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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도시가스 검침원들의 절규, “누구 한 명 죽어야 대책 나오나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폭염안전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더위를 견디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폭염안전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더위를 견디고 있다.ⓒ임화영 기자

“쓰러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누구 한 명 죽어야만 대책을 내줄 건가요?” (서울도시가스 점검검침원 김윤숙씨)

2일 낮 12시,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폭염 속에서 도시가스 점검검침원들이 서울시청을 찾았다. 폭염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폭염안전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서울도시가스와 (주)예스코에서 일하는 가스점검‧검침 노동자들 20여명이 함께 했다.

노조는 7월 23일과 26일 도시가스공급사와 고객센터, 서울시 상황대응과에 ‘도시가스 고객센터 종사자 폭염 대책 ’을 요구했다. 한 달 사이에 서울도시가스와 (주)예스코 가스점검‧검침 조합원 4명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어지럼증과 매스꺼움, 두통 등을 겪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그럼에도 센터와 시는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예스코 모 센터 도시가스 점검검침원이 가스점검 업무 중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동료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27일 예스코 모 센터 도시가스 점검검침원이 가스점검 업무 중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동료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제공

가스 점검‧검침하다 더위로 쓰러지는 노동자들

노조에 따르면, 서울지역 가스점검‧검침 노동자들은 6개월에 1번씩 1인당 3,500~4,500세대의 가스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가스안전점검이 한 번에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 차례 방문해야 겨우 성공하거나, 부재시 고객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방문해야 안전점검을 할 수 있다.

점검‧검침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한 달 중 2주는 검침과 송달 일에만 꼬박 매진해야 한다. 사실상 가스안전점검 할 시간은 한 달에 10~12일 정도 주어지는 셈이다. 60~70일 이내에 4,000세대 가량을 돌며 안전 점검을 완수해야 한다. 몸이 아프다해도 잠시 쉴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닌 것이다. 과중한 업무량, 업무강도에 대해 회사가 내놓은 대책은 “알아서 재량껏 쉬라”는 게 전부였다.

서울도시가스 점검검침노동자 김윤숙씨는 지난달 23일 안전점검‧검침을 위해 맡은 구역에서 일을 하다 병원에 입원했다. 그날은 서울 한낮 기온이 36도를 넘었는데, 업무에 쫓기며 일을 하다 탈진해 쓰러진 것이다. 구토와 탈수 증상까지 수반됐다. ‘온열질환’이었다. 김씨는 링거를 꽂고 병실에 누운 채 회사에 전화를 했다. 폭염 속에서 일 하다가 쓰러졌기 때문에, 혹시 회사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전화를 받은 회사 관계자는 김씨에게서 “아파서 병원에 실려 왔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안 됩니다”라고 말을 잘랐다. 병원비를 내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어 회사 관계자는 “자기 몸은 자기가 잘 아니까, 알아서 더위를 피해가며 일했어야 한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더위 속에서 업무를 처리하다 쓰러진 것임에도, 무조건 개인 탓으로 돌리는 회사가 야속했던 김씨는 “병원에서 링거를 꽂고 누워있는 사람에게 할 말인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폭염안전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폭염안전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임화영 기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폭염에 취약한 건설노동자 등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택배, 집배, 배달 노동자와 교통경찰 등 길 위에서 일하는 다양한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라며 “특히 6개월 간 수 천 가구를 방문하면서 하루 평균 13~14km를 걷는 가스 안전 점검‧검침원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최 활동가는 “단순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라는 원론적인 말은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각각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며 “폭염 시기 줄어들 수밖에 없는 노동시간을 고려해 긴급 인원을 투입하거나, 건당 인건비 등을 조절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노조와 가스점검‧검침원들은 폭염대책 마련을 위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 요구서를 비서실에 전달하기 위해 시청 안으로 들어갔으나, 요구서를 전달할 수 없었다. 시청 관계자들은 민원접수실을 통해서 요구서를 전달하라고 강요했다.

장성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장은 “이미 민원실에 접수했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대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비서실에 직접 갖다 주겠다”고 했으나 서울시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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