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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김동연 간담회, ‘청탁 성격’ 있었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간담회 성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부총리와 정부는 “재계와의 일상적인 간담회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금융당국의 징계를 앞두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대표를 만나 ‘민원’을 경청하고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사실은 전혀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대규모 투자를 빌미로 노골적인 청탁성 이벤트를 벌인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캠퍼스 방문 자리에는 눈길을 끄는 인사가 한 명 참석했다. 삼성그룹의 작은 계열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이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부회장, 고동진 모바일 부문장, 김기남 반도체 부문장,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 사장 등 내로라 하는 삼성전자 경영자들이 총출동 한 자리에 매출 3천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제약회사 사장이 동석한 것은 의아한 일이었다. 재계에서는 “고한승 사장이 낄 자리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과 정부는 “그만큼 바이오산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특히나 이재용 부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간담회 직후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언급했고, 특히 바이오산업은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며 삼성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삼성과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 됐든 바이오에피스 사장의 참석은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분식회계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문제 회사’가 바로 바이오에피스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분식회계를 저질러 합병 비율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계열사 바이오로직스의 자산가치를 회계법인등을 통해 부풀려서 평가하고, 부풀린 가치로 합병비율을 산정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것이다. 당시 바이오로직스가 부풀린 자산이 바로 바이오에피스의 주식가치다.

간담회 시기도 미묘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조사‧심의하고 있는데 최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간 미묘한 신경전으로 징계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떄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국회와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해 올해 5월 ‘회계처리 위반’으로 결론 내고 금융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징계를 심의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은 2달간 장고 끝에 ‘금감원이 중요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조치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돌려보냈다. 공을 넘겨 받은 금융감독원은 다시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조치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징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금융감독 당국의 징계 절차가 길어지자 지난달 19일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사건을 수사부서에 배당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참고인 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는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사정기관이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중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삼성이 바이오에피스 사장을 굳이 참석시키고, 김동연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도 사전에 참석사실을 파악하고서도 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회계업계에서는 분식회계에 대한 조사 및 수사, 징계가 원칙대로 진행 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제부처 수장이 바이오산업 육성을 돕겠다고 한 마당에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원칙대로 징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분식회계가 걸려 있고 이 현안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핵심 이슈인데 굳이 에피스 사장을 참석시킨 것은 ‘좀 넘어가 달라’는 노골적인 청탁성 이벤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역시 논평을 내고 “바이오로직스가 검찰에 고발된 상황에서 그 관계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장이 경제부총리에게 국민 건강과 직결된 바이오 산업의 규제 완화와 약가 인상 등을 당당하게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는 실로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한편, 삼성은 김동연 부총리와의 간담회 이틀 뒤인 지난 9일, 130조원에 달하는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투자계획에서 인공지능‧5세대이동통신‧바이오 산업 등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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