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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칼럼] 51만2천원으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 살라고?

지난 7월13일(금) 오후 3시, 서울신문사 건물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중생보위) 회의가 열렸다. 중생보위는 한국사회 마지막안전망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종합계획 등을 수립하는 기구로서 매년 8월1일까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발표하게 되어있다. 기준중위소득은 어느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가난한 사람으로 보고 수급권을 보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이다. 중생보위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2.09%로 최종 결정했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임과 동시에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이기도 하다. 생계급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수급신청자의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대비 30%이하여야 한다. 자신의 소득과 부양의무자기준 등 모든 선정기준을 충족해 수급자로 선정되면 기준중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대로 생계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 2019년 1인 가구가 보장받을 수 있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위한 생계급여는 2018년 501,632원에서 10,470원 오른 512.102원으로 결정됐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19년 최저생계비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작년 최저생계비는 1.16%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오늘 열리는 회의에 위원장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입니다. 말 같지도 않은 ‘엄격’의 잣대를 들이대며 수급자들의 목숨을 보정하지 못하는 생계비는 버리고 제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계비 책정을 요청 드립니다.”

중생보위 회의장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의장 앞에서 피케팅을 하던 중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을 만났다. 작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작년 7월에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중생보위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시에도 회의에 참석하던 복지부장관을 만나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2018년 생계급여는 2017년 대비 1.16%인상된 501,632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도 똑같았다. 복지부장관은 작년과 같이 웃으며 사진을 찍었고 2019년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위한 생계급여는 2.09% 오른 512,102원으로 결정됐다.

2017년 7월31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최저생계비 인상,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후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2017년 7월31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최저생계비 인상,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후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정성철 제공

건강한 삶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로 결정됐다. 올해 16.4%인상률에 이어 두 자리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으로 실제 임금인상 효과가 낮은 노동자들이 발생되는 문제들이 있지만 인상률로만 놓고 봤을 때 차이는 크다.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이 발표된 이후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10%넘게 올라가던데 이렇게 되면 물가도 당연히 오르는 것 아니냐. 올 해 낮은 인상률은 갑자기 바뀐 정부에서 예산을 마련하기 힘드니까. 그래도 복지를 확대한다고 계속 홍보하는 것을 보니 내년에는 좀 더 신중히 고려해서 반영할 줄 알았는데 역시 기대하는게 아니었다.’ 틀린 말이 없었다. 그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내년에는 생계비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계속 주시하고 함께 싸우자고 이야기하는 것 외에 내가 더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올해 생계급여가 1.16% 오른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가계부조사를 진행했다. 가계부조사에 함께한 참여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의 생계비는 목숨만 연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계급여에는 식료품, 생필품, 피복 심지어 주거유지를 위한 공과금과 관리비까지 포함되어 있다. 중생보위는 이 모든 것을 512,102원으로 해결하라고 통보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은 수급자들 삶에 실제하지 않는다. 감자값이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오르면 살지 말지를 고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지 말아야 하는 삶. 질병에 걸렸어도 비급여 항목의 치료는 받지 말고 견뎌내야 하는 삶. 지인들을 만나고 싶어도 지출이 두려워 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삶. 문화적인 생활은커녕 건강한 삶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이, 평범한 일상조차 포기해야 하는 삶이 실제 수급자들의 삶이다.

2018년 2~3월 두 달간 진행했던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현실화를 위한 수급가구 가계부 조사’ 참여자 가계부
2018년 2~3월 두 달간 진행했던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현실화를 위한 수급가구 가계부 조사’ 참여자 가계부ⓒ정성철 제공

가난한 사람들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겉으로는 엄청난 복지확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수급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7년 8월 문재인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는 비현실적인 수급비를 현실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의 수급비 인상률이 결정됐다. 적어도 수급자들의 삶에선 2015년 7월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개별급여로 개편하며 빈곤층 개별상황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의 홍보에 기대했던 만큼이 실망과 좌절로 돌아왔을 뿐이다.

중생보위 회의에서의 결정은 100만 명 넘는 수급자들의 삶을 결정 하지만 회의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정부기관 관료, 관련학과 교수, 연구원들이다. 정작 그 자리에 수급자들 삶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전무하다. 복지제도가 권리라고 하지만 정작 수급자들은 제도에 대한 논의나 결정과정에서 어떤 의사반영도 할 수 없다. 실제 그 제도를 이용하고 제도 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논의에 대상에서 배제하고 권리라고 포장된 낙인을 부여하는 권위적이고 반 인권적인 태도를 국가가 취하고 있는 것이다.

수급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생계비를 책정하라

가계부조사를 진행하면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위한 생계비로 얼마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많은 참여자들이 현재보다 10만 원 정도만 오르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답했다. 남들 세금으로 먹고 사는 존재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수급받는 것이 낙인인 사회에서 수급자들은 생각과 행동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통제하며 살아가고 있다.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이후 18년 동안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은 단 한 번도 보장적 없다. 통계자료를 검토하고 예산에 맞춘 금액을 책정하는 방식은 폐기되어야 한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에 필요한 생계비는 수급자들 실제 삶의 목소리를 반영한 금액으로 책정되어야 한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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