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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걸리면 빨갱이’ 세월호 진상조사 막은 공안검사 고영주의 반(反)헌법행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양지웅 기자

영화 ‘변호인’의 부림사건 담당검사로 잘 알려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반헌법행위를 비롯한 행적이 열전(列傳)으로 씌여진다. 법조인 출신의 고영주 전 이사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남기게 됐다.

반헌법행위자 열전편찬위원회(열전편찬위)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1차 보고회에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반헌법행위자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했다. 열전편찬위는 “고영주는 27여 년 검사 생활 대부분을 공안 분야에서 활동한 마지막 구(舊) 공안 검사”라고 밝혔다.

‘고문조작 조서로 반국가단체 사건 기소’
부림사건의 담당검사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불후의 명언 남겨

2014년 9월 25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 무죄 확정 판결 이후 오후 2시 부산고등법원 앞에 모인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4년 9월 25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 무죄 확정 판결 이후 오후 2시 부산고등법원 앞에 모인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고영주가 열전편찬위의 반헌법행위자 집중검토 대상자가 된 것은 1980년대 부산 지역 최대 용공 조작 사건인 ‘부림사건’ 때문이다. 열전편찬위는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고영주는 고문 조작한 조서로 반국가단체 사건을 기소한 담당검사”라고 평했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1년 공안 당국이 당시 부산 지역 양서협동조합에서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이다. 특히 부림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은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을 통해 재조명되었다.

33년이 지난 2014년 9월 25일 부림사건 재심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고영주는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가 확정된 후에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운동이며 오늘날 종북세력의 뿌리”라며 “좌경화된 사법부의 판단으로, 사법부가 스스로가 자기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전편찬위에 따르면, 그는 또한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로서 1985년 5월 서울미문화원점거농성사건 당시 고려대를 담당해 삼민투를 이적단체로 기소했고, 같은 해 11월 민정당연수원 점거농성 사건 때는 ‘공모공동정범이론’을 개발 적용했다. 1986년 10월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과 범인은닉혐의를 적용해 이돈명 변호사(전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를 구속했다. 같은 해 11월엔 민통련 사무실에 대한 수색, 폐쇄 조치 등을 수행했다.

열전편찬위는 공안검사로서의 그의 전성기는 김영삼 정부 후반기 대검 공안(담당) 기획관을 지낼 때라고 짚었다. 당시 공안의 황태자라 불리던 대검 공안 기획관은 전국 검찰의 공안업무를 총괄하는 ‘공안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열전편찬위는 “고영주는 공안 내부에서 최고의 기획통으로 이름을 날렸다”면서, “이때의 대검 공안 부장은 최병국으로 부림사건의 콤비가 공안의 사령관과 참모장이 된 것”이라고 비유했다.

고영주는 1997년 6월 검찰 최초로 한총련(5기)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한총련을 탈퇴하지 않을 경우 학생회 간부들을 구속하겠다고 겁박해 한총련을 와해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열전편찬위는 “고영주 당시 대검 공안 기획관은 12·12, 5·18에 대해 내란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제공했다”며 “1995년 7월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불후의 명언을 남기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불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다섯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12월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결국 사형까지 구형했다.

이에 대해 열전편찬위는 “자기 모순에 빠진 검찰에 논리를 제공한 게 당시 고영주 대검 공안기획관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이미 김영삼 대통령이 ‘처벌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황에서 이론적으로 뒷받침했을 뿐”이라는 평가도 함께 내놓았다.

자칭 ‘애국보수’ 세월호특조위 위원으로 활동
통합진보당 해산에 앞장선 주역

신군부 초기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 담당 공안검사였던 고영주 변호사(자료사진)
신군부 초기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 담당 공안검사였던 고영주 변호사(자료사진)ⓒ뉴시스

2006년 고검장 승진에 탈락해 검사의 옷을 벗은 이후 고영주는 검사 퇴임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감사, 이사, 이사장),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 등의 자리를 맡았다. 이에 대해 열전편찬위는 “공안 칼잡이로 격전지에 파견되거나 본인이 자청해서 뛰어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영주는 2014년 12월 말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위원을 맡았다. 열전편찬위는 “박근혜 정권에는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진상을 인양하는 작업을 막아 나설 검투사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영주는 MBC가 전원구조 오보를 낸 것을 옹호하고, 정부 쪽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비호했다. 또한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떼쓰는 사람들’으로 비하했다.

한편, 고영주는 2008년 국가정상추진위원회 위원장,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상임지도위원, 2014년 통진당해산국민운동본부 상임위원장, 2015년 헌법수호국민운동 상임위원장 등을 맡으며 극우보수 민간활동을 줄기차게 해왔다.

열전편찬위는 “고영주는 자칭 ‘애국보수’의 이론가이자 행동가로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진력했으며, 2009년 11월(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간되지 않은)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 편찬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헌법행위자 열전편찬위원회 책임편집인을 맡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고영주가 편찬을 시도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 자신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고영주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보상위) 고발,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서 작성에 앞장섰다. 그는 통진당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통진당 잔당들이 ‘민중민주주의’처럼 용어를 바꿔 대체정당을 만든다면, 이를 확인해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역할을 정부 공직자들이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보수진영 의병들이 다시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홍구 교수는 “통진당 해산의 주역이자 일등공신은 ‘통합진보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를 만든 고영주”라며 “고영주는 이 작업을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기 전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정의철 기자

‘빨갱이 감별사’ 고영주 ‘망언의 역사’
“문재인도 공산주의자”

고영주의 망언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영주는 2009년 6월 언론을 통해 “국론을 분열시켜 적화통일 앞당기려는 시국선언 교수는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며 “좌익 세력들이 북한 지령을 받고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2013년 1월에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라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는 “고영주는 ‘남보다 먼저 국가적 위험을 인식’한다면서 자신에게 거슬리는 사람들에게 모두 공산주의라는 낙인을 찍어 맹공을 가한다”고 글을 썼다.

열전편찬위는 “하지만 좌든 우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떤 낙인을 찍어 침묵시키거나 응징하는 것이야말로 고영주가 온몸으로 지키겠다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이자 전체주의적 광기”라면서도 “그렇다고 그의 입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함으로써 낡은 공안세력의 민낯을 명쾌하고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말 같지 않은 말에도 이렇게 일말의 가치는 담겨있는 법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의 적에게까지도 표현의 자유를 허락한다”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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