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박근혜 고립되자 “진보적 판결해야” 변화 꾀한 양승태 사법부
양승태 규탄 대법원 앞 집회.
양승태 규탄 대법원 앞 집회.ⓒ임화영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고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판결로 재판거래를 시도했던 양승태 사법부가 국정농단 사건 이후 ‘대통령 퇴진’ 국면이 조성되자 전반적인 판결 방향을 재정립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자체조사단 조사 대상 문건 중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대외비)’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국면에서 대법원이 주도적으로 정립해야 할 판결 방향이 제시돼 있다.

이 문건은 기획조정실이 2016년 11월 초 작성한 것으로, 정치권과 국민 여론, 검찰 수사 전망 등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인 작성 날짜가 적혀 있지 않았으나, 그 해 11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 내용이 언급돼 있다는 점과 ‘11월 12일 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가 예정돼 있다’고 적힌 부분을 감안했을 때 11월 4일과 12일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에서 법원행정처 기조실은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대통령 퇴진 국면에서 ‘대법원의 전략’으로 ‘대한민국 중도층의 기본적인 스탠스가 정치는 진보, 경제·노동은 보수’라고 전제한 뒤, “대북 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에서는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진보적 판결’의 사례로 집회금지 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 경찰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해당 사건과 관련한 법원 판결 뿐 아니라 그동안 양승태 사법부에서 나온 각종 상징적인 사건 판결이 정상적인 법리보다는 정권의 의중이나 정세에 따라 좌우돼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동시에 기조실은 “대북 문제와 경제·노동의 문제에서는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들 사건에 대한 판결 방향을 제시했다.

기조실은 이렇게 주요 사건들에 대한 판결 방향을 재정립하고자 ▲수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 ▲당시 여당 내 친박 진영 해체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 ▲특검 촉구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 등 ‘조선일보’ 보도를 토대로 당시 정세를 진단했다.

법원행정처가 ‘조선일보’ 보도를 정세 진단의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가장 보수적인 언론 보도를 토대로 박근혜 정권의 회생 가능성을 가장 현실적으로 진단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달 7일 기조실이 작성한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대외비)’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이 주요 보수언론의 외면으로 고립무원의 상태’, ‘조선일보와는 전면전 수준’,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 조선일보가 친박세력 제거에 나선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등의 분석이 나와 있다. 이 분석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마저 돌아선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진영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문건에서는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핵심 동맹국인 미국조차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는 점 등 주변국의 입장까지 고려해 그 당시 정세를 진단하려고 애썼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강경훈 기자

I love ahn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