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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아십니까, 우리가 우예 됐는지” ‘소성리’ 할머니들의 눈물
왼쪽부터 성주사드저지종합상황실 박철주 실장, 박배일 감독, 임순분·도금연 어머니.
왼쪽부터 성주사드저지종합상황실 박철주 실장, 박배일 감독, 임순분·도금연 어머니.ⓒ민중의소리

“문재인 대통령 있는 청와대에 우리 다큐를 보내야 하는데, 안 되는가?”

‘사드 배치’ 소성리에서 계속 투쟁중인 도금연 할머니는 9일 “대통령이 직접 보고 ‘아이고 소성리는 이리 고생하는 구나’하며 느낄 런지 모르겠다. 아나? 우리가 우예 됐는지. 한참 싸울 때는 ‘대통령 불러라’ 하면서 싸웠다. 그런데 한 번도 안 왔다. 대통령도 우리가 싸우는 거 봐야 안다”고 말했다.

여든 노구의 금연 할머니는 이날 ‘사드 반대’ 투쟁을 잠시 접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종로에서 열리는 다큐 영화 ‘소성리’ VIP 시사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금연 할머니는 이 다큐의 주인공이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경찰·극우 세력에 맞서는 강단진 여장부 모습을 보여주신다. 이 밖에 임순분, 김의선 할머니도 출연한다.

올초,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며 남북미 관계가 해빙기를 맞이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에 대한 ‘평화 제스처’를 취했다. 평화, 통일, 종전 선언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반도를 메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성리 ‘사드’는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다. 사드 배치의 명분이었던 ‘북핵 위협’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상징인 사드는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소성리’를 연출한 박배일 감독은 “소성리에 사드를 견고하게 배치하기 위해 계속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것이 아이러니하고 화도 난다”고 했다.

지난해 6~9월 경 촬영된 다큐 ‘소성리’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다큐멘터리 대상을 수상했고,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랬던 이 영화를 박 감독과 제작진들이 개봉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남북미 ‘평화제스처’에 묻혀 소성리 상황이 잊힐까봐서다. 소성리는 어떤 작품?(리뷰 보러 가기)

다큐 ‘소성리’ 촬영 이후의 이야기와 현재 소성리 주민들의 상황을 더 들어보기 위해서 박배일 감독, 도금연·임순분 할머니, 성주사드저지종합상황실 박철주 실장을 만났다.

경찰이 지난 4월 12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공사 장비 등의 반입을 위해 주민들을 끌어내리고 있는 모습.
경찰이 지난 4월 12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공사 장비 등의 반입을 위해 주민들을 끌어내리고 있는 모습.ⓒ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질문=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감이 궁금하다.

박배일 감독=마냥 기쁠 수만 없는 게, 개봉을 결정한 이유는 소성리 상황이 안 알려져서 개봉을 선택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계속 전화기를 들고 사람들한테 보러 오라고 하고 있다.

도금연=우리는 사드만 나가면 마음도 편하겠고, 그렇게 산다. 사드 쫓아내면 우리는 아무 일도 없다. 우리 동네 편하게 살게, 쫓아내야한다.

임순분=솔직히 실감이 안 난다. 처음에 감독님이 몇 분 좀 사진을 찍고 다큐를 하나 만든다고 하셔도 이게 어떻게 찍어져서 만들어지는지 몰랐다. 우리는 포즈를 이렇게 취해라 저렇게 취해라 그런 거 없이, 그냥 우리 일만 하면 됐다. 처음엔 감독님을 의식했다. 박 감독에게 ‘거기 있으면 불편해 이리 들어와’ 이래도 감독이 자기를 무시하고 하라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가고 싶은 곳 가고 그랬다. 감독이 질문하면 답하고 이렇게 했다. 편하게 했다. 정말 영화 내보낸다고 했으면 더 부자연스럽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상영 될 줄 알았으면, 나도 화장이라도 할 걸(웃음). 정말 시골에서 막 일할 때 할매 모습, 있는 그대로 찍혔다.

질문=올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하면서 냉전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성리는 어떤가.

박철주 실장=남북이 만났고, 북미가 만나면서, 소성리 주민들이나 연대자들이나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나오는 문구 토시 하나 궁금했고, 빨리 평화와 종전선언 문구가 그 협의 안에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서 실망감이 많이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기대를 계속 해야 할지 말지 지금도 모르겠다. 사실 이게 한반도 시계와 미국 시계가 조금은 달라서 완전한 비핵화나 종전 선언, 평화협정이라는 서로의 시간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나 싶다. 그래서 저희는 사드 투쟁을 장시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가고 있다

박배일 감독=당시 남북, 북미 대통령이 만나고 악수를 하는 것이 장면으로선 감동이었다. 하지만 저는 그 장면 뒤에 소성리 할머니들과 여기 계신 분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게 굉장히 슬펐다. 결국 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건 평화인데, 과연 지금 평화가 이뤄지고 있는 건가. 이뤄지는 단계라고 했을 때, 지금은 오히려 사드 이야기는 싹 빼고 평화에 대해서, 마치 평화가 오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정말 평화를 이뤄가고 있는 사람은 여기 있는 사람들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다. 평화가 오고 있는 단계들 있다. 종전 선언을 비롯해서, 그 선언이 이어지면 비핵화가 되고, 비핵화가 되면 다시 사드를 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계속 그 이야기는 묻혀 있다.

영화 ‘소성리’
영화 ‘소성리’ⓒ스틸컷

금연·순분 할머니는 작년에 정론관 가서 ‘사드배치반대’ 기자회견도 하는 등 투쟁에 적극적이셨다. 하지만 결국 사드는 들어왔다. 요즘은 뭐하고 지내셨나.

도금연=매일 부대 앞까지 간다. 거기 대문만 열면 골프장이다. 거기 가서 미국 놈들 쫓아 내라고 가서 욕이나 하고 그런다. 하루도 안 빠지고 간다. ‘그래 사드 내보내라, 사드만 보내면 우리는 산다! 미국놈 나가거라!’ 이러면서 싸우고 있다. 우리 동네를 위해 하는 것이다.

임순분=지금 금연 어머니가 말씀 하신 것은 주민들이 1인 시위를 하러 가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국방부 앞에 정문 앞까지 가서 1인 시위를 저희가 하고 있다. 4월 26일 사드 들어가고, 이럴 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거기에 갈 수 없었다. 내 땅이 저 안에 있는데, 내가 거기 들어갈 수 없었다. 경찰이 막았다. 근데 위까지 가기도 전에 우리가 올라가면 입구부터 차단해서 못갔다. 제 밭이 바로 여기서 몇 백 미터 거리에 있는데 지천에 두고 내가 갈 수 없을 정도다. 남편 산소가 거기 있는데도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경찰에 막혔지만 주민들이 조금씩 싸우면서 그 길을 떨궜고, 중간에 경찰 저지선을 또다시 떨궈서 할머니들이 앞에까지 가시는 거다.

질문=작년부터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구호를 정말 많이 들었다. 평화라는 단어는 추상적으로 다가왔지만 감독님의 다큐를 보고 진짜 평화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박배일 감독=할머니한테 평화에 대해 물었을 때 ‘그냥 이대로 사는 게 평화지’ 라고 이야기 하셨다. 사드가 들어오기 전처럼 사는 게 평화라고 이야기 한 것이 제가 처음에 ‘다큐를 만들러 소성리에 가야겠다, 그러면 어떻게 만들까’ 했을 때 그 평화의 개념과 비슷했다. 생각해 보면 평화롭지 못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내가 쭉 일상을 살아오는데 일상이 어긋났을 때 평화롭지 못하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자신의 작은 어긋남이 평화롭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소성리는 정말 큰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안에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걸 안고 살아가지만 안고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어떤 일상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

질문=다큐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남북미 국제 정세는 바뀐 것 같은데, 소성리 현실을 그대로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배일 감독=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려고 다큐 마지막에 배치한 게 아니다. 우리가 전쟁 역사를 봤을 때 권력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민중들이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를 마지막에 넣으면서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크게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예견 같은 게 아니라 우리 역사는 그래왔다. 그래왔기 때문에 잘 선택해야 하고, 섬세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이 성주에 와서 한번이라도 얼굴을 비췄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안 했을 것이다. 당연히 정말 많은 것들이 걸려 있겠지만 한번이라도 와서 설득하고 대화하고, 문재인 대통령 성격으로 한 번 결단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섬세함 없이 전 권력들이 했던 대로 할 것 같았고, 또 그렇게 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그런 것들을 보여드린 것이다.

질문=영화를 보면서 혹은 현재 소성리 상황에 대해서 우려되는 점이 있나

박철주 실장=아까 박 감독이 이야기 했고, 어머니들이 이야기 했듯,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평화다. 친구와 놀고 지지고 볶고, 마누라한테 쫓겨 나고, 그런 것들이 우리 일상이다. 이런 일상 모습을 영화를 통해서 충분히 설명했다. 또 영화에서 전쟁 겪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가진 일상들하고 다르게 표현되는 일상이 있어서, 그것을 또 편가르기 식으로 판단할까봐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박배일 감독=제가 현장에 있으면서 저의 방식대로 연대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저는 힘을 주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힘을 주기 위해서 영화도 개봉을 한 것이데, 이런 일련의 일들이 힘을 빠지게 할까봐 그게 걱정이다. 관객이 없거나, 혹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또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그런 것들 때문에 함께하신 분들의 힘이 빠질까봐 그게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저에 대한 공격은 괜찮다. 다큐 ‘밀양 아리랑’ 할 때부터 빨갱이 감독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소성리 주민들은 진짜 애쓰고 계신다. 전부다. 이 영화를 알리고 소성리를 알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데 그 애씀이 허투로 돌아갈 까봐 우려스럽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왔으면 좋겠다.

영화 ‘소성리’ 박배일 감독이 국회에서 상영을 앞두고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영화 ‘소성리’ 박배일 감독이 국회에서 상영을 앞두고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질문=개봉을 앞두고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임순분=아까 열차 타고 올라오면서 우리끼리 그 이야기를 했다. 이 영화를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숙 여사가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아니면 정말 유명인사가 이 영화를 보고 홍보가 되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다큐가 상영됐고 저도 봤는데 저 나오는 거 민망스러워서 안 본다. 그것은 내 개인적으로 민망한 것이고 이왕 영화로 돼서 나간 거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소성리에 대해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주민들이 정부에 대고 보상 요구하고 그런 게 아니지 않나. 또 정부에서 성주 주민들을 위해서 무얼 해줄지 우리가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다 거짓말이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렇게 까지 이야기 하니까 영화가 많이 알려져서 우리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박철주 실장=영화가 소성리에만 한해서 찍은 거지만 현재 상황들이 당신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든지 당신들이 소성리 같은 똑같은 상황을 당할 수 있다. 너무 남 얘기가 아닌 당신의 문제고 당신의 아픔이라고 이렇게 본다.

박배일 감독=앞으로 내 문제가 될 수 있다가 아니라, 이미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 됐다. 핵이 소성리에 떨어지든 어디에 떨어지든 핵이 떨어지는 게 한반도 문제이고 전 세계 문제지 소성리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우리가 아직 전쟁을 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여전히 전쟁은 진행 중이고, 휴전 중인 거고, 전쟁은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

할머니들, ‘동지가’ 부르며 계속 투쟁 중

사드가 소성리에 투입된 뒤, 소성리 주민들은 주저앉고 말았다. 임순분 할머니는 “주민들이 정말 절망했고 다 포기를 했다. 이 싸움은 다 끝난 거라고 포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할머니들이 주저앉아 있을 때 성주에 있는 평화모임의 젊은 새댁들이 ‘할머니들 노래 한 번 안 해보시겠냐’고 제안을 했다. ‘동지가’였다. 할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울어도 부족할 판에 무슨 노래냐고 했지만 여러 번의 설득 끝에 ‘동지가’를 배우게 됐다. 할머니들은 ‘동지가’ 가사를 보고 울었다. 눈물로 시작된 노래 연습은 매일매일 이어졌고 할머니들은 그 후에도 매주 수요일 마다 모여 노래를 연습했다. 잔인한 4월, 떨어져 나간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임순분 할머니는 “사드가 들어오고 우리는 끊어질 수도 있었는데 노래를 시작하면서 그걸 매개로 투쟁 결의를 다지고 다시 평화를 외치고 있다”며 “동네 할머니들이 모두 70대 이상 80대다. 이분들이 하루도 안 빼놓고 모여있다. 지금도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금연 할머니는 “우리 투쟁은 밤낮이 없다. 싸워야 이긴다”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정치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를 했다고 해서 그게 평화가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성리에 사드를 빼는 게 평화로 가는 첫 번째 상장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다큐 영화 ‘소성리’는 오는 8월 16일 개봉된다. ‘소성리’ 박배일 감독 인터뷰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 등 6개 단체가 연대한 사드철회평화회의 회원들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열린 '사드 반입 저지투쟁 1년, 부지공사 강행규탄 기자회견'에서 부당한 사드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 등 6개 단체가 연대한 사드철회평화회의 회원들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열린 '사드 반입 저지투쟁 1년, 부지공사 강행규탄 기자회견'에서 부당한 사드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지난 4월 2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 경찰의 호의 속에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생활공간 개선을 위한 건설장비와 자재 차량이 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 경찰의 호의 속에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생활공간 개선을 위한 건설장비와 자재 차량이 기지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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