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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자들은 소외된 폭염대책

짧은 장마에 일찍 찾아온 폭염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 기관들과 언론 및 방송에서도 폭염에 대한 주의와 당부가 나오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도 “폭염도 자연재난으로 대처토록” 하였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부 대책들은 일반 생활속 시민안전에 대한 대책과 당부들이 주를 이루지 정작 살인더위와 싸워가며 경제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는 산업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들은 천박하기만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무더위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극복하자.”며 폭염대책은 사업주가 아닌 개인이 해결해야 할 극복 대상처럼 미화 시키고 있다.

폭염에 대한 시·지자체의 대책과 정부 대책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부분들도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1일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배포한바 있다. 해당 업종은 ‘건설, 조선소노동자, 항공, 항만 하역운송, 도로정비 노동자, 환경미화원, 우편배달부, 전기통신 노동자 기타 등등을 옥외작업 노동자들’로 지정하고 있다. 고용부 가이드라인에는 분명 “본 가이드는 단순히 권고사항만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18일에는 “고용부 열사병 발생 사업장 작업중지 등 강력조치 예고”발표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정부 의지대로 그 지침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와 그렇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들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건설 현장에서 폭염에 대처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사진은 공사용 자재 사이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들.
건설 현장에서 폭염에 대처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사진은 공사용 자재 사이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들.ⓒ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제공

“식염 먹고 일하세요”가 끝인 안전교육
비와 장마로 지연된 공기 만회하고자 무리하게 공사 진행하는 건설사
냉방 시설 없는 임시 컨테이너가 휴게 공간
세부적 지침 매우 부족한 고용노동부 폭염 가이드라인

하루 출력인원 300명이 넘는 서울 시내 대기업 건설현장 목격 사례다. 오전 07시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아침 체조를 하기 위해 모여든다. 안전관리자 왈 “오늘은 폭염이 심합니다. 탈진하지 않도록 꼭 ‘식염’ 한 알씩 먹고 일하세요. 혹시 일하다 쓰러지는 환자를 목격하시면 절대 119에 신고하지 마시고 꼭 지정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이것으로 폭염에 대한 안전교육은 끝이다.

건설사들은 봄부터 시작된 잦은 비와 장마로 인해 지연된 공기를 만회해야 한다. 속도전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철판을 많이 사용하는 조선소 및 밀폐공간 작업, 콘크리트가 많은 건설현장, 아스팔트, 보도블럭 공사는 평균 기온이 5℃~10℃가 더 상승한다. 여기에 더 힘든 노동 강도가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이하 규칙 등)을 보면 휴식 및 휴게시설 설치, 소금과 음료수등의 비치 등을 마련해 놓도록 하고 있다(법 제24조). 처벌도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행규정이 무색하게 처벌과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

폭염에 대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는 세부적 지침이 매우 부족하다. 공사금액별, 작업인원별 휴게공간 설치규정이 있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기 위해 그늘 천막 1~2개 설치해 놓고 근로자 보호 조치를 했다고 변명 한다. 그늘이 있는 지하주차장을 휴게실로 활용하면 좋지만 여기엔 공사용 자재들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람보단 자재가 더 대우를 받는다. 근로자 휴게실이라고 해놓은 임시 컨테이너에는 냉·난방 시설도 없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설치비 및 전기료는 모두 하청업체에게 전가 되므로 꺼리게 된다. 다음은 폭염시 휴게시간 보장이다. 고용부 대책이 나오자 건설사들은 또다시 꼼수를 부린다. “무더운 낮 시간에 1~2시간 더 휴게시간을 보장해 줄 테니 근무시간을 더 연장하자”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모두가 휴게시간을 반대 할 수 밖에 없다. 유급휴게시간 보장은 꿈같은 애기다.

건설 및 조선 등 수주산업 특성상 ‘시간은 곧 돈이다.’ 각 팀별로 물량작업을 하므로 할당된 작업 물량을 맞추려면 심지어 점심시간까지 쪼개어 작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짬짜미 그늘진 공사장 바닦에 한판 한장 깔고 누우면 바로 그곳이 휴게실이다.

폭염 속에서 냉방 대책 없이 쉬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
폭염 속에서 냉방 대책 없이 쉬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제공

하여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사 발주 단계에서 사업주의 악천후에 대한 보건조치를 명시하여 설계가에 반영토록 해야 한다. 둘째,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산업안전에 대한 근로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단속 인력이 부족하면 신고제 도입도 필요하다. 정부 ‘폭염주의보’ 발령시 공사를 강행하는 사업장들에 대한 벌점제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사업주와 근로자들에 대한 인식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대부분이 추락, 낙하, 붕괴, 감전 등 사고성 예방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넷째, 각 공사비별, 출력인원별 충분한 휴게시설 면적 등 세부지침이 나와야 한다. 다섯째, 산업현장은 노동 강도가 더 높으므로 기상청 폭염경보 기준을 분리 적용해야 한다. 참고로 대형조선소는 29℃만 넘어가도 30분 휴게시간을 더 보장하는 곳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폭염, 한파, 미세먼지 등등 이제 산업안전 측면에서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는 정부와 사업주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철판 위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폭염으로 달궈진 철판 위에서 일하다 현기증 등으로 쓰러질 경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철판 위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폭염으로 달궈진 철판 위에서 일하다 현기증 등으로 쓰러질 경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제공
건설 현장에서 폭염에 대처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사진은 공사장 한켠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
건설 현장에서 폭염에 대처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사진은 공사장 한켠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제공

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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