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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오직 인천뿐이지 않을 세상의 모든 인천들을 위한 노래
'인천의 포크' 앨범 자켓 이미지
'인천의 포크' 앨범 자켓 이미지ⓒ미디어스코프

포크 음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포크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어쿠스틱 음악이나 통기타 음악 정도로 알고 있는 포크 음악은 단어의 원뜻처럼 민요에서 출발했다. 포크의 의미 중 하나인 구전 민요가 현대 대중음악이 된 포크 음악의 씨앗이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상업화 한 대중음악 이전의 민속음악을 기록하고 계승하면서 모던 포크 음악이 싹텄다. 지역성, 민속성, 민중성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음악이다. 하지만 현대의 모던 포크 음악에서 지역성, 민속성, 민중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도 김민기, 송창식, 양병집, 정태춘 같은 포크 뮤지션들은 지역성, 민속성, 민중성을 지향했다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포크 뮤지션들 중 지역성, 민속성, 민중성을 담지한 이들은 일부이고 소수이다.

'인천의 포크' 이권형
'인천의 포크' 이권형ⓒ미디어스코프

지난 7월 24일 박영환, 이권형, 파제가 발표한 ‘인천의 포크’ 음반에 눈길이 머무는 이유이다. 수도권임에도 서울이나 성남 분당, 고양 일산에 밀리고 차이나타운 정도로만 소비되는 인구 300만 대도시. 그 곳에는 어떤 삶이 있고 어떤 음악이 있을까. 그런데 ‘인천의 포크’ 음반은 인천의 시공간과 삶을 직접 전면적으로 담지 않았다. “인천 사는 인천사람 Pa.je, 서울 사는 인천사람 이권형, 인천 사는 마산사람 박영환”이 함께 만든 음반은 인천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세 뮤지션이 참여했을 뿐이다. 그 이유로 이 음반에서 인천만의 음악이나 포크 음악의 뿌리 같은 지역성, 민속성, 민중성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제는 한국의 어디에 살든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구가하면서 살아간다. 자연환경이 다르고, 특산품이 다르지만 먹고 입고 사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로 도시화하고 현대화한 덕분이다.

포크 음악의 고유한 질감이 느껴지는 ‘인천의 포크’

이 음반에서 더 짙게 느껴지는 정서는 인천이라는 특정 지역의 특징과 정서보다는 세 명의 뮤지션이 살고 있는 청춘이라는 시간과 엇비슷한 삶의 태도, 포크 음악의 고유한 질감이다. 박영환과 이권형, 파제는 똑같이 포크 음악을 하고 있는데, 음악 스타일은 조금씩 달라도 시선의 방향과 이야기의 빛깔, 사운드의 파장은 서로 닮았다. 음반에서 ‘점심시간 종소리’, ‘I Think You’, ’Re-interpret’, ‘해가 지는 집’을 부른 파제의 목소리는 가장 맑고 순수하다. 그는 그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현악기가 어울린 사운드로 “그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진 않아도” 기억하는 순간을 불러내고, 어우러질 수 없던 관계를 아쉬워한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다시 해석해주기를 바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숨바꼭질’, ‘사랑가’를 싱어송라이터 예람과 함께 부른 이권형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만나지 못한 마음을 서운해하고,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마음을 인정하면서 극복하려는 간절함을 드러낸다. 그는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교감하고 감지하는 시간과 세계와 운명에 대해 노래한다. 이 세 곡에서 이권형은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외에는 별 다른 악기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한국적이고 예스러운 음률과 여린 발성으로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노래 전반에 배어있는 애잔하고 쓸쓸한 감정이 예람의 아릿한 목소리와 함께 발화할 때는 더 은밀하고 아련해진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속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의 그림자, 현대 도시의 중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정서를 포착해낸 음악은 이것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인천이라는 지역의 혼재한 정서일 수 있다는 가정을 가능하게 하지만 이러한 풍경과 정서가 오직 인천에만 존재할 리는 없다. 이 정서는 모든 변방의 시공간과 존재를 관통하는 정서이며, 그 정서를 포착해낸 노래의 높은 완성도는 싱어송라이터 이권형의 몫이다.

'인천의 포크' 박영환
'인천의 포크' 박영환ⓒ미디어스코프

어긋나고 이루지 못한 마음을 드러낸 세 명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한편 ‘두부, 유령’, ‘밤’, ‘고양이 왈츠’를 부른 박영환 역시 사이키델릭한 세계를 재현하는데,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어쿠스틱 기타에는 공간감이 풍부하다. 유령을 만나고, 마주 앉아 늦은 아침을 먹고, 유령도 떠나간 시간을 견디는 노래는 오래 쓸쓸함을 벗삼아 온 이의 담담함이 있다. 자조적인 청춘의 초상으로도 읽히는 노래인데, 이 또한 수도권에 있으나 변방 같은 인천의 멘탈리티와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는 노래에는 수많은 존재의 변방으로 뻗어나가는 힘이 있다. 하루를 까만 밤처럼 보내고, 밤과 너를 더듬고 보냈다는 고백에도 무료함 이상의 고독이 있다. 혼자 있는 고양이와 다르지 않은 마음을 담담히 드러내는 ‘고양이 왈츠’에서도 “서러워 조용히 울었”던 이의 어둠은 오래도록 깊어 건드릴 수 없을 만큼 평화로울 정도이다.

이렇게 이 음반에서 노래한 세 명의 포크 싱어송라이터는 충만하고 행복한 감정보다 어긋나고 이루지 못한 마음을 드러내며 세상의 모든 변방 같은 인천들을 잇고, 청춘의 남루한 내면을 기록한다. 예술은 삶의 빛나는 순간, 그 환희만을 담지 않고 어찌할 수 없는 후회와 안타까움을 응시함으로써 그늘과 어둠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게 한다. 혼자만 어둡지 않음을 일러준다.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한 채 이 세상에 왔고, 끝내 다 알지 못한 채 사라진다. 중심에 있는 것 같지만 변방에 있고, 영원인 것 같지만 찰나일 따름이다. 오늘 그 곁에 몇 곡의 노래가 흐른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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