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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여자라 그런 음악하냐” 여성 뮤지션이 들어왔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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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뮤지션들이라면 꼭 한 번쯤 이런 말들을 듣게 된다고 한다. 싱어송라이터들에겐 '왜 여자들은 사랑 노래만 부르나'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연주가들에게는 '여자치곤 좀 하네' 따위의 평가를 한다. 실력과는 별개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칭찬이라는 포장 하에 오가는 말들이다.

'요즘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라고는 하지만 표현만 노골적이지 않게 변했을 뿐이지 내용은 비슷하다. 가령, '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건반을 치고, 자기 고백적 서사가 담긴 사랑 노래를 하는 뮤지션들만 떠올리게 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인디신에 다채로운 모습의 여성 뮤지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싱어송라이터 흐른(39·여성)을 만나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삶은 어떤지 물었다. 감정 섞인 답변보다는 간절한 호소가 돌아왔다. 음악을 하는 여성이든, 음악을 듣는 여성이든 다양한 욕구와 취향이 있다는 게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여성학 석사 출신 뮤지션 흐른
어떻게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게 됐나

흐른
흐른ⓒ흐른 제공

흐른은 여성학 석사 출신이다. 자신의 본래 이름인 '강정임'으로 쓴 석사학위 논문(여성 록 음악가의 몸의 경험과 새로운 여성 주체성의 형성)은 지금도 국회도서관 홈페이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여성주의에 눈을 뜬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왜 여자는 더 불평등하지. 이건 문제가 아닌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고, 대학 시절 학생 운동에도 "기웃거리다가" 여성주의 모임과 가까워졌다. 당시 불리던 이름은 '똑지'. 옆에 있던 '똑'똑 물이 흐르는 수도꼭'지'에서 착안했지만 "큰 의미 없이 지은 이름"이라며 웃었다.

"그 모임에서는 별명을 만들어서 불렀어요. 보통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언니'라고 부르는데, 이 모임에서는 나이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저마다 별명을 만들었죠. 그렇게 일상에서 평등을 실천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좋았고, '여성'이라는 주제는 저와 동떨어지지 않은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관련 활동은 총여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여성운동이 다른 운동의 '부문 운동'이 아닌 독자적인 운동이라는 것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흐른이 총여학생회장으로서 가장 주력했던 것은 성폭력 관련 학칙을 만드는 일.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가 성폭력 학칙이 있어 학교 내에서도 제도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틀이 있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대자보를 쓰고 사과를 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당시 성폭력 사건들은 학내에서 보고되고, 공개 사과를 하고, 대자보를 쓰는 식으로 해결됐는데 개인이 해결하는 것이 아닌 학교 안에서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학교 안에 제도적으로 교수와 학생 대표, 학교 측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심의하고 징계규정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낸 거죠."

흐른은 여성학을 좀 더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에 학사과정을 마친 뒤 대학원에 들어갔다. "운동을 하느라" 잠시 멀어져 있었던 음악과 다시 마주하게 된 것도 이맘때 쯤이었다.

다시 만나게 된 음악과 뜻밖의 데뷔
흐른이 느꼈던 인디신의 모습

흐른
흐른ⓒ흐른 제공

락 음악을 해볼까, 밴드에 들어가면 어떨까. 고등학생 때 흐른이 했던 고민이었다. 학교 앞 실용음악학원까지 다니며 기타를 배웠지만 대학생이 되자 '운동'에 더 열심이었다. 하지만 흐른은 다시 음악을 찾게 됐다. 혼자서 노래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공유도 했다. "혼자였으면 절대 못 했겠지만" 친구와 함께 라이브클럽 오디션을 본 뒤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논문 주제도 이 분야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인디)신 안에 들어가면서 참여관찰도 하면 더 좋은 연구가 될 수 있지 않겠냐라는 생각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게 음악을 시작한 것 같기도 해요.(웃음) 처음에는 좋아하는 취미로 시작하려 했는데, 지금은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인디신에서는 흥미로운 뮤지션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건 다양한 여성 뮤지션들이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여성 뮤지션들 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홍대여신'류의 음악을 하는 이도 있었고, 음산한 음악을 즐기는 이도 있었고, 과격한 퍼포먼스를 하는 이도 있었다.

지금도 홍대여신이라는 프레임이 남아 있을까. 흐른은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한참동안 생각을 가다듬은 후 입을 열었다.

"요즘은 홍대여신이라는 표현 자체는 잘 안 쓰지만 그와 유사한 담론들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령,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던 락 음악 신에 여성 뮤지션들이 등장했던 때가 있었어요. 자우림이나 체리필터 등이요. 그때 평가가 '상업적'인 음악을 한다고 많은 비난을 받았거든요. 락 음악계의 여성 뮤지션이라는 존재는 상업화의 기호가 되어 버린 것이죠. 홍대 여신도 그런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소위 '달달'한 음악을 하는 여성 뮤지션들이 어떤 평가를 받나요. '여자라서 그런 음악한다'는 이야기를 듣죠. 그런데 반대로 남성 뮤지션들이 그와 비슷한 음악을 하면 '여성팬들이 많아서 그런다'고 해요. 여성들 때문에 진지하고 좋은 음악들이 들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되는 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인디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몸매 정리 좀 하지", "관리 좀 하지"라는 말은 서슴없이 나온다. 여성 뮤지션들은 음악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인디 음악신 안에도 여자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레이블을 시켜서 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앨범 발매를 앞둔 시점에는 몸매 관리를 이야기하기도 하죠. 아무래도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훨씬 더 많이 요구되지 않을까요."

흐른은 여성 뮤지션들의 모습을 정형화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일부 리스너들이 여성 뮤지션들에게 바라는 모습만 일반화되는 게 제일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라이엇걸들의 전복적인 퍼포먼스(자신이 하고 있던 탐폰을 던지는 등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해방감을 느꼈는데, 이런건 사회로부터 규정된 여성 뮤지션의 모습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리스너들은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더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다양한 욕구와 취향들이 드러내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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