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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이제 그만 헤어져] 합법적으로 반입한 책도 이적표현물 되는 국가보안법

2018년 7월 24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하였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국가보안법 피해 교사 4명의 직위해제를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구성, 찬양고무 혐의로 2013년 2월 기소되어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되어 있는 교사 4명에 대해 인천시교육청은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였음에도 2015년 1월 직위해제를 하였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4명의 교사들은 경제적,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굴레, 낙인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과연 이들이 어떠한 일을 했기에 재판을 받고, 직위해제를 당해 교단에서 물러나게 된 것인지, 그러한 처분이 합당한 것이지 살펴보도록 한다.

검찰은 전교조 교사들이 이적단체를 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여론몰이를 했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전교조 교사들이 이적단체를 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여론몰이를 했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YTN 캡쳐

대대적인 이적단체 여론전, 법원에선 무죄 판결

검찰은 4명의 교사가 결성한 ‘새시대교육운동’이라는 모임이 북한 대남혁명노선을 추종하고, 북한 사회주의 교육철학을 교육현장에 실현할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적단체라고 주장하고, 이들을 이적단체구성혐의로 기소하였다. 검찰은 4명의 교사가 대한민국의 국가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이적단체인 새시대교육운동을 통해 전교조를 장악하여 북한 대남혁명노선을 실현하려는 이적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소지한 책자, 문건 등이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은 대대적인 여론전과 함께 시작되었다. 검찰 기소와 함께 ‘전교조 교사로 구성 이적단체 첫 적발...4명 기소’등의 제목으로 뉴스가 쏟아졌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는 이들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재판에서 2년 가까이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2015년 1월 23일 1심 판결 결과는 검찰의 기소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새시대교육운동은 이적단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였다.

전교조 내 이적단체가 있다는 기소내용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재판이 시작되었으나, 결국은 앙꼬빠진 찐빵이 되었다. 혹여 이적단체구성 혐의가 인정될까 걱정하던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이적단체구성 부분 무죄에 안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재판결과와 피고인들이 감당해야할 현실을 생각해보면 안도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적표현물 소지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 중의 상당수는 피고인들이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남북교류 행사시 북한에 있는 서점에서 구매하고 출입국 심사를 통과하여 소지하게 된 책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만화로 되어 있는 어린이용 조선의 력사, 열두달 민속이야기와 같은 책도 책의 서문에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적표현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뒤 직위해제된 박미자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그동안 인천시교육청 로비에서 농성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직위해제 철회와 원직복직을 요구해왔다.
검찰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뒤 직위해제된 박미자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그동안 인천시교육청 로비에서 농성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직위해제 철회와 원직복직을 요구해왔다.ⓒ양지웅 기자

사상의 자유 침해로 유엔의 폐지 권고받는 이적표현물 소지죄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대해서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매년 폐지 권고를 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단순히 어떠한 책자를 소지한 것을 처벌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 역시 이적표현물 소지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소지인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해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소지한 때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새시대교육운동이라는 이적단체를 통해 이적목적을 실현하려고 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면서도 이적표현물 소지죄를 판단하는데 있어 이적목적은 너무나 쉽게 인정했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어 주목을 받고 있고, 이념적인 공방이 격렬하게 이루어지는 사건에서 재판부 역시 많은 부담을 가졌으리라 본다. 이와 같은 사건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유무죄 판단을 하여야 하나, 전부 무죄판결을 하였을 때 사회적 파장, 재판부에 대한 비난이 염려되지는 않았을까? ‘내란음모는 무죄이지만, 내란선동은 유죄이다’와 같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의 위력, 공안사건이라는 이름의 위력이 재판부의 자유로운 판단을 어렵게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번 이적단체로 기소되면, 재판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아도 사람들에게 이미 깊이 각인된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미 1심과 2심 재판을 통해 이적단체부분은 무죄로 판단받았지만, 보수세력의 머리 속에는 전교조 내에 이적단체가 있다고 단정적인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다. 2017년 11월 27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류석춘 위원장은 “전교조는 불법 정치 시국선언, 연가투쟁, 노조전임자 학교 미복귀 등의 문제로 사법부에서 법외노조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위원장급 임원들이 참여한 단체인 ‘새시대교육운동’은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법원에 의해 이적단체 판결을 받는 등 대다수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를 벌여 왔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완전한 허위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전교조에 이적단체도 있고, 법외노조는 당연한 거라고 말한다. 이런 빌미가 되었다는 것이 4명의 교사들에게 더 죄책감이 들게 하지는 않을까.

인천 청천중학교 학생들이 박미자 전 수석부위원장에게 전달한 응원 편지
인천 청천중학교 학생들이 박미자 전 수석부위원장에게 전달한 응원 편지ⓒ민중의소리

현재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사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4명의 교사들은 완전 무죄판결을 받을 수도 있고, 1심에서 선고된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5년이 넘는 재판 기간 동안, 3년이 넘는 직위해제 기간 동안 상처입을 대로 상처입고, 욕먹을 만큼 먹은 뒤에 무죄판결을 받은 들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 되지는 않을까.

아이케이 법률사무소 임승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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