판규 검찰은 기본적으로 진상규명보다는 ‘기소’ 자체가 목적인 조직이에요. 기소가 목적이기 때문에 아마 검찰 수사로 전모가 모두 밝혀지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김지미 맞아요. 다 밝혀지진 않을 거예요.

한상희 사실 그래서 진짜 필요한 건 국정조사를 포함해서 국회 차원에서 움직이는 건데, 원 구성도 안 되고 있잖아요. 국회의원은 있는데 국회는 없는 상황이죠.

김지미 초반에 국정조사를 하고 법관 탄핵을 하자는 말도 조금 나오긴 했었죠. 만약 탄핵까지 밀어붙이면,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가고, 국회가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면 투트랙으로 가도 상관없었어요. 지금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소를 한들 법원이 재판을 제대로 하겠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디어 수준으로 나왔던 특별재판부 이야기도 서서히 나오고 있는 단계에요. 그렇게 되면 특검-특별재판부 이렇게 한 세트로 묶어서 할 수가 있죠.

한상희 지금처럼 법원에서 수사협조를 소극적으로 할수록 국민들 요구는 더 강해져요. ‘너희들한테 재판 못 맡기겠다. 그럼 특별재판부 하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이런 것 자체가 사법부로선 가장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습니까? 결국은 법원이 제대로 판단해야 돼요. 버티면 버틸수록 자기들한테 손해라는 걸 인지해야 돼요. 정말 도마뱀이 자기 꼬리 잡는 식의 그런 노력들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까워요.

김지미 신영철 사태 때도 그렇고, 법원에서는 뭔가 ‘버티면 된다’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버티면 되는 케이스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버티면 될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한상희 김명수 대법원장의 경우 참 안타깝지만 저러다가 대한민국 역사상 정말 최악의 대법원장이 될 수도 있어요.

김지미 그럴 수 있어요.

한상희 아무런 진실도 밝히지 못한 채 법원의 조직적인 결속력마저도 챙기지 못하게 되면, 역사상 가장 실패한 대법원장이 될 수밖에 없죠.

기자 국정조사나 법관 탄핵이 왜 중요한가요?

한상희 탄핵 제도라는 건 원래 전세계적으로 대통령 잘라내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신분이 보장된 법관 잘라내려고 만든 것이란 말이에요. 그게 우리나라에서만 안 되고 있죠.

김지미 국정조사에서 뭘 하겠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사실 의외로 국정조사에서 드러나는 내용들이 꽤 있거든요. 수사는 밀행성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언론에 흘리는 일부 내용만 국민들이 알 수 있지만 받아보지만, 국정조사는 다 오픈돼 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이슈 파이팅하기도 좋죠. 국민들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박판규 판사들 탄핵도 가능하다고 보는데, 다만 이제 앙꼬가 빠진 상태라는 게 좀 걸려요. 주요 인사들은 옷 벗었으니 탄핵 대상이 안 되죠. 문제는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그 대상들이 상징성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부 ‘꼬리’에 불과한 사람들이니까요.

김지미 저는 약간 생각이 다른데,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나쁜 짓을 했던 판사들조차 신분 보장을 강력히 해줬던 측면이 있단 말이에요. 징계도 정직밖에 안되고요. 그래서 판사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들이 탄핵 대상이라는 생각을 아예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꼭 고위 법관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는 법관이라면 탄핵을 시켜서 ‘아 우리가 국민들한테 감시받는 권력이구나’라는걸 일깨워줄 순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위에서 시킨다고 별 문제의식 없이 뭘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의식을 심어줄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탄핵 절차를 한 번 진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한상희 국회가 법관을 조사하고 탄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법원 조직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KTX 승무원 사건처럼 잘못된 판결들을 원상 회복시키는 절차가 진행될 필요도 있어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면 가능해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처럼 사회적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해결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그보다는 항구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지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기자 일단 수사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고 피해회복을 하는 일도 중요한데, 나아가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인 부분을 뜯어고치는 일도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한상희 일단 사법부라는 말을 안 쓰면 돼요. 대한민국 사법부는 판사 숫자만큼 있는 것인데, 마치 하나의 조직이 있는 것처럼 돼 있어요. 그래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모든 걸 지배하는 기존의 구조가 없어지면 되는 거죠.

박판규 판사들이 스스로를 관료로 생각하고 관료처럼 행동해서도 안돼죠. 법원행정처 판사를 다 빼자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 사법행정의 양을 줄이는 게 중요해요. 지역별로 인사를 하면 돼요. 지금은 판사들이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구조에요. 그런데 애초에 한 곳에 계속 있으면 행정 하는 사람들 눈치 볼 필요가 없거든요. 판사는 재판하는 사람으로 존재해야 하지, 누군가의 부하 직원으로 존재하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행정의 양을 줄여야 하고, 행정을 하는 관료가 없어져야 해요, 그리고 지금 대법관 임명 제청을 대법원장이 하고 있는 것도 문제에요. 대법원장 임기가 6년이고, 대법관 임기도 6년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대법원장이 자기 임기 내에 대법관 13명을 다 임명하고 나가는 거죠.

한상희 그렇게 되면 자기만의 대법원을 딱 구성할 수 있죠. 사실 영미권에서 법관에게 법정은 ‘마이 코트(My court)’거든요. 내 법정이고 자기는 왕이에요. 이런 제도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거죠. 적어도 법관이 어느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법원을 지배할 수 있는 형태를 마련하는 것. 이를 위한 급선무는 인사제도인 것 같고요. 계층구조 자체를 없애버리고 각 지역별 향판제도를 운영하면 돼요. 그래서 양승태가 향판제도를 없앴는가 하는 의문도 들기도 해요. 그리고 법원행정처는 정말 슬림하게 바꿔야 해요. 판사들 볼펜 사고 봉급 나눠주는 그 런 일만 진행하면 되는 것이죠. 그런 것 외에 사법정책이니 대외활동 한다고 하면 안 돼요.

박판규 원래 법원행정처가 강화된 이유는 법무부 검찰화가 관련이 돼 있어요. 법무부는 원래 검찰청을 산하로 둠과 동시에 사법부의 요구도 같이 들어주는 중립자적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하죠. 그런데 보통 법무부는 곧 검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법무부를 어떤 통로로 생각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국회를 상대하려고 하는 거죠. 법원에서 어떤 법안을 구상하면, 전부 의원 입법으로 가요. 법무부 안으로 가는 게 아니고요. 법무부 검찰화의 연장선상에서 법원행정처 역시 법무부처럼 만들려고 하는 거죠.

김지미 법원행정처 업무는 판사들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판사가 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논리면 판사 출신의 외부 인사로 데려오는 개방형으로 인적 구성을 하면 돼요. 아니면 현직 판사들을 행정처 조직에 임명하고 나서 다신 재판 복귀시키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예요. 판사들이 행정처랑 재판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한상희 법관들이 가장 잘 안다고 이야기하지만, 법관들이 잘 안다는 것은 당사자로서 잘 안다는 것이죠. 사법행정은 전문 영역이에요. 법관은 어떤 경우에도 사법행정에 관한 전문 훈련을 받지 않아요. 당사자로서 아는 것에 불과하죠. 좋은 의미의 관료행정이라는 건 당사자성으로부터 벗어나서 객관성을 추구해야 돼요. 지금까지 법원의 논리라면 교정행정을 수용자들이 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 법관들의 의견 수렴 절차는 필요하지만, 법관들이 반드시 직접 행정을 담당해야 하는 건 아니죠.

박판규 공정한 재판, 재판 독립을 이야기하기 전에 또 생각해봐야 할 것이 지금의 현 ‘오분 재판’ 체계에요. 효율성만 극대화시킨 형태거든요.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다보니 전국단위 인사도 하고, 승포판, 출포판 관리해야 한단 말이에요. 하여튼 일 년 걸릴 오분 재판을 ‘삼십분 재판’으로 만들려면 산술적으로 6년 걸리는 재판 만들면 돼요. 그러나 그 방법이 사법부로부터 좋은 재판을 받기 위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죠. 국민들이 과연 효율적 재판을 포기할 생각이 있는가 그런 생각도 해봐야 해요. 국민들한테 ‘당신 재판 30분씩 해줄 테니깐 선고 3년 정도 늦게 해도 되냐’고 물으면 과연 그걸 수용할 수 있을까요?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김철수 기자

한상희 그런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법예산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 사법예산이 너무 적어요. GDP 대비로 하더라도 외국의 2분의 1,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되거든요. 사실 법관들을 대폭 늘여서 법관들이 좀 더 충실하게 사건에 접근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하는 거죠. 국민들의 재판 제기율은 거의 독일 수준으로 엄청나게 높아요. 그럼에도 투자를 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재판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사 개인적인 주관이나 이런 것들이 얼마든지 작용을 하죠. 그런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히 합의부 판결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다수가 합의하기 때문에 보수적 판결만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소수의견들이 어떻게 부딪혔는지, 그래서 국민들이 ‘아, 이 판결 과정에 이런 논쟁이 벌어졌었구나. 그 과정을 거쳐서 이런 결론이 났구나’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사법 독립이 보장되는 거죠.

김지미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하는 것도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낼 수 있죠. 참여재판이 원래 확대가 되다가 양승태 사법부 들어서면서 멈춘 측면이 있거든요. 재판은 법관만이 할 수 있다는 폐쇄적 인식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요. 그게 참여재판이고, 한편으로 참여재판은 전관예우를 없애는 방안이 되기도 해요. 이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거예요.

한상희 미국 같은 데는 사법의 독립성을 보장하자고 해서 감시 기구인 사법평의회라는 것을 두고 있어요. 시민사회 대표나 국회에서 선출한 대표가 참여하거든요. 그 나라에선 ‘사법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다’ 뭐 이런 이야기도 있지만, 그게 수행하는 가장 뚜렷한 기능이 감시자 기능이에요.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외부에서 감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 사법평의회 제도의 가장 큰 역할이죠. 그런 장치들은 지난 국회 헌법개정특위에서도 안으로 나왔듯이 우리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박판규 외부 인사를 통해 조직을 감시하는 형태는 지금 우리나라에도 여러 군데 있거든요. 그런데 그 외부위원회라는 곳들이 실질적으로 감시자 역할을 못해요. 어떤 조직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위원회, 그것이 옴부즈만이 됐든 뭐가 됐든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성공적으로 정착된 사례를 본 적이 없어요. 조직의 또 다른 로비 수단으로 쓰여질 수도 있고요. 결국 성공적인 정착 방안도 같이 연구해봐야죠.

한상희 그래서 인사제도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감시체제를 도입하는 건 조금 성급할 수 있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게 인사제도거든요.

김지미 저는 그래서 참여정부 때 있었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이 사법개혁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만약 지난 ‘10년’이 없었다면 아마 쭉 이어져왔을 텐데, 그게 단절된 상태란 말이죠. 10년 간 중단됐던 사법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죠. 일단 새롭게 2기 사개추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판규 만약에 개헌 논의가 언제 또 될지 모르겠지만, 2기 사개추위를 만든다 하더라도 개헌논의와 겹치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한상희 그 부분까지도 같이 검토를 해야죠. 근데 개헌하자고 해도 앞으로 1년 동안은 논의를 안 할 거 같은데요? 사개추위가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할 거예요.

김지미 법원만의 과제가 아닌 국가적 관점에서 빨리 뭔가를 해야죠. 그게 2기 사개추위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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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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