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판사님, 시각장애인은 놀이기구도 못 타나요?”…여전히 꽉 막힌 법정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용인 에버랜드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당한 이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이용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이 오랜 공방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중앙지법 제37민사부(김춘호 부장판사)는 24일 시각장애인 김모씨 등 6명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0월 11일 선고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지막 공판에서는 삼성물산 측이 개선책으로 제시한 ‘비시각장애인과 동승 할 시 탑승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방안이 쟁점이 됐다.

에버랜드 측은 현재까지 롤러코스터(티 익스프레스) 등 수 개의 놀이기구에 대해 시각장애인의 탑승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에 김씨 등의 대리를 맡은 김재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이 소송자체가 차별을 시정하는 것인데, 그 소송의 결과가 보호자 동승이라면 이 역시 차별이므로 큰 문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의 종류는 다양한데, 어떤 기준으로 어떤 시각장애인은 보호자와 동승해야 할지 여부를 정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아예 앞을 볼 수 없는 경우부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실제 원고 측 김모씨의 경우 4급 시각장애인인데, 두 눈의 시야가 좁을 뿐 시력은 0.2 정도로 독립 보행이 가능하다. 또 박모씨의 경우 6급 시각장애인이지만 한쪽 눈만 0.02 이하 시력을 가졌고, 다른 눈의 시력은 자동차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선택의 원리’로 해결해달라는 것”이라며 “의사능력이 있고 설명을 듣고 선택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에버랜드 측이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 사용 시 우려하는 바를 듣게 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삼성 측 “장애인 놀이기구 타게 하려면 돈 더 받아야”(?)
판사는 “장애인을 똑같이 대우해 달라는 것이냐?” 반문

법정에서 삼성 측과 판사가 보여준 태도는 여전히 장애인들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삼성물산 측은 “기존 기준으로 유지할 수는 없고 안전 설비, 인력 등이 더 수반돼 비용이 든다”며 “그럼 그 비용은 장애인에게는 더 받는 것이 어떤가 하는데 그건 사회적으로 용납이 어렵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사고에 대한) 책임부담은 우리에게 있는데, 최소한 보호자를 동반하면 승하차 시에 안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애초 주장한 삼성물산 측 방안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는 “일반인,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건가”라고 김 변호사에게 물었고, 김 변호사는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벗고 타는 것과 시각장애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그건 안경을 쓰고 타면 놀이기구가 움직이며 벗겨질 수 있으니 보관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라고 하는 것인데, 시각장애인에게 ‘조심하라’고 말만 하면 다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우해 달라는 것이냐. 좀 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시각장애인에게 사고 우려를 설명하고, 타지 않을 것을 권고 할 수는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도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가지도록 해달라”고 변론했다.

앞서 김씨 등 일행은 지난 2015년 5월 15일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가 롤러코스터(티익스프레스)를 타려했지만 시각장애인인 김씨 등 3명은 탑승을 제한 당했다.

이에 김씨 등 6명은 이 같은 에버랜드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탑승 금지’ 규정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채무 불이행 등에 해당한다며 삼성물산 측에 총 2천25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같은 해 8월 이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의 대리인단은 해당 규정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차별행위)의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장애인을 돕기 위한 목적에서 장애인을 대리‧동행하는 자(장애인 관련자)에 대해 차별행위를 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46조(손해배상) 1항에서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다만, 차별행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정한다.

또한 에버랜드 측이 김씨 등에게 놀이기구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아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시설물 제공 의무 등을 저버렸다며 에버랜드 이용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민사소송은 지난 2016년 4월 같은 재판부(당시 고연금 부장판사)가 시각장애인 김모씨 등 6명과 이들의 소송대리인 김재왕 변호사 등과 함께 직접 두 차례 문제의 놀이기구를 타보는 현장검증을 진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김 변호사가 국내 1호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점도 관심을 모았다.

두 번째 검증에선 롤러코스터가 운행 도중 멈추는 돌발 상황을 재연하고, 또 다 함께 직접 사다리를 이용해 대피해보기도 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고 부장판사는 현장검증 결과,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과 같이 해당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변호사는 이 같은 현장검증 결과가 현재 재판부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