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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맞은 ‘사법농단’ 수사…“검찰은 국민 믿고 영장 청구하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의 직접 수사 대상인 법원이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다.

13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두 기관은 지난 6일부터 대법원 청사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PC 하드디스크를 복구해 검찰에 제출할 파일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검찰 수사는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 피의자 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순서로 진행되며, 이에 따라 검찰은 보통 수사 첫 단계로 압수수색 등 자료 확보에 나선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착수 한 달여가 지나도록 법원이 지난달 건넨 법원 자체조사 문건 410건만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해당 문건들은 이미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열어 본 것으로 수사에 큰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사실상 내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대법원은 당초 검찰이 요구한 주요 인물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원본’ 제출을 거부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줬다. 이는 디지털 저장매체를 강력한 자기장에 노출해 물리적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파괴하는 방법이다.

하드디스크 원본 외에도 대법원은 관계자들의 업무용 메신저, 이메일 자료, 업무추진비 및 관용차 사용 내역 등을 달라는 검찰 요청에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이 없다’, ‘공무상 비밀이 담긴 파일이 포함됐다’ 는 등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6일부터 대법원과 재차 협의를 거쳐 직접 대법원을 방문해 사건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 속 파일을 복사해오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작업조차 대법원이 마련한 장소에서 행정처 직원들의 선별 작업을 거쳐야 가져올 수 있도록 돼 있다.

검찰이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인 증거 확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써 한달 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검찰 수사로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속속 나온다.

그동안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기로 하고, 공개석상에서 강제수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등 법원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검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검찰 강제수사의 중요한 명분이 될 수 있다.

결국 법원의 자발적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검찰이 지금이라도 강제수사 등 일반론적인 수사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주문이 법조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민중의소리가 진행한 ‘사법농단’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법원이) 자꾸 영장을 기각하더라도 계속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싸우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서 수사협조를 소극적으로 할수록 국민들 요구는 더 강해진다”면서 “결국은 법원이 제대로 판단해야 돼요. 버티면 버틸수록 자기들한테 손해라는 걸 인지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거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신병 확보 등 ‘강제수사’를 시도함으로써 법원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재화 민변소속 변호사 역시 비슷한 관점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진행된 국회 간담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검찰이 낸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 법원은 더 코너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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