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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1분이면 충분하다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러브락

록 음악을 듣는다면, 그리고 록 음악을 좋아한다면 무엇 때문일까. 지난 60여년동안 록 음악도 분화해 한 두 가지 스타일로만 록을 규정하기는 어렵다. 아트록과 펑크 록과 포크 록 사이의 거리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거리보다 멀다. 그럼에도 록을 듣고 좋아할 때는 대개 마음이 가라앉기보다 들뜨기를 바란다. 침잠하게 하는 록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록은 비트를 둥둥 거리고, 일렉트릭 기타 소리를 증폭시키며, 보컬이 소리를 질러 마음을 흔든다. 손바닥만한 마음이 가슴을 덮을만큼 커지고, 온 방에 가득 찰 만큼 부풀어오른다. 소리의 파형과 빛깔이 얼마나 마음을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르로 록은 탁월하다.

물론 영미권에서도 더 이상 록은 대중음악의 주류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일렉트로닉, 팝, 힙합에 밀려 록은 인기의 변방으로 내몰렸다. 사실 대중음악 역사에서 팝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는 왕좌에 올랐다 자리를 빼앗기곤 한다. 록은 그동안 일렉트로닉, 재즈, 클래식, 힙합 등과 자신을 섞어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를 전부 다 써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어반복이면 또 어쩌랴. 록이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대신하지 못하듯 일렉트로닉과 힙합 역시 록을 대신하지 못한다. 단순명쾌하게 불타오르는 화력과 장엄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이따금씩이라도 반드시 록을 듣게 만든다. 록은 록으로만 대신할 수 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Electric Jungl’ 앨범 표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Electric Jungl’ 앨범 표지ⓒ러브락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지난 7월 16일 발표한 정규 5집 [Electric Jungle]은 록의 전통적인 매력과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마르지 않는 힘을 한결같이 보여준다. 음반에 담은 곡은 총 22곡. 그런데 모든 수록곡은 1분 이내로 짧다. 펑크나 하드코어 계열의 록 음악 중에는 이렇게 짧은 곡들이 많은 편인데,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특정 장르의 어법에 충실하기 위해 일부러 곡을 짧게 연주하지 않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그동안 로큰롤, 블루스, 사이키델릭, 펑크, 하드록을 포괄하는 밴드로 항상 종횡무진 거침없는 사운드의 폭주를 이어왔다.

이번 음반에서도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연주하고 노래하는 곡들은 격렬함과 경쾌함과 질박함을 가볍게 넘나든다. 곡의 길이가 짧아도 시작과 더불어 곧장 불붙어버리는 곡의 화력은 막강하다. 짧은 리프를 몰아치고 노래로 진입할 때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맹렬하게 돌진하면서 곡의 끝을 향해 무조건 들이받아 버린다. 돌아갈 다리조차 불살라버리고 자신을 순식간에 태워버린 뒤 산화해버리는 찰나의 절정. 너무 빨리 끝나는 곡의 길이가 아쉬울 때도 있지만 옹골찬 곡의 열기는 찰나의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들뜨고 불타오르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많은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록의 가장 단순한 원형으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몰아치는 백비트와 보컬의 절규, 인상적인 리프에 비틀어 키운 일렉트릭 기타 소리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안다. 1분이면 족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으르렁 거리듯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밀어붙인다. 그 거친 소리와 날뛰는 리듬의 어울림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했던 록의 고전적 매력을 새삼스럽게 확인시킨다. 록은 고민하는 장르가 아니라 토해내는 장르이며, 묻어두는 장르가 아니라 불태워버리는 장르이다. 모든 록이 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 음반에 담긴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록은 그렇다.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러브락

한국 록 밴드 가운데 최선두에 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이 짧은 순간에도 스스로 불타오르고 듣는 이를 불타오르게 만든다. 격렬한 사운드를 시끄럽게 긁고 내리치고 소리 지른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감각적으로 설득하고 설득될 수 있는 곡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능하다. 리듬과 멜로디와 사운드가 서로를 증폭하도록 연결하고, 그 안에서 적절한 변화를 부여함으로써 텐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연주곡 ‘Final Roud’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단지 거칠기만 하지 않고 찰지고 쫄깃하며 날렵하며 신명난다. 연주곡 ‘Wild Cat’과 ‘Don’t Care Anymore’로 이어지는 음반의 종반부까지 음반의 완성도는 균일하다. 돌아서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만큼 휘발성 높은 음악 사이에는 ‘Do You Wanna Shout’ 같은 어쿠스틱한 곡이 있다. 그리고 ‘Over The Dusk’와 ‘A Better Tomorrow’, ‘Space Jungle’처럼 사이키델릭한 곡도 있어 갤럭시 익스프레스 음악의 품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준다. 빠른 리듬으로 몰아치면서 속도에 경도된 소비사회를 비판하는 ‘빨리빨리’의 문제의식도 흥미롭다. 이렇게 강렬하면서 밀도 높은 록 음악으로 록 음악 본연의 육체성을 풍부하게 발산하는 밴드는 드물다. 유행하는 음악, 트렌디한 음악을 들으며 오늘을 파악하는 일은 늘 즐겁지만 오늘 안에는 이렇게 오래전부터 쌓인 음악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이렇게 근사한 음악을 왜 놓친단 말인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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