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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첫 번째 시선] 잘못된 사직서를 쓴 경우라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필자를 비롯하여 노동조합에 계시는 노무사님들이 많이 말씀하시는 것이 있다. ‘언제쯤이면 사직서를 쓰고 상담하러 오는 노동자가 없을까요?’ 현실에서 정말로 많이 벌어지는 일이다. 꽤나 많은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사직서를 작성한 뒤 이를 후회하면서 필자와 같은 권리구제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찾아온다.

통상 사직서를 작성하고 온 노동자들의 말씀은 유사하다.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거예요.’ 이해는 간다. 사직서를 쓰게 되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해고를 한다, 고용관계에서 불이익을 주겠다, 손해배상을 물리도록 하겠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한다. 한편으로 홧김에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오는 노동자들도 있다.

사직서는 처분문서이다. 즉 문서 그 자체로 법률행위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문서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직서에 기재된 내용 그대로 양 당사자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결론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면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사직서를 쓰게 되었을 때 또는 필치 못한 사정으로 사직서를 쓰게 될 때 필자가 말하는 다음 몇 가지 팁을 알아두면 유용할 것이다. 사직서의 효과를 무효로 만들거나 효력이 발생한 사직서를 유효하게 철회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2016년 방송된 SBS 스페셜 ‘요즘 것들의 사표’ 한 장면
2016년 방송된 SBS 스페셜 ‘요즘 것들의 사표’ 한 장면ⓒSBS 방송캡처

절대 쓰지 마라
부득이 할 경우, 구체적인 사정을 써라

먼저 부득이하게 사직서를 쓰게 될 때 그 부득이한 사정에 대해 구체적 사정을 사직서에 기재해 주는 것이 좋다. 예컨대 사용자가 하나의 부서 전체에 대해 사직서를 받으면서 특정 인원을 선별적으로 해고하기 위함을 목적이라고 설득하면서 사직서를 쓰라고 한다면 사직서에 그러한 내용을 기재해 제출하도록 하자. 이렇게 말이다. ‘즉시 재고용을 약속받고 사직서를 제출함’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직서의 제목과 내용을 잘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직서는 사직 의사의 ‘통지’와 근로계약이라는 계약의 합의해지 ‘청약’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양자의 법적 효력은 다르다. 우리는 가급적 ‘청약’이라는 방향으로 결과를 얻어야 하지 사직의 통지로 사직서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 통지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로 그 자체로 형성적 효력이 있다. 쉽게 말해 철회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청약의 경우는 다르다.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승낙하는 의사표시를 형성하여 다시 노동자에게 도달하기 전까지 노동자는 이를 철회할 기회를 얻는다. 철회는 구두, 문자, 메일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좋다. 다만 기록으로 확인이 가능한 방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직서를 써야 사직의 청약 효력으로 취급되어질까? 문구와 기간의 설정이 중요하다. 첫째, 장래에 상당한 기간을 사직일로 하여 사직서를 쓰는 것이 좋다. 둘째, 문구가 중요하다. ‘사직을 통보합니다.’ ‘사직하겠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 와 같은 문구를 쓰면 안 된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사직을 청약합니다.’ ‘퇴사에 대해 승낙 여부를 묻습니다.’ 와 같이 그 자체로 청약으로 인식되는 내용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사직서를 작성하고 아차 싶은 순간이 오면 철회 역시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사직의 청약일 때 가능한 일이다. 사직의 통지로 해석되는 순간 사실상 사직의 철회는 불가능하게 된다. 철회는 사용자 승낙의 의사표시가 형성되어 돌아오기 전까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경우가 무엇이 있을까? 사직의 수리에 일정한 결제 라인을 통한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업주인 사용자에게 직접 사직서를 전달한 경우 그 자리에서 즉시 승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즉 사직서를 내는 순간 사직서를 수리하고 퇴사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퇴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이상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직의 철회는 불가능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무엇인가 억울하다 생각할 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해보자. 적극적 철회 그리고 부득이하게 제출하는 사직서라도 안전장치를 달아 둔다면 다 끝난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이 살아나기도 한다.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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