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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전방위적 ‘위력 시위’에 틀어 막힌 검찰의 ‘재판거래’ 수사
대법원
대법원ⓒ양지웅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 대상인 사법부가 오히려 독자적 권한을 이용한 ‘위력 시위’로 검찰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틀어막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민수 전 기획제1심의관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주에 이어 동일 인물들에 대한 두 번째 영장 기각이다.

다만 법원은 각종 재판거래 문건 실무 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의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다.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자료 ‘제출 거부’에 이어 압수수색도 원천 차단
사실상 법원이 ‘수사 범위’ 특정해주는 꼴

현재까지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는 법원 자체조사단이 조사 대상으로 삼았던 410개 문건과 지난 6일부터 법원행정처 관계자 입회하에 3주째 진행 중인 행정처 기획조정실 관계자 PC에서 추출한 파일 일부가 전부다.

이외에 사법정책실과 사법지원실, 인사총괄심의관실 등 법원행정처가 직접 관리하는 부서의 자료,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과 관련한 여타 자료에 대한 협조는 불가하다는 것이 법원의 현재 입장이다.

또한 기존에 확인된 재판거래 의혹 문건과 관계된 일선 판사들과 관련한 자료는 물론 관련자들의 이메일, 메신저 등을 제출할 수 없다고 최종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검찰이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할 수가 없게 된다.

임종헌 전 차장의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긴 했으나, 여기서 확보한 자료만으로 사법농단 사건의 전모 및 ‘윗선’을 규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검찰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양 전 대법원장 및 박 전 처장과 관련된 보고 자료를 확보한 상태지만, 해당 자료의 구체적인 작성 경위를 포함해 실제 재판거래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의 USB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추가 증거로 제시해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행정처가 기조실 자료 외 다른 자료들을 제출할 수 없다고 버팀과 동시에 핵심 인물들의 압수수색 영장마저 잇따라 기각함에 따라 추가 수사의 길이 원천 차단된 셈이다.

사실상 영장 발부 등 강제수사의 최종 권한을 쥐고 있는 법원이 그 권한을 남용해 검찰 수사 범위, 나아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규정해주고 있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사법부의 영장 발부권을 제약할 수 있는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마저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검찰이 법원을 직접 타겟으로 한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더욱 엄두를 내기 어렵다.

검찰 역시 이러한 현실적 측면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강제수사에 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임의제출 형태로 자료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협조’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틀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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