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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성 소수자 혐오가 경제적 손실인 이유

지난주 정치권에서 난데없이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화제가 됐다. 사건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 의원이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황당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입장이었지만 화장을 많이 한 모습이었다” 등 공당 원내대표의 인권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헛소리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더 가관인 것은 자유한국당의 총 책임자인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그건 그 분의 소신”이라며 이 미친 짓에 동참했다는 점이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성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성태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이들의 헛소리가 얼마나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는 상식의 영역이니 여기서는 생략하자. 문제는 제 1 야당의 이런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데 있다.

요즘 경제계에서 제일 많이 거론되는 단어가 혁신성장이다. 그런데 혁신성장이란 정의 자체부터 매우 어렵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가 “창조경제 합시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창조경제는 안 되고 정부 산하 연구기관 이름에 ‘창조’라는 글자만 잔뜩 들어갔다.

창조적 혁신을 가능케 하는 간단한 방법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랫동안 누적된 문화에 의한 것이다. 불로소득보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더 대접받는 문화, 누구에게나 개방된 기 회, 그리고 열린 사회 분위기 등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이 창조적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경제학계에서도 창조적 혁신을 위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왔다.

창조계급의 세 가지 특징

지리경제학의 거두, 도시경제연구의 석학으로 불리는 토론토대학교 경영대학원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2002년 ‘창조계급의 부상(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이 책에서 ‘창조 계급’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플로리다의 정의에 따르면 창조계급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문화예술인, 건축가, 공학가, 디자이너, 교육자, 스포츠 종사자, 미디어 종사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창조계급이 많은 지역일수록 혁신과 성장이 빠르다.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계급의 특징을 캐주얼, 시간왜곡, 자기만의 경험 등 세 가지로 요약한다. 캐주얼은 말 그대로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캐주얼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복장부터 자유롭다.

생각해 보라. 1970년대 박정희 통치 시절, 거리에서 경찰이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고 다녔다. 공권력이 이런 미친 짓을 하는데 창조계급의 특징인 캐주얼이 발휘될 리가 없다. 디자이너는 플로리다 교수가 꼽은 대표적 창조계급인데, 미니스커트를 본 적도 없는 디자이너들이 무슨 수로 창조적 디자인을 한단 말인가? 귀 밑 3센티와 스포츠머리만 다뤄본 헤어 다자이너들은 무슨 수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그래서 박정희 식으로 “나는 장군이고 국민은 내 부하, 국가는 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로 국가를 창조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그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 시절 보여줬던 창의성 제로의 명령 경제를 생각해보면 박정희가 남긴 유산이 한국 경제의 창의성이라는 토양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쉽게 이해가 간다.

창조계급의 두 번째 특징은 시간왜곡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창조계급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면서 쓴다.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것은 창조계급의 특징이 아니다. 자기가 집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집중하고, 쉬고 싶을 때 마음껏 쉬는 것이 창조계급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창조계급과 거리가 먼 꼰대 지도자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서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게 잘 하는 짓인 줄 아는 시간의 노예다. 대통령이 새벽 5시에 출근하자 그거 따라하느라 장관들도 잠을 못 자고, 국장들도 잠을 못 자고, 과장들도 잠을 못 자고, 일선 공무원들도 잠을 못 자는 코미디가 그 시절 벌어졌다. 푹 쉬어도 안 돌아갈 머리를 그렇게 혹사하니 4대강이나 파헤쳐 경제를 살리자는 황당한 생각이 그들을 지배한다.

셋째, 창조계급은 자기만의 경험을 즐긴다. 게임에 미쳐 그 경험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사람이 게임 산업을 혁신한다. 이명박처럼 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거 못 만드나?”라고 투덜댄다고 닌텐도가 나오는 게 아니다.

뛰어난 소믈리에는 와인을 즐기는 자기만의 경험에 몰입하는 사람들 중 나온다. 미식가, 그림 애호가, 곤충 수집가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자신만의 경험을 축적하려면 사람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주 52시간 노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창조계급의 양성에 도움을 준다.

성 소수자와 똘레랑스, 그리고 창조계급

지금부터가 김성태 대표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플로리다 교수는 이런 창조계급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의 특징을 연구했다. 문화산업이나 첨단산업이 미국에서 가장 발달한 곳으로 평가받는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이나 텍사스 오스틴 지역이 그런 곳들이다.

그런데 이런 도시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똘레랑스(tolerance)’라고 불리는 관용성이었다. 똘레랑스가 충만한 지역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 외국인이 많이 거주한다. 둘째, 예술가들도 많이 산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김성태 대표, 특히 귀담아 듣기 바란다(그런데 그럴 리가 없을 것 같긴 하다).

똘레랑스가 충만해 도시의 세 번째 특징은 그곳에 성 소수자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것이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만이나 오스틴 지역의 인구분포를 살펴보면 성소수자의 거주 비율이 미국 도시들 중 유난히 높다.

물론 이 이야기가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보다 더 창의적이다’라는 뜻은 아니다. 성 정체성과 창의력은 논리적으로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창조계급이 선호하는 도시에 성 소수자들이 많이 산다는 것은 그 지역이 ‘나와의 다름’을 배척하지 않는 포용성이 있다는 증거다. 그 포용성이 창의성을 높인다.

이렇게 친절히 설명해줬는데도 김성태 대표가 여전히 “성 정체성이 모호한” 어쩌고 하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은 정치를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은 경찰관들이 바리캉 들고 장발 단속하던 쌍칠년도가 끝이다.

선진국들은 창조성과 혁신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연구를 하는데 한국은 쌍칠년도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인이 무려 제 1야당의 원내 대표란다. 이 후진적 사고방식이 안 그래도 뒤쳐져있는 대한민국의 창의성을 얼마나 갉아먹을지, 이 나라의 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칠지 진정으로 끔찍하다. 진정한 혁신 성장을 위해 김성태 대표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이제 정치 좀 그만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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