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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광주’에 없는 농업·농정, 3만 농민은 ‘투명인간’?
전농 광주시농민회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농정개혁과 농업예산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전농 광주시농민회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농정개혁과 농업예산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2일 취임사를 통해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를 첫머리에 올렸고, 광주를 사회적·경제적으로 ‘대한민국 중심’으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용섭 시장 인수위 보고서에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없었다
2018년 시 전체예산 11.7% 늘었는데, 농업예산 16% 줄어들어

그런데 취임한 지 10일만에 광주지역 농민들이 이 시장을 향해 눌러왔던 목소리를 토해냈다. 민선 7기 핵심 시정 방향을 세운 인수위원회(혁신위원회, 위원장 김윤수 전 전남대 총장) 최종보고서에 농업과 농촌, 농민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혁신위는 7개 분과 14대 핵심과제, 74개 실천과제, 255개 세부과제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광주시 행정에 농업문제, 3만 농민 문제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문제, 랜드마크로 518m 타워 건설 문제 등 대형 토목공사만 떠도는 셈이었다.

농민들을 더 화나게 한 것은 광주시 예산 편성 문제였다. 광주시와 광주시농민회에 따르면, 2018년 광주시 전체 예산 규모는 4조5천138억 원이지만 이 가운데 농림분야 예산은 0.9%에 불과했다. 게다가 전체 예산은 지난해보다 11.7% 늘어났지만, 농림분야 예산은 거꾸로 16.0% 줄어들었다.

이는 농업과 농촌, 농민이 현재 광주시에서 처한 상황을 그대로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자 농민들이 뜨거운 뙤약볕에 광주시를 찾아 “이 시장을 찾아가자” “지금 올라가자”는 등 거친 목소리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 시각 이 시장은 서울에서 예산 확보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용섭 시장, 먼저 농민들과 머리 맞대고 소통하고 대화 나눠야 한다”

전농 광주시농민회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농정개혁과 농업예산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전농 광주시농민회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농정개혁과 농업예산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전농 광주전남연맹 광주시농민회(회장 오종원, 농민회)는 12일 오후 영상 34도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도심 한복판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이용섭 시장은 광주광역시에도 농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하면서 “광주시와 이용섭 시장은 출범한 지 보름도 안 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럴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꼭 살펴 주기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종원 농민회장,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상임대표, 국강현(민중당) 광산구의원를 비롯한 농민 3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혁신위) 보고서를 접한 농민들은 255개 세부과제 어디에도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한마디 언급도 없다는 사실을 접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광주시 행정에서 농업 농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허탈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의 경지면적이 장성, 담양, 화순, 곡성, 구례의 경지면적보다 넓은 9,878ha(1ha=100m × 100m, 10000㎡)이며, 농가인구도 왠만한 군의 농업인구보다 많은 29,8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하여 농업 농민, 문제에 대해 이렇게까지 홀대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예산편성 문제만 봐도 광주광역시내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얼마나 소외당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혁신위는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를 건설하겠다고 했으나 농민들이 보기에는 듣기 좋은 말잔치로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자리를 억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이 농사의 꿈을 접고 도시로 나가는 것을 막고,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 역시 일자리 만들기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조언하면서 먼저 “광주 농민들이 주변 장성, 담양, 함평, 나주, 화순 농민들보다 차별받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장기적으로 해소할 법적 제도적 문제는 무엇이고,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어떤 정책대안을 마련해 농정을 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하며 이를 위해 농민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막말로 앞으로는 ‘홍어○ 같은’ 신세가 될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수 년 동안 농업예산 증액을 요구해 왔고, 인구대비 2% 정도 농업예산을 세워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하면서도 “막상 전체 예산이 10% 넘게 증액됐는데 동결도 아니고 작년대비 16% 정도 감소돼서 깜짝 놀랐다. 내년에는 막말로 홍어○ 같이 이런 신세로 되는 상황이다”라고 한탄했다.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민선 7기 시정방향을 잠시 들여다보면 농업 농촌에 대한 홀대나 소외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서 거의 투명인간 취급해버리는 광주시정 방향이다”라고 질타하면서 “도시철도 2호선, 518m 타워 건설 등과 같은 거대 토목사업과 같은 비전을 제시했는데 수없이 논란이 됐었고 비판이 쏟아졌던 것을 핵심과제로 제시하면서 그 과정에 막대한 시 재원과 행정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반발과 지역 갈등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을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제시하면서 현실 문제에 천착하지 못했다”고 이용섭 시장 체제를 맹비판했다.

전농 광주시농민회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농정개혁과 농업예산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오종원 광주시농민회장이 이 시장을 대신한 박정환 광주시 일자리경제국장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고 있다.
전농 광주시농민회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농정개혁과 농업예산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오종원 광주시농민회장이 이 시장을 대신한 박정환 광주시 일자리경제국장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다음은 이중경 광주시농민회 정책실장과 일문일답이다.

“전임 시장들도 약속은 철석같이 했는데 예산은 갈수록 줄었다”

- 예산이 줄었는데 어떤 부분이 필요한 것인지?
= 실제 다른 군 단위에서는 고령 농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민 70%가 1년 농업소득 1천만 원 이하이다. 그래서 강진군 같은 데는 농민수당, 농업수당을 월 20만 원씩 지급하는 군이 있는데, 광주 같은 곳은 그런 문제를 아예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예산을 다각도로 늘려가야 되는데 농민소득은 갈수록 줄어들고, 특히 올해 같은 경우에는 봄부터 기후가 좋지 않아서 시세에 맞는 농사를 짓는 데가 거의 없다. 광주시에서 이같은 농업 보호, 가격 지지 대책이 전혀 없다.

그때 그때 농민들과 소통해서 소득 보전을 해줄 수 있는 대안을 세워야 한다. 광주시 농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광주·전남은 하나로 알고 있는데, 농민들은 인근 군 단위와 비교하는데 광주시는 농정을 부산·대구 같은 광역시 농정과 비교하고 예산을 비교한다. 인근 군 단위 정도 농업 예산을 편성해줬으면 한다.

- 윤장현 전 시장 취임 이후에도 그랬고, 해마다 농업예산 증액을 요구해왔는데 실제 개선된 점은 있나?
= 약간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농업 예산이 더 줄었다. 그래서 우려된다. 강운태 전 시장, 윤장현 전 시장 때도 자기들이 약속은 철석같이 했다. 농업문제 현안 잘 알고 있고, 예산 챙기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예산이 말해주는 거다.

농업보호대책에 대한 의지 있다면 예산으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실제로 예산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진실성이 결여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고 반복되다가 보니까 농업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 농업인구 3만 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많이 줄어들었다. 전남지역 군 단위 같은 경우 농업 인구 자체가 광주보다 적은 경우가 더러 있는데
= 곡성, 구례같은 경우 광주보다 농업 인구가 훨씬 적다. 구례는 금호동 인구보다 적다. 2만 명 정도다. 그런데 농업 예산은 광주보다 더 많다. 그러다보니 광주 농민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주형 기자

광주(전남·북 포함) 주재기자입니다.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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